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인즉슨 어떤 문제든 성향이 편향돼 있고, 문제 자체를 바라보기 보다는 성향에 맞춰 대응한다.
블라인드 제도는 그런 경향을 더욱 부추긴다. 반대되는 의견은 일부러 보지 않으면 안 보게 된다. 반대되는 의견은 수로 밀어붙여서 아예 보이지 않게 만들어 버리면 된다. 아줌마들 말싸움하고 비슷하다고 본다. 말의 양과 크기로 밀어붙여서 상대방이 입도 뻥끗 못하게 만드는 거.
대표적으로 보면 정치적인 성향이 크게 진보 쪽으로 기울었고
종교에 대해서는 무신론자들이 득세하고
한국 여자에 대해서는 한국 여자는 무슨 보슬아치, 된장녀로만 구성된 것처럼 보일 정도고
성에 관련되서는 보수적인 게 좋은 거고.. 등등
두 번째 문제점은 선비들이 많다. 이건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볼 수 있는데, 블라인드 제도와 맞물려서 단점으로 기운다.
장점이라고 한다면 사람들이 예의를 지키며 대화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난 웃대 같은 저질 사이트보다는 오유를 선호한다. 하지만 세상에는 어떤 문제에 대하여 극단에 속해 있는 사람이 있고 중도에 속하는 사람이 있으며 개방적인 사람이 있고 보수적인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다수를 차지하는 오유 선비들에 의하여 극단적인 주장을 펼치는 사람이나 개방적인 성향의 의견들은 묻힌다. 그리고 묻어버리는 방식도 정당한 토론에 의해 격파하기 보다는 블라인드로 안 보이게 만들어버린다.
난 디시뉴스를 좋아한다. 거기 가면 일명 수꼴이나 좌빨이라고 불리는 정치 성향의 극단에 있는 사람들이 펼치는 설전을 볼 수 있다. 오유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모습니다. 물론 그들이 구사하는 언어는 정신 건강에 별로 안 좋기는 하지만.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에서 알바를 고용하면 디시 뉴스에서도 활동하게 한다고 한다. 하지만 얼마나 효과를 볼 수 있을 지는 모르겠다. 그 정도로 자유로운 토론이 이뤄지는 곳에서 어느 한 쪽으로 의견을 기울어지게 하는 것은 어렵다.
디시의 이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모든 것을 까라'인데, 오죽하면 디시에서는 베토벤도 깐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좋게 말하면 비판적인 사고 방식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유에서는 운영자도 아니고 유저들에 의해서 사상 검열이 이루어진다.
어떤 사고방식이 한 가지 지점에서 고여 썩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오유에 오래 있다 보면 보수정권을 지지하는 사람은 모두 꼴통이어야 되고, 한국 여자의 사상은 모두 글러먹었다는 식의 편견을 주입받기 쉬울 거 같다. 종교를 까는 건 좋다고 본다. 태어나서 종교를 옹호하는 어떠한 논린적인 주장도 들어본 적이 없으므로 애초에 토론이라면 종교 쪽이 밀리는 게 당연하다.
뚜렷한 자기 주관을 가지고 있는 것을 바람직하지만, 비슷한 사상을 가진 사람들끼리만 생각을 공유하면 사상은 썪고 자기반성과 발전의 기회를 놓치고 만다.
아무튼 여러 번 제기된 얘기지만 반대를 먹어도 블라인드가 안 됐으면 좋겠다. 대신 악플 탭을 하나 추가해서 악플의 경우에만 블라인드 돼도록. 반대를 많이 먹으면 글 색에 아무런 변화가 없고, 찬성을 많이 받으면 글 색이 변하는 것으로 하면 좋을 거 같다. 반대를 먹었을 때 빨간색이라던가 글 색이 바뀌면 그 자체로 보상이 되서 개드립을 치는 사람들이 많아질 거 같다. 야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