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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아내 때문에 울 뻔 했어요(유머 X)
게시물ID : humorstory_29463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HakenC
추천 : 9
조회수 : 1673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2/05/23 11:17:15

안녕하세요
오유 눈팅은 꽤 했는데 글은 처음 써봅니다. 
제 소개를 하자면 올해 서른둘이고, 지난 12월 결혼한 아직은 신혼인 신랑이기도 합니다.
(커플 아님, 부부임)

아내는 저보다 한살이 적은데, 둘 다 경남 양산이 고향인 사람입니다. 즉, 한동네 소꼽친구로 알아서
같이 자라고 어느새 결혼까지 온 케이스입니다.

둘 다 집이 넉넉하지 않습니다. 저희 집은 아버님께서 시각장애가 있으시고, 어머니께서 근근히 일하시는 걸로 가족들이 먹고살았습니다. 저도 대학 다니면서 알바하고 일하고 하느라 10년만에 대학 졸업했고, 현재는 인천에 살면서 외국계 게임회사(블쟈드 아님)에서 근무 중입니다.

아내는 집안 형편은 넉넉하나, 아들선호가 너무 심해서 사랑을 별로 못받고 자랐습니다. 그래서 누굴 대하는 게 조금 서투릅니다.

그런 두사람이 만나 결혼을 했습니다. 결혼비용 딱 천만원 들었네요... 예식장 빌릴 돈이 아까워서 농협 예식장에서 했고, 예물이니 예단이니 이런 것도 정말 조촐하게 하고, 신혼집도 그 당시 제가 살던 지하(반지하 아님) 투룸 월셋방에서 시작했네요. 양가에선 지원받은 게... 합쳐서 200쯤 받은 거 같기도 하고 ;;

그러다가 지난 3월, 다행히 직장이 좋은 편이라 신용이 잘나와서 대출을 받아 인천에 빌라를 분양받아 이사를 왔습니다. 와서도 대출금과 이자 갚느라, 아내와 저 고양이 두마리 해서 네식구 생활비 딱 35만원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옷도 마트 떨이 옷들 사입고, 먹을 것도 g 단위로 가격 따져서 사고... 아, 자꾸 얘기가 딴데로 새는데요.

여튼. 경남 양산에 부모님이 거주하시는 집은 아파트입니다. 32평인데, 매매하면 1억3천 정도 나옵니다. 국민임대 아파트로 들어와서 저희가 분양을 받았던거죠. 꽤 올랐습니다.

이번에 저 집을 팔아서, 저희에게 돈을 좀 해주시려는 듯 했습니다. 하기사 그 얘기는 결혼 전에도 있었습니다. 결혼하고 좀 있으면 집 팔아서 돈 해주시겠다고. 

근데 이게 이상하게 일이 좀 꼬여서 시세대로 팔기가 참 어려운 모양이더군요. 그 얘길 차마 아내한테는 못하고 저와 부모님이 머리 싸매고 앓고 있었습니다.

어젯밤 퇴근하는 버스에서, 어내에게 카톡이 왔습니다.

어머니와 아내가 통화하면서 저런 대화가 오고갔다더군요. 
그 이후에, 어머니께 전화가 왔는데...어머니 동생들, 그러니까 그 개차반같은 친척놈들한테서도 평생을 들어본 적 없는 말을 며느리에게 들었다고, 고맙다고... 몇번을 그러시더군요. 니 처에게 잘해라, 그런 여자 요즘에 없다고, 잘하라고 몇번을 말씀드리더군요.

그래서 큰맘먹고 퇴근길에 튀김이랑 떡볶이랑 순대를 사가서 아내와 맥주 한잔 먹었습니다. 

참 기분이 좋더군요.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하는거라고, 평생을 키워주고 먹여주고 재워주셨는데 결혼해서까지 손벌릴 순 없다고 말해주는 아내가 있어서요.

기분이 너무 좋은데, 여기저기 막 자랑도 하고싶은데, 딱히 그럴만한 곳이 없어서 오유에다 올려봅니다.

늘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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