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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다닐 때(좀...스압)
게시물ID : sisa_20566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밀감군
추천 : 1
조회수 : 370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2/05/30 17:20:46
지방의 J국립대 다닐 적 이야기다.
수업시간에 유독 정치이야기를 좋아하는 교수가 있었다.
(본인은 경영관련학과이다.)
문제는 이 양반이 심각한 박빠라는 것이다.
2학년 때 부터 전공수업 들어가니 정치이야기를 하다
3학년때 문제가 발생하였다.
그때가 노통이 남,북정상회담 할 때였는데,
노통이 걸어서 휴전선을 넘어 이북에 갈 때,
권여사의 옷이 좀 짙은 보라색이었다.
이걸보고 교수가 말하더라.
"저거봐라. 영부인이라는 북에 가는데 옷이 빨강색이다. 빨갱이 아니냐??"
어의가 없어서 뭔 개드립인가 하며 가만히 있는데 
정상회담영상을 보면서 슬슬 말하더라.
"노무현은 또라이쉑이야. 노무현 장인이 빨갱이고, 노무현은 원래 전라도출신인데 호적세탁해서 경상도로 편입한 빨갱이야. 원래 전라도가 빨갱이지역이야."
당시 다니던 학교의 출신비율을 보자면 지역주민 60%, 경상도 38%, 기타 지역2%정도인 나름 빨갱이 욕해도 욱할학생없는 학교라 교수가 그런말을 했던것 같다.
그것까지는 참겠다.
원래 이놈의 나라가 역사교육, 정신교육이 병맛이라 그런 부작용을 가진사람이 있다는 것과
내가 전라도 출신이지만 몇십년 그런소리를 들었기에 면역도 잇고, 대인배처럼 걍 미친쉑이하며 넘기겠다하는 마음도 있었다.
그 교수는 아무튼 전라도빨갱이 개드립을 신나게 말하고 학생들에게 하나하나 질문을 했다.
"너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되겠냐??"
학생들 사이에서는
이런 저런 대권주자 이름이 나왔다.
허나 신기한 것은 그 중 한나라당 인물은 없었다는것.
교수는 대답이 맘에 안드는지 질문을 중단하고 학생들에게 열변했다.
"다음 대통령은 박근혜다. 야권지도자들 다 필요없다. 박근혜가 되야 나라가 산다."
그양반 박근혜랑 대학 동문이었다.
이쯤 이야기를 들으니 뭔가 빡이쳐올라 참을 수가 없었다.
교수에게 쌍욕을 하려는 순간 수업종이 쳐서 넘어갔으나
참을 수가 없어
학교 게시판의 그 교수의 언행을 적었다.
다음날이 되자
학교사무실의 조교에게 전화가 왔다.
이런저런 말을 했지만 결론은 글을 지워달라는 것이었다.
조교가 무슨 힘이 있겠는가 하여 측은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 교수의 행실이 괘씸하여 지운다 하고 6시간이 지난 후 지웠다.
그런데 그것이 문제였다.
그 시간에 지역신문사에서 일면특종으로 기사를 실어버린 것이었다.
당연히 지역 정치권과 진보적사람들이 발칵뒤집어졌다.
나는 그 신문사의 전화공세에 시달렸고,
경찰서(공안3과)에서 전화가 와 경찰서로 출석하라 하였다.
겁을 먹고 출석하니,
내가 공안사범이 아니라 참고인격으로 조사를 받았다.
그리고 신문사에서 추가 인터뷰를 요청하였으나(내번호를 어떻게 알았을까?)
거부하다 오프더레코드방식으로 취재를 하기로 하고 신문사를 가니
신문사 사장이 우리학교 정외과 교수였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질 때 쯤, 나에게 
기자가 되고싶냐고 제안을 하였다.
허나 거절했다.
이유는 2가지 인데
하나는 당시 나의 꿈은 경영컨설턴트였고,
두번째는 노통의 이름을 팔어서 나의 안위를 챙기기 싫은 노통에 대한 정치적고집이었다.
결국 교육청에서 조사가 나오고 
나는 학교사무청장이랑 1:1로 대담하며 신문을 받았다.
결국은
교수는 3개월 감봉을 받았다.
