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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안정준(경희대 교수) 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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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차이나는클라스> 방송작가에게서 전화가 온 게 11월 말이었다.
광개토왕비 관련 방송을 준비중인데 방송자료 구하는 거랑 방송내용 관련 조언을 구한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강연자로 누가 나온다는 말도 안 꺼냈다.
나름 JTBC에 호감을 갖고 있던 터라. 일단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관련자료 구하기 위해 주변 사람들한테 협조를 구하다가 주변 사람들이 다들 강연자를 궁금해 하길래, ‘아차’ 싶어서 작가에게 다시 물어봤다.
그랬더니 ‘서예가 김병기 교수’라는 답이 왔다.
나는 개인적으로 김병기 교수의 광개토왕비 관련 논문을 몇 차례 읽어본 적이 있다. 당장 전화해서 안하겠다고 했더니, 붙잡고 매달리며 하는 얘기가
“저희도 비전문가인 김교수가 역사 관련 강연을 한다고 해서 걱정이 많고, 그래서 일부러 역사 전공자 선생님께 부탁을 드리는 거다. 시청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알리면 안 되니 학계 연구현황을 알려주시면 최대한 균형 있게 소개하도록 하겠다”
심지어 “비전공자 발언이 가감 없이 방송 그대로 타고 나가서 시청자들에게 잘못된 인식이 가면 그게 누구 책임이냐” 고 묻는다.
내가 어이가 없어서, “그건 당연히 처음에 김병기 교수를 섭외한 사람 책임이지요”라고 했더니, 잠시동안 별말이 없다 ㅋ
“그냥 김병기 교수를 다른 사람으로 바꾸세요!” 그랬더니,
방송작가가 하는 얘기가, 사실 이분은 한자와 서예 얘기를 하려는 거고, 광개토왕비 얘기는 중간에 부수적으로 하는 거라 비중이 적을 거라고 했다.
도대체 누가 김병기 교수를 섭외했냐고 물었더니 말해줄 수 없단다.
그때 관뒀어야 했는데...
여하간 학계 의견을 균형 있게 소개할거고 편집 과정에도 참여하게 해드리겠다는 말에 속아넘어가서, 광개토왕비와 최신 일본서기 사진 자료들을 구해주고, 작가의 질문에 대한 답글을 주제별로 A4 15매 이상을 써줬다.
그것도 기경량, 신가영샘이랑 같이 작성한 거였고...
방송작가는 전화로 감사하다고 말하면서 강연자한테 우리가 쓴 글을 보여줬더니, 자기가 하고 싶은 얘기를 제대로 못하게 한다면서 불평을 했고, 서로 약간 갈등이 있었다고 했다.
그 연락을 하고 난 이후 한동안 연락이 없었다.
그리고 한참 지난 1월 3일날 방송을 봤는데, 이건 무슨...
광개토왕비 얘기가 완전 메인이다.
게다가 우리가 적어준 학계 의견은 하나도 제시된 게 없고.
‘자기가 붓으로 비문을 베껴 쓰다가 두 번이나 손이 멈춘 부분이 바로 비문이 조작된 그곳이네’ 하는 수준의 방송...
패널들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박수를 치고 좋아한다.
소름이 돋는다나.. 그래,, 나도 방송을 보다 소름이 돋았다. 이놈들아.
돌아가신 이진희 선생님이 석회도포론에 대한 자기 주장이 저렇게 제멋대로 활용되는 걸 아셨다면 지하에서 땅을 치고 우셨을 게다..
행여 시청자들이 잘못된 지식을 진짜로 믿을까 염려해서,
바쁜 시간 쪼개 열심히 글을 써준 전공자들을 완전히 바보로 만들고, 우리한테 사과나 해명 한마디 없는 방송작가(아직까지 문자도 안 받는다)
그리고 애초에 비전공자를 섭외해서 시청자들에게 엉터리 역사지식을 전하게 한 <차이나는클라스> PD놈.
어떤 놈인지 내가 나중에 꼭 이름이라도 알아내겠다.
손석희가 쌓아올린 방송사 신뢰도에 먹칠을 하고
엉터리 역사지식으로 시청자들까지 우롱한 철면피들.
다른 전공자분들은 저처럼 어리석게 속아 넘어가진 않겠지만.
그래도 조심하시길.
저도 주변 분들한테 괜한 수고를 끼친데 대해 반성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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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비전공자의 강의라는 것에서부터 알아챘어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