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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병의 일과
게시물ID : military_2945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코르크론
추천 : 3
조회수 : 6049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3/08/28 14:37:57
6:00 기상나팔 소리에 잠을깬다.

6:15 점호. 도수체조와 구보를 한다. 점호가 끝나면 이 때부터 바빠진다.

6:30 최대한 먼저 씻어야한다. 씻고 전투복 환복하고 밥먹으러 가야한다. 일반 병사들은 느긋하게 씻고, TV보고, 밥먹는다. 이유는 운전병들에겐 점호가 한번 더있기 때문이다.

7:00 밥을 먹었으면 바로 수송부로 간다. 일조점호 준비를 해야한다. 각종 공구를 세팅하고 기타등등.

7:30 차량일조점호 or 운행신고
그날 운행이 없는 운전병들은 차량 일조점호를 한다. 일조점호는 차량의 기본적인 상태를 살피는 일이다. 공기압, 오일량, 기름, 체결상태, 시동, 전기장치 작동유무 등등. 
만약 운행이 있다하면 모여서 대대장실앞으로 가서 대대장 앞에서 오늘 운행에 대해서 브리핑(선탑자, 차량, 목적, 시간 등)을 한다. 대대장님 앞이기 때문에 칼군기를 지켜야하고, 운행있는 운전병은 영외로 나가기 때문에 항상 A급 전투복을 차려입고 나가야한다. 깔끔하게.

8:00 일과시작
일조점호와 운행신고가 끝나면 그때되면 저 멀리 생활관에서 중대장과 행보관 지시사항을 듣고있는 다른 보직의 병사들이 보인다. 그들은 그때까지 쉬고 있었다고 생각하면 참 슬퍼지는 순간이다.  
일과가 시작됬으니 차량의 예방정비를 한다. 주간정비, 월간정비, 반년정비를 하기위한차량을 수송부 앞에 주차 시키고 그중 월간정비와 반년정비는 정비고 안으로 주차 시킨다. 다른 운전병들은 각종 공구를 세팅하며, 컴프레셔의 시동을 켜고(우리 부대 컴프레셔는 매우 낡아서 시동이 엄청 안걸렸음 ㅠ) 에어건등을 연결하여 끌고 온다. 세팅이 끝나면 운전병들은 정렬하고 수송관이 나온다. 일일 안전교육과 수송부 전달사항을 듣는다. 그 후 수송부 실세(?)인 운전병이 나와서 운행표를 확인하며 운행이 없는 운전병들에게 정비할 차량에 대해 임무 부여를 한다. 보통 이등병들은 일병과 섞여서 주간정비를 하고, 간간히 에이스 이등병과 일병은 상병장이 주도로 하는 월간정비와 반년정비를 한다. 

주간정비 
2주에 한번 차량을 정비하는것으로 각종 기계장치와 오일을 보충하며, 필터 청소와 타이어 공기앞 체크 및 마모검사 후 타이어 교체까지 하는 정비다. 난이도는 그리 높지 않으나 2주에 하다보니 대상 차량이 많다. 대략 차량이 40대정도 있던 우리부대에선 3~5대가 매일 주간정비가 섞여 있었다. 내일 주간정비인 차량을 내일 써야 한다면 오늘로 정비를 땡겨서 하기 때문에 의외로 많다. 보통 옷 더러워질일이 별로 없다보니 짬 안되는 운행있는 병사도 운행 나가기전엔 주간정비에 참여합니다.

