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의 글이나 게임상에서의 반응을 보다보면, 그 속에서 드러나는 경력들이 길게 하신 분은 5년 넘게 하신거고, 적게 한 사람도 2년정도는 하신 듯 해요.
알피지 게임을 그정도 했으면, 충분히 오래한 거라 봅니다; 게다가 게임 업계 전체 분위기가 FPS를 필두로 한 짧은 타임에 한판이 끝나는 캐쥬얼 흐름으로 가는 지금에 와우가 가지고 있는 게임의 속도와 흐름은(같은 장르 중에서는 빠르지만 초심자에겐 긴 렙업 과정, 인던과 레이드를 포함한 길고 험난한 파밍과정) 이제 슬슬 질리게 할 만도 하다 봅니다.
난이도가 쉬워졌다, 벨런스가 망가졌다. 날탈이 생긴 이후로 긴장이 없어졌다 하는 말이 많지만, 궁극적으로 목표지향점이 바뀌지 않는 다는 점이 피할 수 없는 문제가 아닐까요?
리분이 나올 때 튀어나온 드립중에 '이번엔 아서스 잡고 효도하자!'가 있었습니다. 불성때 '일리단 잡고 효도하자!'는 농담에 이름만 바꾸고 나온 드립인데요. 이건 사실, 와우의 최종 고지가 무엇인지를 잘 드러내는 예라고 할 수 있죠. 막넴잡고 템 취하기. 이 때만해도 같은 패턴이 반복되는 것에 질린다기 보다는 기대된다는 반응이 있었습니다. 어느정도 익숙한 즐거움이 또 나온다는 사실이 기대감을 부르는 거죠. 하지만 익숙하다는 건 좀만 더 가면 지겨움으로 이어지는 함정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속편들이 감당해야 하는 리스크 같은 것이죠.
리치왕의 분노가 스토리와 분위기 상 클라이막스일 때(얼성 등장 후) 그 열기는 의외로 높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울드아르 때가 더욱 고조된 분위기였죠. 제 생각엔 이미 그 시점에서 보스 등장 - 때려잡고 파밍에 질린 유저들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봅니다. 리분 때 부터 시작한 유저들도, 낙스와 울드를 다 정복해 보니 이후에 나오는 레이드도 잡고 파밍하고의 반복이라는 것이 학습되었으니 슬슬 게임의 메너리즘에 빠지기 시작했을 것입니다. 이 부분은 쉬운 난이도가 요인이었을 수도 있겠군요.
최근 스타2가 나와서 다시 흥행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 판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좀 예외지만, 이런 형식의 속편 등장은 전작과 긴 텀으로 인해, '돌아왔구나! 기다렸어!'라는 감정을 일으킵니다. 하지만 와우는 다르죠. 우리는 이 게임의 얼굴을 몇년 째 계속 보고 왔습니다. 얼굴은 좀 바뀌었지만, 하는짓은 별반 다르지 않아요. 전과 비슷한 부분에서 긴장하고, 전과 같은 부분에서 느슨하게 조여줍니다. 이 익숙한 패턴은 이제 슬슬 감흥이 없어져 갑니다.
그런데 새로 게임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몇년 간 이 게임에서 쌓아온 노하우를 아무 거리낌 없이 흙손으로 어질러 놓으려 합니다. 한 주의 레이드를 망치고, 일정한 패턴이 되어왔던 부분에 균열을 생기게 합니다. 초보라서 알려줘야 하고, 그러다 보면 내 게임 스케쥴을 어긋나죠. 이제 이런 것도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호통치고 흥분하고, 싸움을 초래하게 됩니다. 유감스럽지만 이렇게 게임에서 속상하는 일을 겪게 되죠. 오래 한 쪽이나 새로 시작하는 쪽이나.
아무튼 와우는 정말 오래된 게임입니다. 와우와 비교되는 게임이 과거의 와우라는 사실을 보세요. 우리가 얼마나 오랜 시간을 와우와 보낸 것이었는지. 또한 그건 와우라는 게임이 지금껏 훌륭하게 달려왔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사실,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저도 와우에 대한 열정은 좀 식어서 대격변 베타 테스터인데도 그다지 몰입하지는 못하고 있네요. 아직까지는 어떻게 바뀌어도 결국엔 레이드 뺑뺑이겠지 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아요 ㅎ그래도 와우가 말그대로 '대격변'을 일으켜서 새로운 게임의 모습으로 나타난다면 잠깐이라도 또 즐거울 것 같습니다.
와우가 변했다고, 혹은 재미없게 되었다고 실망하거나 투덜거릴 필요 있나요. 게임으로 즐겁고 싶다면, 또 다른 게임을 찾아서 하면 그만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