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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께
게시물ID : motorcycle_293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꽃엘
추천 : 17
조회수 : 862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4/04/03 01:50:02
살아생전 당신께선 

늘 철없는 자식들을 태우고 전국 각지를 여행하셨었죠



종이로 된 손때묻은 낡은 지도와

페인트칠이 벗겨져 녹이 슬어버린 이정표를 척도로

이나라에 나고 자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혹은 가봤을

그길, 그곳을 

자식들의 눈에, 그리고 마음속에 무언의 가르침을 주시고자 노력하셨습니다



몇날 며칠을 홀로 운전을 하실지언정

단 한번을 피곤해하지 않으셨으며 

행여 철부지 자식들이 뒷좌석에서 시끄럽게 떠들어도

행여 자식들 기죽을까 엄히 꾸짖거나 하신적이 없으셨던 걸로 기억합니다.



서른이 넘어서까지

단 한번도 혼자 멀리 가본적이 없었던 저는

요 며칠간 최대한 멀리 가보고자 하는 다짐으로

그옛날 언젠가 당신께서 이용하셨을 그 길을 지나며

당신께서 보셨을지도 모를 무언가를 함께 보고자 노력했습니다.



비록,

당신께서 세상을 떠나신 후 

몇년이 지나 못난 자식은 

당신께서 가르치고자 했던 그것의 일부라도 알게 됐음을 고합니다



못하는 술 한잔에 취기를 빌어

감사드린다고, 부끄러워도 사랑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지만



이미 당신께선

같은 하늘이 아닌 다른 하늘 어딘가에서

하고픈 모든것 원없이 누리고 계시리라 생각하며

처음으로 이렇게 두서없는 글을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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