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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짜 저그의 저징징
게시물ID : humorbest_29318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인생을즐
추천 : 18
조회수 : 15605회
댓글수 : 14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0/08/19 19:38:47
원본글 작성시간 : 2010/08/19 14:57:40
스타2를 시작한지 얼마 안되는 초짜 유저의 단순 입스타 징징일지도 모르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현재의 테란 강세에 대한 원인을 말해보겠습니다.

스타2는 스타1의 스타일을 이어받으면서도 전반적인 플레이 방식에 큰 차이점이 있습니다. 스타1의 경우엔 저그:테란 이라거나 테란:저그, 테란:플토 간 대응 전술은 거의 고정적이었습니다. 임요환 같은 '스타일리스트'들이 새롭고 기발한 전략을 끄집어 내기 전까지는 테란으로 저그 상대는 바이오닉, 테란으로 플토 상대는 메카닉 이런 큰 틀이 한동안 길게 유행을 끄는 방식이었죠. (패치로 인한 조절이나 몇몇 선구자 격의 게이머들이 새로운 유닛 활용법을 통해 발상의 전환을 이끌어내기 전까지 말이죠)

하지만 스타2는 각 유닛간 강력한 상성효과로 인해 전술이 각 종족간에 '어떠한 것을 꼭 써야한다'라기 보다 똑같은 종족간 싸움이라도 상대 전술에 따라 나도 다양한 대응 전술을 바꿔가며 싸우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한번의 게임 안에서도 서로 여러가지 전술을 바꿔가며 상대가 가위를 내면 나는 주먹, 그럼 상대는 다시 보, 그럼 나는 또 가위 이런식으로 유연하게 흘러가는 거죠.

결국 스타2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정찰'과 그것으로 얻어낸 정보를 통해 내 전술을 얼마나 빨리 바꿔내는가 하는 '유연함'에 있다고 봅니다. 전 지금의 테란 강세는 특정 유닛이 너무 강하다는 문제보다(물론 '부드러운 남자'님의 상성도 씹고 뜯고 맛보고 삼키는 충격탄 같은 괴 스킬도 있긴 하지만) 테란의 전술간 유연성이 타 종족에 비해 너무 높다는 것이 원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테란은 하나의 전술을 사용하다가 다른 전술로 전환하는 것이 너무나 용이합니다. 각 병력생산 건물들을 띄워 서로간 부속건물을 바꿔 장착하는 것만으로 끝이죠. 밴시를 운용하기 위해 공항에 기술실을 붙여놨다가, 상대가 뮤탈을 모은다 싶으면 공항을 띄워 옆 공장의 반응로랑 바꿔 끼워버리면 토르를 생산하든 바이킹을 한번에 두 기씩 뽑아내든 순식간에 전술 전환이 가능해집니다.

반대로 저그의 경우는 이게 좀 많이 느리죠. 저그는 그야말로 유닛 종류별로 필요 건물이 다 다릅니다. 한 건물 지어서 두개 이상의 유닛을 뽑는 것이라곤 큰 둥지 업글 후에 타락긔♡랑 무리수군주 두 종 뽑는 케이스가 유일하죠. (심지어 저글링 > 맹덕느님 변태도 업글이 아닌 전용건물 건설이 필요할 정도니까요) 저그가 지상군 위주로 뽑다가 대공 유닛이 필요해지면, 히드라 동굴이나 둥지 둘 중 하나를 새로 지어야만 합니다. 테란의 공중유닛 생산 건물인 공항이, 지상유닛 위주 일때 필수요소인 의료선 생산이나 혹은 마법 유닛인 밤느님을 뽑는데에 충분히 재활용 가능한 것과 달리 히드라덴/둥지는 건설하는 순간 딱 특정 목적의 유닛들만 생산 가능하다는 거죠.

