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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동설한 녹인 ‘속옷 한벌의 사랑’
게시물ID : lovestory_2246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푸름이s
추천 : 4
조회수 : 926회
댓글수 : 24개
등록시간 : 2007/01/26 16:29:34
엄동설한 녹인 ‘속옷 한벌의 사랑’  
 
 
 
강동서 강력3팀 절도혐의자 6개월째 보살펴

“죄값치르고 새출발 하라” 격려에 눈물 펑펑

고아로 건설현장 막일을 전전하다가 절도 혐의로 경찰서에 끌려온 한 20대 청년에게 6개월 넘게 생활비를 대주며 친동생처럼 보살펴주는 경찰들의 얘기가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서울 강동경찰서 강력3팀의 지병철(39) 경장과 강상원(33) 경장, 그리고 한때는 피의자였던 천모(27) 씨는 ‘속옷 한 벌’의 인연으로 따뜻한 세상을 가꾸는 중이다.

지난해 5월 29일. 지 경장 앞에 천씨가 끌려왔다. 때에 절은 남루한 옷차림에 술을 마신 탓에 달아오른 얼굴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일정한 주거지가 없어 찜질방을 돌며 살던 천씨는 술김에 동료 막일꾼을 때린 뒤 지갑을 훔쳐 달아나다 체포됐던 것. 지 경장은 유난히 두려움에 떠는 천씨가 “나는 고아다. 시골에 양어머니가 계신데 홀로 두고 올라와서 13년째 혼자 살고 있다”고 하자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몸에 문신 등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겉옷을 잠시 벗겼더니 속옷도 입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흠칫 놀랐다.

그를 유치장에 가두고 순찰을 돌러 나간 뒤에도 지 경장은 맨살에 누더기 같은 옷을 입은 천씨가 눈에 밟혔다. 속옷 한 벌을 사서 유치장 안으로 가만히 밀어넣었다. 속옷을 받고는 눈물을 흘리는 천씨. 이에 지 경장은 “주거불명에 전과도 있어 징역을 피할 수 없지만 아직 젊으니까 마음 고쳐먹고 다시 살아갈 수 있다”고 다독였다.

천씨가 징역 6개월을 선고받고 성동구치소를 이감돼 사건은 마무리됐지만, 이들의 인연은 끊어지지 않았다. 천씨가 지 경장에게 “형사님 고맙습니다. 덕분에 새로 살아갈 기운을 얻었습니다”라는 편지 한 통을 보낸 것. 맞춤법도 틀리고 띄어쓰기도 엉망이었지만 지 경장은 가슴 한 편이 찡했다. 그래서 동료 강상원 경장과 구치소를 찾기 시작했고 천씨의 출소일에는 겨울옷까지 사들고 그의 새출발을 축하했다.

천씨는 그러나 앞으로 살 길이 막막했다. 이를 모를 리 없는 두 형사는 그를 유치자 생활보호대상자로 등록하고, 고시원과 일자리까지 얻어줬다. 덕분에 천씨는 긴급 생활지원자금 16여만원과 동사무소에서 지급하는 생활보조비도 받을 수 있었다. 어느새 ‘삼형제’가 돼버린 이들은 천씨의 고시원에서 이야기꽃을 피우며 밤을 지새고는 했다.

천씨는 지난 22일 천안의 건설현장에 일자리가 있어 현지로 떠난다며 형사 형님을 찾아왔다. 돈 벌어 오겠다는 말이 기특해 지 경장 등은 한두 달 정도 비어 있을 고시원 방 월세도 대신 내주기로 했다. 지 경장과 강 경장은 이틀에 한 번꼴로 천안에서 걸려오는 천씨의 전화를 받는 재미에 살고 있다. 천씨는 천안으로 떠나기 전 강동서 인터넷 홈페이지 ‘칭친합시다’ 코너에 ‘두 형님’에 대해 “제가 나이가 어려도 사람 대 사람으로 대해 주셨는데, 항상 말을 따뜻하게 해 주셨는데(고맙습니다)’라는 글을 남겨 ‘세상은 살 만한 곳’이라는 사실을 조용히 알렸다.

김재현 기자([email protected])
 
출처  헤럴드 경제 사회면.....
http://www.heraldbiz.com/SITE/data/html_dir/2007/01/26/200701260079.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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