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연게여러분 :)
약 1년 넘게 오유 눈팅만 하다가 밤에 잠도 오지않고 여러가지 생각이 들어서 급 가입해서 글을 써요 ㅎㅎ
모바일이라 글이 횡설수설해도, 또 제가 마음이 복잡해서 글이 길어질수도 있는 점 이해 부탁드립니당.
저는 올 2월에 그 유명한(...), 이별방식 중 최악이라는 잠수이별을 당했어요.
장거리(경기-부산)연애여서 4개월 남짓 연애하는동안 3번밖에 못 만났지만 제가 많이 좋아했었나봐요, 아직까지 생각이 나는 걸 보면.
그 오빠랑 저는 동호회같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만나서 2년 넘게 친구로 지내다가 연인으로 발전한 케이스였는데요. 저는 솔직히 친구일땐 크게 마음이 없어서 거리를 뒀지만 오빠의 끈질긴 구애("한번 만나보자", "니 전남친 눈 삔거아니냐, 너같은 애를 놓치다니" 등등)에 한번 만나보는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마다 부산으로 내려와서 절 만나는 모습에 마음이 열려 연애를 시작하게 됐어요.
하지만 오빠는 야근이 잦았고, 점점 우리 미래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나의 하루에 대한 궁금함보다는 본인 회사와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를 하소연하는 일이 많아졌어요. 전 그때 당시 이직을 준비하는 중이어서 오빠보단 시간이 많고, 또 제가 힘들게 회사생활했던 것들도 생각나서 처음에는 많은 응원과 토닥임의 메시지를 전해줬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도 사람인지라, 계속된 불평과 짜증섞인 말투에 점점 지쳐가더라구요.
한날은 제 잘못도 아닌데 왜 이런 얘기를 들어줘야하나, 싶은 마음에 "그러면 그 회사를 나와서 다른 곳으로 가보면 어떠냐"라고 말했어요. 그랬더니 그 오빠, 엄청 화내면서 "이직이 말이 쉽지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다", "닌 모르겠지만 이 업계에서는 2년 이상은 되어야 경력으로 쳐주니깐 난 2년은 무조건 다녀야 한다" 라더라구요. 기왕 2년 다닐거면 좀 좋은 마음으로 다니지... ㅋㅋㅋㅋㅋ
그렇게 저도 알게모르게 오빠에 대한 서운함이 쌓여갈 즈음, 원래 만나기로 약속했던 주말이 다가왔어요. 하지만 그 토요일을 앞둔 목요일에 그 사람은 회사에서 철야를 한다고 했어요. 안 그래도 피곤에 쩔어있는 사람인데 철야까지 한다니 엄청 걱정이 됐지만, 어쩔 수 없잖아요. 조금이라도 토막잠 자라고 메시지 보내고 저도 잠 자는둥 마는둥 하면서 한 시간에 한 번씩은 깨서 카톡 보고 했는데요. 분명히 철야한다던 그 사람은 밤 11시 이후로 제 카톡을 읽지도, 카톡을 보내오지도 않았어요. 그리고 다시 연락온 시간이 다음날 오전 8시. 뭔가 철야한다기엔 연락온 시간대가 이상했지만 일이 바빴나보다, 정신이 없었나보다 하면서 잘 토닥여줬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에, 갑자기 카톡으로 "나 어제 철야해서 너무 피곤해서 내일 못갈거같아"라고... 그때 저희는 약 2개월간 서로 얼굴을 못 본 상태였고, 오빠가 피곤하면 내가 올라간다고 하니 절대 아니라며, 올 필요 없다고 내가 내려간다고 하던 사람이라서 이번에는 꼭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좀 슬펐어요, 나 혼자 연애하는 것 같고. 그래서 좀 카톡으로 화를 냈어요. 만나기로 한 하루 전에 이렇게 통보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 오빠가 피곤하면 내가 가면 되는데 그래도 쉬고싶으냐.. 대답은 쉬고싶대요. 근데 왜 전 그 말이 제 얼굴 보기가 싫다는 말로 들렸을까요.
