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방송에서 분명 같은 근본을 가지고 있는 단어일 것임에도 한쪽은 금기시되는 단어, 한쪽은 남녀노소 거리낌없이 쓰는 국민 외래어처럼 쓰이는 단어가 바로 섹스 와 섹시 가 아닐까 싶습니다.
우선 둘의 단어적 차이부터 살펴보자면... '섹스' 는 성별, 그리고 성관계에 관련된 약간 광범위한 것들 (예를 들어 생식기, 성행위 등) 을 종합적으로 의미하죠. 그리고 여기서 정확한 형용사형이라 한다면 'sexual' 이 있겠습니다만 흔히들 'sexy' 도 'sex'의 형용사형태인가? 라고 떠올리기 쉽죠. 그리고 의미적으로도 sexy 는 sexual 대신에 'sex' 의 형용사형 자리에 놓아도 그다지 연결이 어색하진 않습니다.
즉 sexy 는 막연하게 그냥 어떤 매력의 하나를 떠올리게 하지만 그 뜻을 풀이해 보자면 'sex 에 관계된 연상과 자극을 불러일으키는 매력' 이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우리나라는 예전부터 성에 관해 금기시하고 꼭꼭 숨기려 했던 경향이 좀 지나쳤던 경향이 있죠. 물론 그것이 정도를 넘어 오히려 지나치게 개방적이다 못해 문란해진 나라도 있겠습니다만 어쨌든 우리나라는 조금은 더 개방적이 되어야 할 입장일지도 모릅니다.
사실 우리나라의 'sex' 'sexy' 는 프로야구와 함께 도입되었다고 합니다. 뭐 정권의 국민 관심 돌리기였네 뭐네 하는 말도 듣는 프로야구입니다만 그런건 골치아프니 제쳐두고... 처음에는 분명 방송에서 마치 '자 선진적인 sex 와 sexy 라는 단어를 우리 모두 씁시다' 라는 듯이 그 단어들을 외치기 시작했을 때 그걸 듣는 사람들은 낯이 붉어지고 몸둘 바를 몰랐을수도 있습니다만 결국 오래 듣다보니 이제는 우리 생활에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쓰이고 있죠.
자 그럼 오늘날 방송을 비롯해 우리 주변에서 저 'sex' 와 'sexy' 가 어떤 느낌이 되어 있나를 살펴봅시다.
방송에서 어느 중고생 팬을 붙잡고 인터뷰를 합니다. '아이비씨의 제일 큰 매력은 뭘까요?' 여고생1 '섹시함이요~!' 여중생1 '섹시!' 남고생 '섹시한거!' '섹시!' '섹시!' .'섹..'......
심지어는 어느 일반인 예능프로에서 어떤 초등생이 나와 모두가 놀랄 만한 뇌쇄적인 춤을 추는 재능을 발휘하는 상황에.. 드물지만 가끔은 놀란 진행자가 마이크를 대면 그 꼬마의 입에서도 '섹시' 라는 말이 나오기도 하고 방청객이나 게스트들도 '섹시' 라는 말로 그 꼬마를 표현하기도 합니다.
방송을 떠나 일상에서도 어린아이들이 '섹시' 라는 단어를 쓴다 해서 별로 놀랄 사람은 없습니다.
'sexy' 는 이처럼 우리 일상에서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쓰이는 외래어의 하나' 일 뿐이죠.
그럼 이번엔 그 모체가 되는 sex 를 떠올려보죠.
방송에서 어느 학생이 '섹스 어쩌구'... 라는 단어를 말했다고 합시다. 음? 혹시 구성애의 아우성 프로그램에서 어느 방청객 학생이... 뭐 그렇다면 방송이 될 수 있겠죠.
하지만 아마 인터뷰나 오락프로에서 미성년자 입에서 '섹스' 라는 말이 나왔다면 아니 하다못해 그냥 일반 연예인 입에서도 '섹스' 라는 말이 나왔다면 아마 그건 편집되어 안나오겠죠? 비타민 같은 건강프로에서라면 방송될수도 있겠습니다만..
꼬마들 입에서 '섹시' 라는 말을 들었을 때 가만히 있던 부모도 '섹스' 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놀라고 심각해질 겁니다.