월간정비와 반년정비
이때는 오일을 교체한다. 그리고 허브작업을 한다. 월간의 경우 뜯어보고 더러우면 교체를 하는것이 보통이지만 우리부대의 경우 정비대대 이므로 물자가 넘쳐났기에 수송관은 항상 교체를 했다. 그래서 우리부대는 월간정비=반년정비 ㅠㅠ
차량 오일교체하는건 다들 카센터에서 보셨으니 아실껍니다. 다만 군용차는 그 크기와 위용에서 오일류가 꽤 많이 들어간다는 점이 힘들뿐입니다. 문제는 허브작업인데 이게 바퀴마다 있는 베어링을 꺼내고 베어링과 바퀴 축에 채워져있는 구리스를 다 긁어내고 새 구리스를 채워줘야합니다. 반년만에 까는 허브는 정말 똥보다 더 더럽고 냄새도 역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근데 그 작업을 맨손으로 합니다. 이유는 목장갑끼면 실오래기나 먼지가 허브에 들어가면 자동차에 안좋다고 합니다. 뭐 저도 하라면 해야하니까 그렇게 했습니다. 맨손으로 구리스를 다 닦아내고, 이걸 세척한다고 솔벤트에 집어넣어서 손으로 비벼서 털어냅니다. 솔벤트는 휘발유보다 휘발성이 강한 세척용 유기용제로 휘발유랑 비슷합니다. 당연히 솔벤트 안에도 맨손을 집어넣죠. 솔벤트는 구리스를 녹이는 역할을 합니다. 이제 솔벤트에 의해 씻겨진 베어링에 솔벤트를 제거하는 일이 남았습니다. 에어건으로 바람을 불어줘서 베어링 구석구석을 날려줍니다. 그러면 베어링이 바람에 의해 돌아가면서 슁~~ 소리가 나면서 개가 개털 털듯 솔벤트가 털립니다. 그작업을 하다보면 휘발성이 강한 솔벤트이기 때문에 솔벤트는 다 날아갑니다. 당연히 베어링 들고있는 손에 뭍은 솔벤트도 날아가겠죠. 손은 완전 건조해져서 햐얘지고 겨울같으면 너무 피부가 말라버려서 살짝만 당겨줘도 피부가 갈라집니다. 모든 손가락마디의 주름 사이사이가 다 말라버려서 그 주름이 갈라져서 피가나기도 합니다. 폐구리스와 솔벤트를 한번 겪은 손은 이제 새 구리스를 손으로 퍼서 축에 채워줍니다. 당연히 중간중간 쉬는시간, 화장실 갈때 바지를 구리스 뭍은채로 내릴 수 없으니 솔벤트에 손을 씻습니다. 하루종일 구리스와 솔벤트를 넘나드는 맨손입니다. 이런 작업이 허브작업인데 모든 바퀴를 하기 때문에 차량도 크기 때문에 보통 4~5명이 붙어서 하루종일 한대를 작업합니다. 만약 반년정비가 2대 있는 날엔 죽어납니다.

운행
운행은 기본적으로 선탑자와 지정된 차량으로 각종 목적에 맞게 운행을 나갑니다. 짧은거리부터 관외까지 어디든 갑니다. 관외는 부대가 속한 위수지역 밖을 말합니다. 이럴경우 상병장급 A급 운전병만 나갈 수 있습니다. 여튼 운행은 각 목적에 따라 하루종일 운전만 하는경우도 있고, 목적지 도착후 선탑자 업무 마칠때까지 한나절 대기타다가 복귀하는 꿀같은 운행도 있고, 트럭을 몰고가서 짐을 받아오는데 인력이 없어서 혼자 다 차량에 싣고오는 노가다성 운행도 있습니다. 보통의 경우엔 잔류해서 정비하는것보다 운행이 편합니다. 다만, 몇몇 운행은 야간에 복귀하기도 하기때문에 짜증날때도 있습니다. 또 운행자는 영외로 나가므로 근무를 설 수 없기때문에 모든 주간 근무는 다른 병사들과 바꿔야합니다. 그래서 남들 쉬는 시간에 운행복귀하고 근무서러 나가는 운전병들 참 많습니다. 간혹 운전병은 근무 안서지 않느냐? 라고 하는분들 있는데 그건 부대마다 사정이 다릅니다. 저희부대는 워낙 인원이 없어서 열외없이 근무를 다 섰고, 운행이 있는 사람은 주간에 운행을 저녁시간으로 다른 병사와 바꾸던지 해야했으므로 짬 안될땐 진짜 개인 시간이 거의 없었습니다. 밀린 근무 낮시간에 하루에 두번 근무서고, 밤중에 자다가 또 서고 한적도 여럿 있습니다. 진심 운행때문에 근무 바꾸는게 참 좆같아서 여기저기 부탁하고 다녀야하고 사람 짜증나는 일입니다. 각자 자기 처부 바쁘다고 안바꿔주고 운전병들끼리 바꾸라는데, 운전병들 절반 넘게 운행나가버리니 바꿀래야 바꿀 수 없고... 여튼 인원없는 부대에선 참 애로사항이 많습니다.

