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로운 총성에 새가 날아간다
씨족 전쟁이 핏빛강 이뤘던 옛날까지 거슬러
진화적 요인 거쳐 폭군 경향의 편도체 물려받은 한 인간이
가엾은 피란민 향해 방아쇠 당기고 만 잔혹사에서
풀잎 위 한 송이 눈꽃에도 의지 담긴다던 신은 너무 고고하였다
하늘에서 관망한 비둘기는
여섯 살 아이가 절박하게 흙에 쓴 기도문이
피로 물든 천박한 세상을 바라왔다
그래야 무릎 꿇고 신에게 기어 올 테니
어쩜 모든 걸 사랑하기 위함이 아니라
존재하기 위해 모든 사랑을 원한 걸까
불손한 추측이 틀렸다면
조금만 조금이라도 보여주십시오
정녕 모든 게 나아지고 있는지
한 편 게으른 방관자는 멸망학파의 거장이었다.
홍수나 돌림병 재해적 간섭은 공동체가 성숙해질 뿐 알기에 문명이 무너지지 않게 그냥 뒀다
자만과 집단 결벽으로 왕국은 번성하자 불로초가 발상 되었고
인류는 스스로 권위라 떠받든 성역의 빗장을 치운 것이다
오랜 세월 교리 한 줄 안 바뀐 고리타분한 사상 외면한 채
본질의 더 호기심 속으로 원자 단위 성취욕 도전에 끊임없이 출사표 던질
그런 가역적이고 변화막측한 세상을 바로 악마는 바라왔다
결국 우주란 으스러질 것들, 어떻게 멸해지느냐가 문제라
창의적인 인간에게 자유를 주는 편이 섬뜩하리라 본 것이다
필멸마저 미루며 무저갱같이 깊은 공복감의 길을 제 알아서 걸을 테니
구도자는 선악 따위 말장난이 어째서 대척에 속한 것들의 대분류냐 혀 차며 중도에서 실존만을 인지했다
빗속에 흐르는 눈물처럼 바람 속에 걷히는 한숨처럼 햇살 속에 삭아가는 핏자국처럼 허무는 무적이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