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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를 떠나 뭔가 가슴이 먹먹해지는날이네요.
게시물ID : baseball_2328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생슨눈알
추천 : 2
조회수 : 32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05/26 22:30:20
야구게시판에 글 처음 씁니다.
이종범 은퇴식 못봤고 하이라이트만 잠깐 봤네요.
내 전성기가 져무는것같아서 볼수가 없었는데도...
뭔가 졸업앨범을 이사갈때 버리는느낌도 들어서 안볼수가 없었습니다.

야구게시판탭을 처음 찍어봤네요. 이렇게 은퇴식 글이 없다니 내심 놀랐습니다. 그래도 한시대를 풍미한 사람인데.
이종범을 찬양하는게 목적은 아닙니다. 오늘의 유머에 글 남겨서 어디다 써먹겠습니까, 조회수도 10~30 달랑달랑 하겠지요. 욕심껏 쓰는글이 아닙니다. 그사람이랑 함께했던 내 지난날이 저물어서......
아쉬어서 글을 써봅니다.
이종범'까'분들에겐 깔만한게 없을만한글이고, 이종범'빠'분들에겐 도움은 안되도 소소한 즐거움을 있으리라...생각해봅니다.

87년생입니다. 야구를 원래 즐기진 않습니다. 그래도 이종범은 압니다.

13인치 tv의 13번 채널
어린시절 아버지가 자주 집을 비우셔서 엄마,나,동생 셋이서 13인치 아날로그티비를 틀어서 해태의 우승순간을 환호했던기억이 납니다. 해태가 뭔지도 모르고 선발투수가 뭔지도, 상대팀이 뭔지는 몰라도 언제나 이종범의 도루는 기대하고있었습니다. 그게 13번채널 kbs2 방송이었을거에요. 우리집티비는 채널버튼이 13개뿐인 금성티비였거든요.. 맞을거에요.

국민학교운동장
어머니는 해마다 생일선물로 운동기구(농구공,축구공,자전거,배트글러브,배구공)를 사주셨어요. 그런거치고 지금은 몸은 외소하지만.. 어쨌든 이종범이 뛰던 그시절엔 알루미늄배트1개와 야구글러브1개를 사주셨어요. 그걸로 친구들이랑 운동장 구석 타이어로 둘러쳐진 씨름장옆 정글짐 옆에서 야구를 햇었지요. 개놈들이 다들 타자만 할려고해서(그리고 말도안되는 도루를 시도해서) 저는 포수를 했었는데 친구가던진 테니스공에 거시기를 맞고 기절할뻔했지요. 어린마음에 안아픈척하느라 더힘들었어요.

광주구장
보이스카웃한다고 설치던때 첨으로 광주구장 가봤어요. 노후하고 지저분했었어요. 그러나 열기만큼은 뜨거웠습니다. 이종범이 뛰고있었으니까요. 대학교 와서 다시 갈일이있었어요. 노후하고 그대로 더럽더군요. 그래도 열기는 그대로였습니다. 구단은 다르지만 그래도 이종범이 뛰고있었으니까요.

vs양준혁
단 한번도 양준혁을 의식해본적이 없습니다.(제가 야구를 모르는사람이라) 이종범팬들은 인터넷에서 고상한척 '둘다 레전드죠, 비교하는거 자체가 의미없는일입니다'라는 말을 해도 결국엔 맘속으로는 '비교자체가 의미없는일입니다. 이종범은 비교할필요가없지요'라는 생각일겁니다. 야구를 모르던 시절(그리고 지금도 모릅니다.)에도 양준혁은 못들어봤는데 이종범은 연일 들었습니다. 후일 야구빠 동생에게 들은바로는 양준혁같은 꾸준한 클래스도 없다고 합니다. 다만 미치도록 타올랐던 시기를 가진 이종범이 매력적인건 어쩔수 없다고 하더라구요. 이게 야구안보는 사람들의 마인드일겁니다.

은퇴
그렇게 그사람이 은퇴했습니다. 마음속 전설이 은퇴하는데 왜 내가 다 산것같은 기분이 드는지 모르겠습니다. 야구를 좋아하지도 않아서 경기를 자주 보지도 않습니다. 이종범빠라서 이종범 연호하지도않습니다. 그래도 언제나 해태,기아엔 그사람이 있어서 뿌듯했고, 한국대표팀엔 당연히 그사람이 있어야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사람이 그렇게 은퇴를 하네요.
친구가 오늘 이종범 은퇴식이 있다고 말하는데 제가 그랫습니다.
 '은퇴식이 문제가 아니라 은퇴경기를 해야하는거아냐?'
그래도 그와 아들이 시구시타를 하는데 왠지 뭉클하더군요. 뭔가 다음세대에 넘기는 느낌?
물론 늦은감이있습니다. 진즉 은퇴했어도될 나이,실력이었고 지도자로서의 준비도 훠얼씬 일찍할수잇었을텐데..
그를 연호하는 사람들이, 그 연호와 환호가못가게 붙잡은거겠지요.

내 전성기도 그렇게 가는거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런데 따지고보면 26에 되게 허접한글솜씨로 이런글을 작성하는것도 되게 웃깁니다. 어찌보면 전성기를 시작도 안했는데말이죠..

그래도 뭔가 하나 져무는 느낌은 어쩔 수 없나봅니다.
어쩌면 다시 돌아가고싶어서 글을 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흑백인지 칼라인지 구분도안가는 저질해상도의 아날로그13인치티비를 보면서 이종범이 도루를 성공할때 엄마와 같이 박수치던그때로..
부끄러운 감상글인데 너무 쓰고싶었어요. 

언제나 유니폼이 더럽던 이종범을 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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