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 가족들 "대통령 담화에 우리 얘기는 빠져있어" 반발
19일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와 관련, 실종자 가족들이 반발하고 있다. 아직 18명 실종자에 대한 수색작업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에 대한 대책이 빠져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진도 실내체육관에 모인 실종자 가족들은 담화가 발표된 오전 9시 이전부터 체육관 밖 야외 브라운관에 삼삼오오 모여 대통령 담화를 기다렸다. 무관심한 듯 돌아다니던 가족들도 9시 담화 발표가 시작되자 체육관 안과 밖 모니터 3개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담화문이 발표되는 내내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집중하던 가족들은 발표가 끝나자 허탈한 표정으로 자리에 일어났다. 몇몇 어머니는 눈물을 흘렸고, 아버지들은 담배를 물었다. 수색작업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해경 해체'에 대한 언급이 수색 의지를 꺾지는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한 아버지는 "진심이야 느껴지는데 여야 정치인들이 대통령의 저 발언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움직일 지 의문"이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른 아버지는 "발표 말미에 구명조끼를 누가 벗어줬다고 하는 부분은 사실과 다른 게 많다"면서 "보고해준 것, 적어준 대로 말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격한 반응도 나왔다. 한 어머니는 "지금 제일 중요한 게 구조인데 구조얘기가 안 나왔다. 배 속에 있는 애한테 어떻게 보상을 한다는 거냐"며 "기본이 안 돼 있다"고 혀를 찼다. 그는 "본인이 해경이라고 생각해보면 해경 해체한다는데 일할 생각이 나겠냐. 구조를 제대로 하겠냐"며 "대통령은 이렇게 발표해버리고 해외로 가버리면 끝 아니냐"며 분노했다.
이 어머니를 포함해 체육관과 팽목항에 있던 실종자 가족 10여명은 담화 발표 후 곧장 진도군청으로 향했다. 이들은 진도군청 상황실에서 범정부 사고대책본부 관계자들에게 이번 담화에 대한 항의의 뜻을 밝히고, 조속한 구조를 다시 한 번 촉구했다.가족들은 "마지막 1명까지 책임진다고 해놓고 이렇게 해경 해체를 급히 발표하면 어떡하냐"며 "해경, 잠수부 1명도 못 빠져나간다"고 항의했다. 한 어머니는 "실종자가 이만큼이나 있는데 실종자 수습이 최우선으로 거론돼야지, 자식들이 바다에 있는데 이러 수 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이들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실종자 가족들과 유가족들의 입장이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한 어머니는 유경근 유가족 대책위 대변인이 담화문에 대한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는 데 대해 "거기 우리 내용은 빠졌다. 실종자 가족이 더 중하다"며 "우리 입장을 반영해서 이곳에 내려와서 같이 발표하거나 따로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앞서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대국민 담화를 통해 "해경의 구조업무는 사실상 실패했다"며 "해경을 해체하고 수사정보기능은 경찰청으로, 해양구조 구난과 해양경비는 신설 국가안전처로 넘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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