그래서 그 날은 저도 폭발해서 이제 카톡 그만하고(더 얘기하단 싸울거같았어요), 내일 다시 연락하자 그랬어요. 주말에 푹 쉬란 말과 함께요. 근데 이게 마지막일줄이야... ㅋㅋㅋㅋㅋㅋㅋ
일요일, 월요일, 화요일이 되어도 오지 않는 연락에 전 슬슬 걱정이 돼서 화요일 오후에 전화를 걸었어요. 안 받더라구요. 카톡도 남기고, 혹시 사고라도 났나, 몸이 아픈가, 발을 동동 굴렀어요. 미련하게 그때는 그게 잠수라는 걸 알지도 못했던 것 같네요.
걱정속에 하루를 보낸 다음날 다시 카톡을 하려고 보니까 이게 웬걸, 메시지를 읽은거예요ㅋㅋㅋㅋ 휴.. 대충 눈치는 챘지만 피치못할 사정이 있을수도있으니 미련하게도 또 카톡을 보내고 전화를 했어요. 무슨일있는거아니냐고, 연락달라고. 네, 또 읽씹당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
그 뒤로는 저도 확실하게 잠수이별이란 걸 깨닫고 더 이상 연락하지 않았어요. 근데 이 잠수이별이란게 데미지가 너무 크더라구요. 차라리 "연락그만하자"라고 딱 말해줬다면 아, 여기까지구나, 하고 마음정리가 될텐데 아무말도 없이 사라져버리니 사람 미치겠더라구요.
처음에는 화가났어요. 지가 잘못해놓고 잠수라니.
며칠 뒤에는 자괴감이 엄청 몰려왔어요. 저한테 마지막이라는 말도 하기 싫을만큼 정이 떨어졌나싶어서. 제가 회사일로 힘든 사람, 제가 보고싶다는 이유로 더 괴롭혔나 싶어서. 모든 게 제탓인것만 같았고 제가 만약 그날 화를 내지 않고 푹 쉬고 다음에 보자고 말했더라면 지금까지 잘 만났을텐데 하는 마음에 엄청 힘들더라구요.
그 2월을 넘기면서 거의 3월 중순까지 한 달 남짓한 시간에 체중도 6kg이 빠졌어요. 이직해야 하는데 그럴 여유도 마음도 생기지 않았어요. 그렇게 힘든 시기는 난생처음이었던거같네요...
4월이 시작되면서부터 조금씩 좋아진거같아요. 어느순간 순전히 100프로 제 잘못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제는 거의 잊었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헤어져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문제는, 제가 이번달부터 새로운 연애를 시작했어요. 전남친과 다르게 저를 엄청 아껴주고 사랑해주고, 제가 이렇게 사랑받아도 되나 싶을정도로 절 배려해주고 믿어주고 예뻐해주는 착한 남자를 운 좋게도 만났거든요.
근데 자꾸 와장창 실패로 돌아간 전 연애가 떠오르면서, 그 생각이 또 꼬리를 물어서 자존감을 깎아내리고,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도 언젠가 그렇게 날 떠나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들어서 행복한 순간도 온전히 즐기지 못해요. 지금 남친이 다정하게 대해주면 정말로 행복하지만, 얘도 나중에 나 버리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면서 힘이 들어요. 지금 남친도 제 전 연애를 대충은 알아요, 얘기해달라그래서 대충 얘기해줬거든요. 그래서 더 자기가 아껴주고 사랑해줄거라고 했지만, 사람 마음이란게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고, 좀처럼 갈피가 잡히지 않아요.
잠수이별이 백퍼센트 제 잘못은 아니란 거 이제는 아는데... 자꾸만 문득문득 그 생각이 들면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남친이 사랑한다 말해줄때면 제가 그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에 엄청 괴로워요..
이 트라우마를 어떻게 극복해야할까요?? 저도 얼른 극복해서 남친이 저한테 주는 사랑만큼, 불안해하지않고 더 사랑해주고싶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