이건 두가지 이유에서 큰 문제가 됩니다. 일단 정찰을 한번 당해버린 입장에서 타격이 테란에 비해 너무 큽니다. 저그가 대군주 자폭 정찰질로 테란 진영을 구경했을때, 1:1:1로 병영:공장:공항이 있다면 솔직히 뭐 만들어 내는지에 대한 판단이 애매합니다. 각각의 부속건물이 뭐가 붙어있는지를 본다면 대략 추정이 가능하긴 하지만(거기에 더해 상대가 나를 정찰했다는 정보가 더해지면 더 정확한 추정이 가능하죠) 나중에 가서 상대방이 그 건물들로 퍼즐맞추기 놀이 하며 스리슬쩍 부속건물 바꿔끼우기 신공을 해버리면 전술이 순식간에 바뀌어버립니다; 정찰 한번 한 대가가 너무 적다는 거죠. 반대로 테란이 저그 진영을 스캔을 하든 초반 테러용으로 뽑았다가 별 효과도 못보고 놀고먹는 식충이 사신을 마실 보내든 해서 봐버린다면, 건물 뭐 지었는지만으로 상대 저그가 뭘 하려는지 뻔히 보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들켰다고 둥지 지어놓고 뮤탈 안 뽑거나 히드라덴 지어놓고 히드라 안 뽑는 짓은 돈 여유있는 후반이 아닌이상 초반엔 그냥 돈만 날리는 바보짓이 되죠... 여기에 정찰 효율성 면에서도 저그는 테란에 비해 밀려납니다. 바닥에 크립도배가 되어 있지 않은 이상 유닛들의 기동력에서도 딸리고, 사신과 스캔에 비해 대군주 자폭은 너무 비효율 적이고 변신수는 너무 애매하죠(이 점에서 차후 저그는 변신수를 어찌 사용하느냐가 중요변수가 될 듯 합니다)

게다가 테란이 전술간 변환하는 속도에 비해 저그는 전환이 너무 느립니다. 필요한 건물들을 웬만큼 다 지어놓은 중후반이면 몰라도, 건물 하나 짓는 돈도 아껴 써야하는 초중반 저그에게 '상대가 어떤 유닛 위주 전술을 쓰니 나는 이런 유닛을 뽑아야지'라고 전환하는 것은 너무 리스크가 큽니다. 새 건물 지어야 할 돈과 시간이 낭비가 되니까요...

차라리 1편 처럼 업글을 통해 저그 주요 유닛 간 변환을 '변태'형식으로 했더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네요. 저글링이 변태를 통해 맹덕느님으로 바뀌듯 바퀴-히드라가 변태로 전환가능하다거나, 뮤탈-타락긔♡ / 뮤탈-무리수군주 로 변태가 된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죠. 1편에선 히드라덴 + 럴커업글이나 그레이트 스파이어 업글을 통해 럴커+저글링 체제에서 저글링+히드라 체제로 전환한다거나 뮤탈 짤짤이 전술에서 뮤탈+가디언+디바우러 체제로의 전환이 손쉬웠지만, 2편에서 히드라/바퀴/뮤탈은 그 자체로 그냥 최종 완성형 유닛이 되어버렸습니다. 만들어놓고 막혀버리면 그냥 잉여로 다른 전력 꼽사리 용도나 되어버리는 거죠.

특히나 뮤탈은 많이 아쉽습니다. 1편에서 저그 하늘의 왕자이자 베이스 유닛이었던 뮤탈은 적은체력+빠른 기동력을 가지고 초중반 상대를 괴롭히다 후반 상대의 강력한 공중 유닛이 나오거나 대공 방어력이 갖춰지면 디바우러, 가디언 등의 전술 전환도 쉽게 가능했던 유닛이었습니다만 2편에선 여전히 초중반 짤짤이 용으론 최적의 유닛이나 상대가 대항마로 바이킹 대량생산 체제로 전환하거나 '토~르가 왔다~' 해버리면 그 자체로 다른 전술로의 전환이 안됩니다. 그냥 얘네는 소진용으로 놔두고 다른 유닛을 뽑아야죠. 물론 그런다 해도 지상부대 꼽사리 전력이라거나 기습 일꾼 테러 용도로 쓰일 수는 있지만 용도가 제한된 '잉여' 유닛이 됩니다. 고급 공중 유닛인 타락긔♡나 무리수군주 체제로 간다 해도 뽑아놓은 뮤탈을 재활용 하는게 아니라 그냥 새 유닛 뽑아야 하구요.

히드라도 1편에서 저그 원거리 공격용 기본유닛의 대표주자 격에서 거의 대공전용 유닛으로 위치가 바뀐 상태에서, 바퀴와 서로간의 단점을 보완해가며 같이 사용해야 하는 유닛이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필요 테크가 전혀 다르다는게 아쉽습니다. 뮤탈처럼 사실상 히드라 한 종류 만으로는 뭔가를 할 수 없는 유닛인데도 (속도가 느려 저글링과 같이 쓰기도 애매하고) 히드라 굴 짓고 나면 히드라 말고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까요. 뽑아놓은 유닛을 가지고 럴커 변태로 다른 전술로의 전환을 한다거나 하는 것도 안되고...

