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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회사를 퇴사하게 된 사연#4
게시물ID : soda_294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인마핱
추천 : 127
조회수 : 19141회
댓글수 : 42개
등록시간 : 2016/02/20 21: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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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생각보다 글을 기다려 주신 유저분들이 계셔서, 기쁘기도 하고, 죄송한 마음도 듭니다.
방금 한 유저분께서 제게 중국어에 대해 순수한 궁금증을 물어보셨는데요.. 갑자기 예전 에피소드가 생각이 나네요. ㅎㅎ
가끔 중국에서 여자친구가 한국으로 놀러오는데요. 한국어를 못하기 때문에 제가 중국어를 쓰게됩니다.
 
동대문에 APX에 가서 옷을 산적이 있지요. ㅎㅎ 여친이 한국사람들 옷 너무 예쁘게 잘입는다고 떼를써서....ㅎㅎ
동대문이다 보니, 옷을 사러가면 옷가게 사람들이 호객행위를 하시죠. ㅎㅎ
제가 여자친구랑 둘이 걸어가면, 여친이 자꾸 중국말로 말을 거니까.. 저 옷 예쁘다. 저 옷 후보에 올려두자 등등..
그럼 저도 중국어로 대화를 하지요. 옷가게 사람들은 저도 중국인으로 착각을 합니다...ㅎㅎ
 
그중에는 친절하신 분들도 있지만, 몇몇 누님들은 그렇지 않았죠. "거기 중국 언니 오빠~~여기와봐." 하면서 손을 흔드시지만..
우리가 안가면 웃으면서 손을 흔드십니다. "야~~떼놈들아~~다시는 오지마아~~~" 웃으면서^^ ㅎㅎㅎㅎ
여친은 그걸 못알아 들으니 같이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줍니다. 어이쿠...ㅋㅋㅋ
 
그럴땐, 고민이 많습니다. 제가 욕먹은건 상관이 없지만, 여친이 무슨죄로... 성질 같으면....어휴....
제가 기분나쁜 내색을 보인다면, 여자친구가 알아차리겠지요. 아..저 한국인이 저렇게 웃는얼굴로 나한테 욕을 한거구나..하고.
그런 상처보다..아니 우리 한국인들에 대해 여자친구가 가지게 될 "편견"이 너무 겁이 나더군요. ㅎㅎㅎ
 
그래서 저도 웃으면서 그 누님께 손을 흔들어 줬습니다. 어금니 꽉 깨물고..ㅎㅎㅎ 흑염룡도 가끔은 호연지기가 필요하지요. ㅎㅎ  
그래도 여친은 귀국할때도 웃으면서 귀국했겠지요..ㅎ 욕을 모르면, 마음이 편해집니다...ㅎㅎㅎ
 
사설이 길었군요. 그럼 4편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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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을 부사장에게 넘기니 마음이 편했음. 부사장은 본인이 회장님을 찾아간 목적을 "프로젝트의 중단" 이라고 생각했겠지만,
그건 눈가림. 제 목표는 뱀의 방식으로 "실패의 책임"을 부사장에게 넘기는 것이었음.
 
막상 다른부서는 척척 진도가 나가는데, 우리부서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음. 부사장은 일을 너무 편하게 생각했나봄.
 
부사장: "ㅇㅇ씨. 프로젝트 진행은 어때요?"
 
나: "응? 뭐라구요? 무슨 프로젝트요?"
 
부사장: "!!!!!!!!!!!!! 이사람아!! 프로젝트 진행해야지!!!"
 
나: "아니;; 무슨 지시가 있어야 진행을 하던 말던 하지요 ㅋㅋㅋㅋ"
 
부사장: "지시 했잖아. 프로젝트 진행하자고!!!!!!"
 
나: "그럼 저도 하나 지시해 드릴께요. 우리 이 프로젝트 성공합시다."
 
부사장: "아니 이 친구가!! 진짜 이럴꺼야!!!!"
 
나: "아니 왜 사원한테 이러시죠? 군대로 치면 이등병한테 전시 작전권을 맡기는겁니까? 그게 말이 되요? 나보다 높은 과장님께 얘기해보세요."
 
부사장: "아니..과장보다 ㅇㅇ이가 우리 부서 업무에대해 더 잘 알고있으니까 그런거지.."
 
나: "그런 저한테 상의한번 해보신적 있어요? ㅎㅎㅎㅎ"
 
부사장: "아!! 몰라. 이새끼. 그래 다 때려치우자. 다 때려치우고 다같이 망해보자. 됐냐?"
 