17:00 정리 및 마무리.
이미 다른 부서들은 일과가 끝나고 연병장에서 축구하고 놀고 있습니다. 하지만 운전병들은 보통의 경우 다른 부서보다 1시간정도 늦게 끝납니다. 그도 그럴것이 정비병이 이동정비를 간다고하면. 운전병은 차량을 준비하고, 정비병을 태우고 운행을 가서 업무를보고 정비병을 태우고 돌아옵니다. 정비병은 돌아왔으면 업무가 끝났으므로 짐만 풀어놓고 생활관으로 올라갑니다. 그러나 운전병은 이제 복귀했으니 차량 상태를 확인하고 각종일지를 작성하고 수송관에게 운행에 대해서 특이사항 보고를 하고 다음날 운행을 확인합니다. 당연히 운행에 따라서 더 늦게 끝나는경우가 많습니다. 만약 운행중 차량이 문제가 생겼으면 그 것을 고칠 준비까지 내일을 위해 끝내놓고 올라가야합니다.

17:30 열심히 체육활동을 한 중대원들이 밥먹으로 오는것이 보입니다. 나는 운전병이므로 아직 업무가 끝나지 않았지만 우리 분대가 밥먹으러 가고 있기 때문에 수송부 앞에서 운전병인 저를 분대장은 인터쎕트 합니다. 손은 꼬질꼬질 하므로 손씻고 오는것도 눈치보입니다. 나는 먼지투성이 전투복이지만 다른 특기의 분대원들은 전원 활동복입니다. 소외감을 느끼며 수송부를 떠납니다. 하루 일과가 끝났지만.. 밥을 먹고 돌아와선 운행때문에 바꿔논 근무를 나가는것이 태반. 짬이 안될땐 빨래 걷는것도 신경써야하고 할게 참 많습니다.

18:00 이후 일정은 근무 or 개인정비.
내일 근무를 확인하고, 내일 운행과 비교해서 근무를 못 설상황이라면 이제부터 근무 바꾸는 일에 돌입해야합니다. 주간근무인데 야간근무와 바꿔야하는 불상사가 '늘'일어납니다. 그렇게 바꾸면 모든 사람들은 땡큐를 외칩니다. 언제나 잠이 부족한 운전병이 됩니다. 진심 상병 달기 전까진 야간에 8시간 채워서 자본적이 10번도 안됩니다. 부대 인원도 없어서 비번도 없을뿐더러, 비번이래도 운행때문에 바꾼 근무 서야하고, 운행때문에 주간근무를 야간근무와 바꿔 서는적이 많습니다. 그래서 전 군대있을때 수면부족으로 매일 두통에 시달렸습니다.

이것이 운전병의 일과입니다.

이제 운전병이 더욱 힘들어 지는점은 바로 겨울이죠. 영하 10도에 칼바람이 부는 강원도 산골짜기에서 어김없이 모든 정비는 제때 이루어져야합니다. 모든 차량은 덩치가 있으므로 실내 작업따윈 없습니다. 언제나 차가운 고철덩어리를 만지고, 솔벤트와 구리스를 한 겨울에 맨손으로 만지고 그 위에 내 손에ㅜㅜ 에어건으로 바람으로 지져야합니다. 그게 운전병입니다. 체인과 관련해서도 작업해야하고, 수송부는 넓기 때문에 수송부 작업도 많습니다. 제설, 제초는 기본이오 수송관은 행보관보다 더 악날할경우가 많거든요.

운전병 편하다고 하는 사람들은 운전병이 운행하는 모습만 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가장 많이 죽는 보직이 운전병이기 때문에 수송부 군기는 웬만한 보직 군기보다 빡셉니다. 움직이는 고철덩어리는 흉기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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