그리고 유닛 조합법에 있어서도 저글링-맹덕느님, 바퀴-히드라를 빼곤 딱히 '뭉친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것도 테란에 비해 밀리는 점이 아닌가 합니다. 테란은 쓰다 남은 해불에 의료선, 탱크 몇기, 방구차 몇기 긁어 모아서 한 부대를 조직해도 서로간의 단점을 커버하는 강한 조직력을 보여주지만 저그는 쓰다 막혀 잉여화된 뮤탈, 히드라, 바퀴, 저글링, 맹덕느님을 모아봐야 서로 단점을 커버한다기보다 각자 제 잘난 맛에 따로 노는 느낌이 드는 조합이라 '잉여유닛의 재활용'면에서 또다시 효율성이 떨어집니다.

결국 테란은 강력한 기본 주력 병력을 위주로 다양한 전술을 재빨리 바꿔가며 유연성있게 경기를 리드하는 입장이 되지만 저그는 각각의 유닛이 장단점이 확실하고 장점을 발휘 할 영역에서는 매우 강한 모습을 보인다고 해도 모였을때 서로의 단점을 커버하는 효율이 적다보니 전술을 바꿀때마다 주 전력 자체를 새로 뽑아줘야 합니다. 바꾸고 나면 예전의 '주 전력'은 급속히 잉여화 되어 용도가 제한되어 버리구요.. 게다가 웬만한 주요 건물 다 짓고 멀티 많이 먹어 여왕님의 애벌레 사리추가 + 포풍 병력 대량 찍어내기가 가능한 후반이 아니고서는 뭔 전술 하나 바꿀때마다 돈/시간을 잔뜩 투자해야만 합니다.

저그가 테란에 비해 약하다는 말이 자꾸 나오는건, 저그 각각의 유닛이 특별히 허약체질이라거나 잉여라기 보다(오히려 아주 무쓸모한 유닛은 저그에게 없죠. 각각 주 용도 하나씩은 다 있는 녀석들이니..) 전반적인 유닛간 조합 상성이 좋지 못한데다, 그러기에 타 유닛 위주의 전술 전환 효율도 좋지 못합니다. (기존 유닛의 잉여화... A유닛이 막혀서 B유닛을 생산하기 시작했는데 남아있던 A유닛을 B쪽에 서포터로 포함시켜봐야 별로 시너지 효과가 없음.. 그래서 A는 A대로 따로 놀며 B생산 시간 벌어주다 최대한 뽕 뽑고 소진되는 식..) 타 유닛 체제로 가려고 해도 테란에 비해 돈/시간 비용이 훨씬 크고 말이죠.

저그가 A전략을 쓰자 테란이 그걸 막는 a'전략으로 전환했다.. 그럼 저그는 다시 재빨리 a'를 막는 B로의 전환을 해야 하는데 새 건물 짓는데 돈 쓰고 시간걸리고 해서 겨우 전환했더니 테란은 건물 바꿔치기 놀이만으로 순식간에 B를 막는 b'로 전환해버리더라... 결국 이게 저테전에서 테란이 항상 경기 흐름을 주도하고 저그가 끌려다니게 되는 원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그가 전술간 전환이 빨라지는 타이밍인 경기 후반까지 도저히 '버틸수가 없다!!!'는 상황이니까요...

저그가 테란을 아예 상대 못할정도로 약하다거나, 저그 유닛은 잉여 축생들만 모여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경기에서 서로간의 전술 선택권은 자연스레 테란쪽으로 넘어가고 저그는 근근히 그에 대응하며 끌려다니는 입장이 되다 보니 저테전 재미없다, 불리하다는 평이 나오는게 아닐까요...

'불고미의 약빨고 부드럽게 쏴대는 충격탄'이 좀 과하게 강하다(상성상 밀려야 정상인 유닛들에게 조차)..는 점은 오히려 부수적인 문제일 뿐이고, 테란의 전술 전환에 있어서의 유연성을 좀 약화시키거나 저그의 전술 간 이동을 좀 더 쉽게 해주는 게 더 시급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그래서 저그가 더이상 상대 전술에 매번 끌려다니며 대응만 해야하는 입장이 아니라 자발적인 주도도 해보고 끌려가기도 하고 '전술 선택권'에 있어 좀더 평등해진다면 상호간에 대등한 싸움을 한다는 느낌이 들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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