나: "네...ㅎㅎㅎ"
 
멍청한 인간이었음. 가만히 앉아서 월 800받는 사람하고, 박터지게 해도 월 180받는 사람하고 같이 망하면,, 솔직히 누가 망한거임? ㅋㅋㅋ
 
부사장은 그 후로, 인사를 해도 받아주지 않고, 회의를 해도 본인을 없는사람. 유령취급을 했음. 그래서 본인은 더 편했음. ㅋㅋㅋㅋ
군시절 보급관이 병장들을 유령취급 해주면, 얼마나 편한 군생활임? ㅋㅋㅋ
본인은 눈썹하나 까딱하지 않고, 기존 프로그램을 분석하고, 학습하고, 현장 설비 문제점 같은거 유지보수 하면서 평범한 일상을 보냈음.
그렇게 2주정도 흐르자... 부사장이 다시 다가왔음.
 
부사장: "ㅇㅇ씨. 프로젝트 잘 진행되고 있지요?^^"
 
와....본인이 살면서 뻔뻔한 사람들을 참 많이 봤지만, 이 사람이 단연 독보적임. 앞으로 내 남은인생 80년동안 이 인간보다 얼굴이 두꺼운
인간은 만나기 힘들꺼라 단언할 수 있음. 뻔뻔함으로 승부를 본다면, 본인역시 언제든 뻔뻔해질 수 있음.
 
나: "(모르는척)네!? 부사장님 프로젝트라니요~~??(깜짝 놀란 소녀마냥 오도 방정 떨면서..)"
 
부사장: "아니? ㅇㅇ씨. 프로젝트 몰랐어요? 어허~ 내가 지난번에 지시를 내렸는데, 많이 바빴나 보구나~~?"
 
(어쭈...이거 완전 연기력 싸움을 해보잔 거지? 연기력으로 따지면 군생활 하면서 포상휴가를 밥먹듯이 쟁취한 내 연기력을 따라올 수 있을까?)
 
나: "그러셨어요? 어머나 이걸 어쩌나...혹시 저한테 지시하신 문서나, 이메일이나, 그런 자료가 남아 있나요~? 제가 기억력이 나빠서...
      문서를 보면서 다시한번 검토해봐야 겠는데요~~"
 
부사장: "어~~그래요. ㅇㅇ씨. 잠깐만, 내가 오후에 이메일로 자료 보내줄께요."
 
팀원들 표정...대리 형님들 표정이 가관이었음... 대리형들이 드디어 참지 못하고 본인 손을 잡고 커피마시러 가자고 난리가 났음.
그렇게 따뜻한 봄 햇살을 받으며, 우린 회사근처 편의점에 둘러앉아 커피를 마셨음.
 
대리들: "야. ㅋㅋㅋ 내가 역대 회사생활 하면서, 이런건 처음봐서 그런데....부사장도 부사장이지만 너도 대단하다 ㅋㅋㅋㅋㅋ"
 
나: "뭐래요 형님들. 부사장이 나한테 똥을 던지는데, 보답은 해줘야죠. 나는 그냥 보답 안해줍니다. 바지 내리고 부사장 입에 직접 엉덩이
      댄채로 똥을 라이브로 싸줄꺼니까."
 
대리들: "ㅋㅋ.....차라리 후련하긴 하다.. 솔직히 우리도 너한테 많이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우린 프로그래머도 아니고, 영업, PLC, 설계팀에서
            잡혀온거라.. 너한테 아무 도움도 못주네...이대로 다 망하고, 회사 짤리는게 나을지도...ㅎㅎㅎ"
 
나: "어이고~~이 형님들 나이드시더니 마음만 약해지셨네. 순간 아버지의 눈물 보는줄... ㅋㅋㅋㅋ"
 
나: "그리고 형님들이 왜 짤려요? ㅋㅋ 다시 본래 부서로 돌아가겠지요. ㅋㅋㅋㅋ 뭔 회사 싸이클들을 이리 모르셔. ㅋㅋㅋ"
 
대리들: "그건 모르는 일이지..패기있는 니가 부럽다. ㅎㅎ 아직 나이도 어린데, 시작하는 마음가짐부터 다르네...ㅎㅎ"
 
나: "아이고~ 형님들. 나 아무것도 가진거 없는 걍 보통 사람입니다. 단지 내 전공이 프로그램이니까, 지금 상황에서 제가 돋보이겠지요.
      나는 형님들 처럼, 발이 넓지도 않고, 기구설계나 CAD같은건 할줄 몰라요. PLC도 모르구요. 같은 분야였으면 나는 형님들 따라가기도
      바빴을텐데. 스스로들 너무 과소평가 하는거 아님? ㅋㅋ 겸손인가? 아니..방금 내 연기력보다 더 뻔뻔한 사람들일세 ㅋㅋㅋ"
 
대리들: "ㅎㅎㅎ 그래서 너는 이제 어쩔꺼냐?"
 
