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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그 기차역에서
게시물ID : panic_294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후르츠
추천 : 14
조회수 : 300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08/09/12 21:14:16
내가 초등학교 6학년 때의 일이다. 그 날도 여느 날과 다름없이 잠에서 깨어 학교로 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양말을 가지러 잠시 안방으로 들어갔었다. 문을 열자, 평소 같으면 주무시고 계셨을 엄마가 웬일인지 잠에서 깨어 나를 바라보고 계셨다. 그 눈에 촛점이 없는 것 같아 기분이 이상했다. "웬일이야. 벌써 일어나 있고." "...." 분위기가 이상했지만 개의치 않고 양말을 가지고 다시 방을 나서려는데, "ㅎㅇ아, 오늘 학교 가지 마라." "왜?" "가지마. 엄마 꿈 꿨어." "무슨 꿈." 엄마가 꿈을 꾸셨는데, 웬 기차역에 서 계셨다. 엄마는 꿈 속에서 내 손을 잡고 있었는데, 눈 앞에 정차했던 기차가 잠시 후 떠나려는 조짐이 보였다. 엄마는 왠지 기차를 타고 싶지 않아서, 내 손을 잡고 뒤돌아서 가려는데, 갑자기 뒤에서 익숙한 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그 소리에 뒤를 돌아보자, 엄마를 부른 사람은 돌아가신 외할아버지셨다. 엄마는 너무 놀랍고, 또 한편으론 반가워서 외할아버지 앞으로 걸어갔는데 할아버지는 생전에 인자했던 눈빛은 온데간데 없고 굉장히 싸늘하고 매서운 눈으로 엄마를 바라보시면서, "ㅎㅇ이는 내가 데려가마." 하시고는 곧바로 내 손을 이끌어 기차에 타려고 하셨다. 엄마는 기차역의 분위기도 이상하고, 또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저런 모습으로 나를 데려가려고 하시는 것이 왠지 맘에 걸리고 꺼림칙해서, 나를 기차에 태우지 않으려고 날 잡아당기셨다. 그랬더니 할아버지는 계속해서, "이거 놔! ㅎㅇ이는 내가 데려갈거야!" 하시면서, 끝까지 내 손을 놓지 않으셨다. 그래도 엄마가 "아버지 혼자 가세요. ㅎㅇ이는 저한테 맡기세요." 하며 내 손을 놓지 않자, 할아버지는 주머니 속에서 500원짜리 동전을 꺼내어 엄마에게 주시면서, "자. 이것 받고 ㅎㅇ이 나한테 줘라. ㅎㅇ이 내가 데려간다. 자 받아. 받고 ㅎㅇ이 손 놔라." 하시는 것이었다. 엄마는 당연히 그 돈을 받지 않으셨고 힘겨루기를 계속한 끝에 결국 나는 기차에 타지 않았고, 엄마와 난 함께 플랫폼에서 멀어지는 기차를 바라보았다. 그 때 기차가 출발하면서 나와 엄마를 쳐다보는 할아버지의 눈빛이 너무 섬뜩하고 무서워서 꿈에서 깬 후에도 계속 생각이 나고, 잊을 수가 없으셨다고 한다. 그렇게 말씀하시면서, 오늘 하루는 어디에도 나가지 말라며, 곧바로 학교에 전화를 해 그 날은 학교에 나가지 않게 되었다. 당시의 나는 당장 학교를 가지 않는다는 기쁨에 젖어, 엄마의 꿈 얘기 같은 건 그다지 귀담아 듣지 않았는데. 최근에 다시 그 일을 생각해보면, 그 때 엄마의 말을 무시하고 학교에 갔다면, 난 어떻게 되었을지 새삼 무서워진다. @@@@@ 어렸을 때 제가 직접 겪은 실화구요. 그 어떤 허구적 내용도 없습니다.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반말 사용한 점 양해해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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