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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녹지 않는 고장엔 숲이 춥게 된 전래가 있다
게시물ID : readers_2947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빗속을둘이서
추천 : 3
조회수 : 18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9/02 03: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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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액운과 살 소름 끼치게 점지하였으나
미래 보는 것과 달리 정작 신통력 부작용인지
검은자위 흐린 산골 처녀는 글도 모르고 단지 연명이 바빴거늘
어찌 알 도리 없는 부적 써보라 하고 졔를 치루라 한 건가
배운 신녀 되지 못하면 저주 소리나 해대는 잡것이라 하여
마을 사람들 미움이 한곳으로 쏠린 해였다
앞 못 보는 것 사는 데 들러 노마가 감자 한 알 훔치니
동네 아이 우르르 몰려 가 노략질한들 누구 꼴 좋아지라 말리겠으며
처녀 험담 구시렁댄 부녀자는 낫과 호미 챙겨 도망가고
술 취한 사내는 한탕 챙길 요량에 장독 통째로 업어가고
인색한 할미는 십 보 남짓 텃밭 털고
더러운 일 마지않을 할아비는 널어둔 옷가지마저 가져 제 손주 따듯이 한다는데
같이 먹고 살자 쥐구멍도 내버려 둔 처녀가 아무리 보살인 들 어찌 속 안 썩겠나
눈 병신이어도 마음속 흘릴 눈물 왜 없겠나
남보다 배에 배 부지런해야 겨우내 버틸 팔잔데
다시 채비 매달려도 무슨 수로 겨울 날라고
해도 해도 안 됐던지 인가로 가는 길 천신만고 끝에 짚으나 딱하다
젖먹이부터 유지까지 지 부정할 걸 아니 오죽 망설였으면
온통 눈 쌓일 때 되도록 해쳐 가기엔 너무 늦은 것이다

"별 생각 다 드네. 이리 죽나 벼"

기다리지 말고 그저 박혀 지독히 잠자는 법 익히라
종종 찾아와 약초로 산 먹을거리 입을거리 두고 간
아버지라던 심마니는 몇 년째 소식 없어 기억에 무뎌졌건만
하필 약초 잘못 먹여 내 이 꼴 난 건가 싶기도 해 미웠던 자이건만 
몸은 분명 차갑게 파묻혀 얼어가는데 
아버지 손에 손잡던 촉감 영 생생한 게 죽는 건가 싶어
죽을 때 생각난 거 보니 소문이 그냥 뜬 소문이 아녔나 보네
지나간 해로 120세란 장수댁이 황제에게나 진상해야 할 아주 귀한 약초 어서 구했다는데
보신에 좋다면 물불 가리지 않는 자라던 수다 엿들었어
헌데 가진 소랑 논 마지기 그대론데 뭘 지불한 거냔 추리가 한동안 입방아 오를 재미였다지
어쩜 그때부터였나 맹인에 홀몸인 날 작정하고 만만히 여긴 거야
그래 그자가 후환 치우려 병마랑 가뭄 다 내 탓으로 몰았어
액과 살만 속삭이던 한 속에 있는 년 기세등등해질라 살면서 내 심성 곱게 버텼지만
직접 죽음과 친해지려 뵈니 이제야 이 썩을 운명도 제 쓰임 알겠다
모두 미워. 너희는 열매를 얻지 못할 것이며, 고립되리라.

유독 눈이 녹지 않는 고장엔 숲이 춥게 된 이야기가 있다
소문 듣고 먼 길 온 꽤 득도한 심마니가
처녀귀신 피를 먹은 독초가 필요했던 모양일세
눈썹이 어찌나 희고 길던지 풍모부터 범상치 않더이
그는 신선을 만났다고도 하고
근데 그런 걸 대체 누가 의뢰한 걸까?
혼자 몽유병에 시달려 진시황의 혼백이라도 봤던지
하여간 극약엔 위험한 정제 과정이 따르니 잡념은 곧 죽음이었고
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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