우리 일상에서 '섹스' 란 말이 입에서 나오는 것은 아직 일종의 '금기' 처럼 여겨지고 있다는 것이겠죠.
자 이건 뭐랄까... '이건 개방적인 성도 아니고 보수적인 성도 아녀~' 같은 느낌이랄 까요.
물론 이건 성 개방 의식의 여부보다는 단순히 단어의 느낌이 그렇게 고착화 된 것에 의한 차이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걸 떠나서 분명히 그런 표면적인 것으로도 이런 이중적인 태도는 뭔가 안맞지 싶습니다. 외국에서는 sex 나 sexy 나 비슷한 정도의 가벼운 단어 (혹은 그래도 조금 부끄럽고 남사스런 단어) 로 쓰이고 있습니다. 그 눈으로 보자면 한국은 '와 남녀노소 아무렇지도 않게 섹시 를 연발하는 개방적인 나라... 인줄 알았는데 섹스 라는 말을 꺼내니 급 경직되는 보수적인 나라?' 라는 알 수 없는 이중적인 태도를 가진 것이 되는 셈이죠.
'한국에선 원래 의미와는 다르게 두 단어가 좀 다르게 고착화 된 것일 수 있다 즉 한국에서의 섹시는 '한국적인 섹시' 가 되어 그만큼 가벼운 단어가 된 것이다'
라고 따져볼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럼에도 어찌보면 뜻이 7~80% 는 같은 두 단어가 이토록 극과 극의 태도에서 다루어지고 있다는 점은 묘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제 생각엔 분명 우리는 아직도 '성에 대해 지나치게 보수적' 이거나 '섹시 라는 단어를 너무 생각없이 남발하는' 둘 중 한가지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약간 비약일수도 있겠지만 예를 들어 상대방 앞에서 '섹스... 어쩌구' 라는 말을 꺼내기는 부끄러우나 '섹시... ' 라는 말은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기에 이를 통해 억압된 성에 대한 말의 욕구를 간접적으로 푼다? 라는 요소도 있는 걸까요? ^^
한 팬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앞에 두고 '섹스욕구가 막 떠올라요!' 라고 외친다면 미친 인간이 되겠지만 '너무 섹시해요!' 라고 외친다면 그 연예인은 씨익 웃으며 인사하겠죠.
어느 출연자가 프로그램에서 야시시한 춤을 춘다면 자막에서 '성적 매력을 발산하 는 그녀의 춤' '성욕을 불러일으키는 그녀의 춤' 이라고 나온다면 TV속의TV 에서 시청자들의 몰매를 맞고 그 출연자도 성적인 언어폭력이다 뭐다 항의하겠지만 '섹시한 그녀의 춤' 이라고 한다면 아무 논란도 없겠죠.
물론 이건 저만의 추측의 하나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방송에서 엄청나게 쏟아지는 '섹시' 의 향연을 보자면 뭐랄까 저 위에서 말한 어떤 '억압된 성의식의 탐닉' 같은 느낌을 개인적으론 받았거든요. 즉 '섹스' 라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기 남사스러운 보수사회에서 의미상으론 역시 음담패설같이 취급되어야 할 섹시 라는 말을 아무리 남발해도 태클거는 사람이 없다? 속이 답답해 죽을 것 같아서 아무도 없는 숲으로 가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귀' 라고 마음껏 외치며 기뻐하던 사람의 심정과도 비슷할지?
즉 '섹스' 라는 금기를 '섹시' 라는 단어를 통해 마음껏 외치고 있는 현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사실 우리나라가 아직 성에 대해 '보수적인 편이다' 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더 많을 겁니다. 그렇기에 저 섹시 라는 단어가 방송에서 더더욱 흥미거리가 되는 것이겠구요.
보수적인게 좋다 개방적인게 좋다 를 떠나 어떤 저런 '개방적인 것도 아니고 보수적인 것도 아닌' 모습은 어느 한쪽으로 확실하게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즉 성에 대해 자유롭게 말할 수 있든가, 아니면 섹시 라는 단어를 너무 생각없이 남발하고 있으니 좀 자제를 하든가.
오유인들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sex' 에 대해 볼이 빨개지는 현상이 잘못된 걸까요 아니면 'sexy' 를 마구 남발하는 현상이 잘못된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