나: "어쩌긴요. ㅋㅋ 끝장을 봐야지요. 형님들은 뒤에서 구경이나 하시고 ㅋㅋ 어차피 이거 안되면 책임은 부사장이랑 나랑 과장이 질테니까.
      구경이나 하세요 ㅋㅋ"
 
그렇게 티타임을 가지고, 사무실로 돌아와 메일함을 열어보니, 뻔뻔하게도 제안서가 한통 첨부된 이메일이 와있었음.
이메일 내용은 "수고" 였음. 이젠 나도 그냥 웃음이 났음. 커피 마시면서, 영업팀 대리형님이 한가지 알려준게 있었음. 회사 메일 기능중에
'숨은 참조'라는 기능이 있다고. 사람들은 숨은참조 기능을 생각보다 많이 쓰지 않는다고, 회사내에 암투의 승리는 숨은참조를 잘 활용하는데
사활이 걸려있다고 했었음.
 
이메일에 답장을 클릭하면, 상대방이 보낸 내용도 같이 첨부가 됨. 나는 부사장에게 답장을 보냈음.
 
나: "부사장님. 이건 프로젝트 제안서입니다. 제안서 말고, 우리가 만들어야 되는 프로그램 설계방향, 검사 샘플, 고객사 요청 사양, 카메라는
      어떤 카메라를 사용할지. 자세한 내용 첨부하시어,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잘 이끌어 주십시오."
 
그리고 부사장의 "수고" 내용 그대로 남겨뒀음. 그리고 숨은 참조에 회장님 이하 PLC팀장, 기구팀장, 설계팀장, 영업팀장, 구매팀장 첨부했음.
제조팀장은 그냥 참조에 넣었음. ㅋㅋ
 
조금 있으니 부사장이 버럭!! 사무실에 소리를 질렀음.
 
부사장: "어이!!! 지금 이 메일 뭐야. 지금 나한테 업무 지시 내리는거야 뭐야? 그런건 너네들이 조사해야지!!!"
 
나: "사.원.이.요? (멍청멍청 연기..손가락 쪽쪽 빨면서..)"
 
부사장: "사원이 그렇게 능력이 없나?"
 
나: "(소심소심)저는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제 능력이 못따라 가는거 같네요. 죄송합니다 부사장님 열심히 하겠습니다.ㅠㅠ"
 
부사장: "........부들부들..."
 
나: "(부들부들...)부족한 능력이지만, 저를 잘 이끌어 주십시오. 제가 뭐부터 하면 될까요? ㅠㅠ"
 
부사장: "그래...한번 해보자는 거지? 오냐. 나도 이젠 진짜 포기다. 같이 죽자."
 
나: "(연기 해제) 네. 한번 죽어보죠. 누가 죽나."
 
부사장은 진행하는 현재 프로젝트 말고는 할일이 아무것도 없었음. 반면 본인은 지속적으로 중국문제를 처리해야했음.
부사장은 하루하루 똥줄이 타서 여기저기 전화하며 도움을 요청하고 지냈음. 사람이 하루아침에 늙어간다는게 딱 보였음.
무협지 보면, 본신에 내공을 다 소모하고, 진원지기까지 다 써버리면 머리가 하얗게 탈색된다고 하지 않음?
부사장이 딱 그꼴이었음.
 
결국 프로젝트는 불발이 되었고. 부사장은 그 책임을 본인과 함께 나누어 짊어지려 했으나, 숨은참조를 받은 회장님과 다른부서 팀장들은
 
"내가 살다살다가 업무지시에 '수고' 두글자 적혀있는건 처음 봤다고 ㅋㅋㅋ"
 
하면서 부사장을 비웃었음. 제조팀 팀장은, 아니..ㅇㅇㅇ저 미친개가, 왜 나한테 메일을 보냈지? 하면서 고민고민했음.
부사장은 회장님한테 멱살을 잡히는 정도 훈계를 듣고, 법인카드를 빼앗겼음.
 
 
우리 팀원들은 생각이 똑같았음. "앞으로 빵상무랑 갈라먹어라."
그때 나에게 한가지 선이 생겼음. 아..이정도 규모의 회사에서는 프로젝트 불발나도 사람이 짤려나가진 않는구나. 좋은거 봤당~ 정도.
 
그리고, 항상 사무실에 조용히 앉아서 자기 업무만 하시던 과장님께서 처음으로 본인에게 다가오심.
 
과장: "ㅇㅇ씨. 나랑 커피한잔 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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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한템포 쉬지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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