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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사창리
게시물ID : deca_2930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R-18
추천 : 5
조회수 : 968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05/15 05:44:33
저는 부모님의 일을 돕고 있는데, 인테리어 일을 하다보니 일이 있는 날은 있고 없는 날은 없습니다.
오늘은 부모님이 매운탕꺼리를 잡으러 가신다기에 따라나섰습니다.

백운 계곡을 꼴깍 넘으면 얼마 가지 않아 사창리라는 마을이 나옵니다.
장마철에는 물이 어마어마하게 불지만, 그 외에는 맑은 물빛과 멋진 경치를 자랑하는 곳이죠.

3시 반 쯤 도착해서 피래미를 좀 잡고 카메라를 들고 돌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오늘은 원래 사진에 취미가 있던 외사촌형도 함께 왔기에 카메라의 카밖에 모르던 제가 메까지 익히게 되었습니다.
지난 번에 올린 사진은 모두 '완전 자동'으로 어딜 찍을까 하는 것만 제외하면 카메라가 다 해줬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드디어 수동으로 사진을 찍는 방법을 익히게 됐네요.

군데군데 초점이 안 맞는 곳이 있더라도 어여삐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P1000943.jpg
백운 계곡 끝자락, 강원도 넘어가는 고개 꼭대기에 있는 휴게소에서 찍은 장지뱀입니다.
제 기억으로는 장지뱀인 것 같은데 사촌형은 그냥 도마뱀이라고 하네요.
나이 서른 먹고 실물로 본 건 이게 처음입니다.
잡아보고 싶었는데 엄청 빠르더라고요.

P1000982.jpg
이건 접니다.
얼굴이 안 나와서 다행이네요.
집에 와서 식구들을 보여주니 대번에 '형, 수박바같아요.' 하네요.

P1000970.jpg
지금은 피래미들의 산란기입니다.
흔히 도깨비 낚시, 멍텅구리 낚시라고 불리는 놈을 집어넣으면 채 열까지 세기도 전에 딸려 올라옵니다.
지난 번 단양 여행 때는 산고기를 한 마리도 못 잡았는데 이번에는 손맛을 좀 봤습니다.

P1000986.jpg
피래미 배를 째서 바위에 널어놓으니 파리가 꼬입니다.
파리가 꼬이면 거미도 꼬이죠(?)
가뿐하게 한 마리 들쳐업고 은신처로 가시는 꼬마거미님입니다.

P1000989.jpg
사실 이 꼬마거미(정식 명칭이 뭐죠?)님은 매우 흔합니다.
저는 군 시절에 다리 긴 놈이랑 이 꼬마거미님을 매우 자주 접했죠.
그런데 꼬마거미님이 사냥에 성공하신 모습은 오늘 처음 봤습니다.
늠름하네요.

P1010004.jpg
오늘은 무슨 동물의 왕국 찍는 날이었는지, 이번에는 헤엄치는 새끼 꽃뱀을 만났습니다.
꽃뱀새끼라고 하면 어감이 너무 폭력적이라 앞 뒤를 바꿨네요.
저는 위험한 걸 너무 싫어해서 차마 가까이 가지는 못하고, 1미터 정도 떨어져서 찍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P1010008.jpg
반들반들 윤이 나는 꽃뱀찡입니다.
지금까지 몰랐던 사실인데, 꽃뱀의 혀는 검은색이더군요.
섹시한 검은색.

P1010046.JPG
P1010048.JPG
사창리가 그렇게 후진 곳은 아닌데, 이 도로에는 차가 거의 안 지나갑니다.
제가 피래미를 잡고 꼬마거미님, 새끼 꽃뱀을 만난 개천은 이 사진을 기준으로 왼쪽 아래에 있습니다.

P1010051.JPG
이 사진은 뭔가 몽환적인 느낌을 노리고 찍어본 사진입니다.
가운데의 덩쿨에 초점이 맞았어야 했는데 약간 실패네요.
그래도 왠지 비밀의 화원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들지 않나요?

P1010054.JPG
덩쿨의 초점을 놓친 게 아쉬워서 한 컷.
개인적으로는 어제 찍은 사진 중에 제일 마음에 드는 사진이네요.

P1010056.JPG
이건 짐을 다 챙기고 출발하기 직전에 찍었습니다.
이것과 똑같은 구도로 도착한 뒤부터 몇 장을 찍었는데, 그때마다 다른 사진이 나오더라고요.

예전에 어디선가 주워들었던 '사진은 빛의 예술'이라는 말과, '시간에 따라 자연은 얼굴을 바꾼다.'는 말이 와닿는 순간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사진 찍는 것을 단순히 기록을 남기는 것 이외에 다른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기초를 조금 배우고 마음에 드는 사진을 몇 장 건지고 나니 생각이 좀 달라지네요.

군 제대할 무렵에는 500cc 짜리 로얄엔필드를 끌고 전국을 누비며 사진을 찍는다는 로망을 가지고 있었는데,
직장 다니고 어쩌고 하다보니 잊어버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사진을 찍어보고 나니, 그렇게 바람처럼 물처럼 살아가는 삶을 다시 꿈꿔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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