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M16이 명성을 떨치긴 했지만, 그리 햄볶하지만은 않았습니다.
M16이란 거, 실제로는 병사들이 꼬질대로 총구나 쑤시다 총맞아 죽었다며 청문회까지 불려갔던 멋진 총입니다.
뭔 자신감인지 크롬도금도 빼먹은 총열 및 약실과, 총에 안 맞는 화약이 M16계열 특유의 작동방식인 가스직동식(Direct Gas Impingement 또는 그냥 Direct Impingement) 방식과 맞물려 화를 불렀죠.
이 방식은 총열에 뭔가 닿는 부분을 최소화할 수 있어 명중률이 높아지고 부품이 단순해지며 총도 가벼워지는 등 장점이 있지만,
탄이 발사되면서 나오는 가스가 튜브를 타고 바로 노리쇠를 밀어버리는데 그러다 보면 그 가스에 섞여 있는 이물질들이 총 내부에 쌓여서 작동불량을 일으킨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게다가 그 가스가 맞지도 않는 탄약 탓에 꽤나 더럽다면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없을 겁니다. (사실 M16은 어찌 보면 StG44의 후손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기존의 가스피스톤은 어따 팔아먹고 왜 신뢰성에 문제가 있는 이 방식을 굳이 선택했는지는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그래서 다음 세대의 M16은 작동방식에 손을 대려고 했죠.
가스직동식에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가스피스톤 방식으로.
CAR-703
생긴 건 M16에 스토너 63을 약간 섞은 것처럼 생겼고, 기존의 M16과 가장 다른 점은 원래 M16에 없었던 가스피스톤이 추가되었다는 것입니다.
AK의 그것과 같은, 롱 스트로크(Long Stroke Gas Piston) 방식.
가스가 총 내부까지 밀고들어가지 않고, 노리쇠와 붙어다니는 가스피스톤을 뒤로 밉니다. 가스직동식과 비교하면 정확도는 다소 떨어질지 몰라도, 신뢰성은 높습니다.
AK의 작동방식(우리 군의 K2도 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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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끝내 미국이 M16A2랍시고 채용한 총은 기존의 M16A1과 작동방식상 차이가 없는 그런 물건이었습니다. 아마 높으신 분들의 귀차니즘과 예산이 문제였을지도요.
그 뒤의 역사는 모두 아시는 대로입니다. 병사들의 근성과 수고(가스직동식은 이물질이 많이 쌓이므로, 원활한 작동을 위해서는 더 자주 닦아야 합니다)로 어떻게든 쓰긴 하지만 늘 말도 많고 탈도 많죠.
이게 문제라는 것은 HK416같은 가스피스톤식 AR-15가 판치고 XM8, SCAR 등 차기소총으로 거론되었던 물건들이 하나같이 가스직동식이 아니라는 점에서도 드러납니다. 그 외에도, M16을 베끼거나 영향을 받은 외국의 총기들(K2 포함) 대부분이 가스피스톤 방식이지 가스직동식을 쓰는 일은 거의 없다는 점에서도요.
아마 CAR-703이 M16A2의 이름을 받았다면, HK416같은 물건이 각광받을 일도 없었을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