정부는 어제 노무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국무회의를 열어, 논란을 빚어 온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을 확정했다. 언론계와 학계, 언론단체들의 문제점 지적과 비판은 “낡은 관행을 정당화하려는 것”이라는 이유로 내쳐졌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이나 민주언론 시민연합 등 언론개혁을 지향하는 단체의 걱정까지도 외면하고 홀로 ‘마이동풍’으로 일관하는 노무현 정부의 언론관이 과연 어떤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이번 조처가 정보개방 확대와 정부-언론 관계의 투명성 제고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대로, 기자실을 통한 짬짜미(담합)와 언론의 권력화도 폐기돼야 할 과거의 유물이다. 하지만 명분이 그럴듯하다고 해서, 그 결론까지 옳은 것은 아니다. 정부는 이번에 부처 브리핑실 통폐합 방침을 밝히면서, 언론의 개별적 취재는 전자브리핑 시스템을 통하게 하고 기자들의 공무원 업무공간 출입도 엄격히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건강한 긴장관계를 유지해야 할 정부와 언론의 관계는 크게 바뀐다. 어떤 정보를 내놓을지, 어떤 질문에 답변할지 등을 모두 정부 쪽이 정하게 된다. 그런 비대칭적 구조에서 정보개방이 확대되고 투명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기만이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의 국제투명성 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다. 밀실행정에 따른 온갖 비리는 현재진행형이다. 국정홍보처가 보완방안으로 내놓은 정보공개법 개정도, 공개 여부와 시점을 관리들이 정하도록 한 뼈대가 바뀌지 않으면 실효성이 없다. 이런데도 감시 대상이 되어야 할 정부가 스스로 그 방법을 정하겠다고 하는 것은, 언론의 공적 구실을 외면하고 ‘업무 방해자’로만 보는 전근대적 언론관에 다름아니다.
이번 조처를 통해 또다시 드러난 정책결정 과정의 문제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방침이 결정되기까지, 언론·시민단체들이 참여한 공청회나 토론회는 한 차례도 없었다. 한두 차례 밥 먹는 자리에서 의견교환만 있었을 뿐이다. 이번 조처의 주역이라는 노 대통령에게 각계의 반대 의견과 비판론이 제대로 전달된 흔적도 없다. 대통령의 ‘의지’만 있고, 토론과 비판은 사라진 셈이다. 정부는 이번 결정을 철회하고 시민사회와 언론, 학계 등이 고루 참여하는 제대로 된 논의의 장부터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