일이 마무리가 된 후
조교가 나를 불러 말하기를
"다음부터는 말조심을 하면 좋겠다. 그 교수님이 좀 보수적 성향이 있어도 학문적으로 열심히 노력한 교수님임은 틀림없다. 제자의 입장에서 교수님의 입장을 고려해줬으면 한다."
그런 말을 들으니 생각난것이
'ㅅㅂ, 개 젓같은 소리를 해도 사회적인정을 받으면 용서가 되는가?????난 동의 못한다.'
였고, 조교와 면답을 마치고 나오기 전 내가 조교에게 말하기를
"만약 시간을 거슬러 같은 상황이 되었어도 난 진실을 말하겠다."
라고 말하고 학과사무실을 나왔다.
그리고 이명박이 당선되었다.
그리고 나라가 엉망이 되었다.
그때가 내가 4학년이었다.
나는 졸업을 위한 수업때문에 그 교수의 수업을 들었다.
허나 다른 점은 그교수의 발언이 매우 조심스럽더라.
허나 버릇 남 못준다고,
수업 중
노무현의 비자금사건에 대해 학생들에게 질문을 하더라.
"노통의 비자금이 잘못되었냐?"
많은 학생이 어리버리말을 못하고 있을 쯤
뒷자리에 앉아 잠을 자려고 폼을 잡은 나를 부르고 질문을 하였다.
나는 대답했다.
"결론은 무엇인지 모르지만 만약 노통이 돈을 받았다면 처벌하여야 합니다."
일부러 그교수 성향에 맞는 대답을 하였다.
그러자 그교수가 말하기를
"노통이 돈을 받았으면 잘못된거다. 허나 노통이 돈을 받았다는 전제로 이렇게 수사하는 것은 잘못됐다. 전두환이는 수천억을 받고 버틴다.전두환이 노통보다 나쁜놈이다."
라고 말하고 수업을 바로 진행했다.
그 교수의 말을 듣고 생각한 것이
과거의 경력으로 말을 아끼었거나
내가 노통옹호발언하면 한마디 하려했는데 잘못하면 벌을 받아야한다 하고 말하니 할말이 없었던 듯 싶다.
결론은 나는 그학교를 졸업하였다.
입학 때 부터 나이때문에 나름 아웃사이더역활을 하며 학교생활을 했던지라
졸업식날 과후배는 전혀없었다.
(뭐...난 내 동기얼굴도 모른다.)
졸업식이 끝난 후 후배들이 만든 축하파티에 참석하여
케익을 먹고 동아리후배들을 모아 단골바에서 술파티를 벌였다.
당시 카드값이 75만원 나왔다....ㅅㅂ
아무튼...
대학시절 나의 정치적이야기이다.
뭐 그렇다고 내가 노통사건을 계기로 총학을 나간다거나 그런것은 아니었다.
돈도 없었고, 결정적으로 그런일로 떠버리고 다니는 소인배가 되고싶지않았기에 걍 학교만 다니고 졸업을 하였다.
이런 글을 적는 이유는 개인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그런 일이 있을 때, 주위사람들 빼고, 학교학생들 대부분이 관심이 없었다는 점 이었다.
그때 생각한 것이
"20대이 정치참여는 매우 적다."
라고 생각하였고 진보적인 정치는 이 나라에 없다생각하였다.
뭐 나름 반반 맞아들어간것 같다.
낮술한잔 먹고 이런 저런 썰을 푸니 주어가 없다.
졸업 후 지난 몇년간 나름 학교에 대한 의리를 지키고자 가슴속에 뭍은 이야기를 하니
속은 시원하다.
한가지 슬픈 것은
그 일이 있은 후 일부러 노통마을에 안갔다.
사건이 있을 당시
아버지의 후배가 춘추관에 비서실에 있기에
나에 소식은 아버지의 귀로 들어갔다.
그런 이유로
내가 만약 노통퇴임후 노통을 만나러갔다면
노통의 기분이 어찌할까?
평소 임기때 고생했는데
한 대학생의 혈기로 글싸지른 것에 대해 노통이 기억이나 할까???
라는 생각에 노통을 만나라 가지 않았다.
그러나 노통은 죽었다.
노통이 죽은 후 아버지를 통해 들은 이야기는
당시 노통비서실에 아버지후배의 말에 의하면
노통이 나를 꽤 만나고 싶어했다고 했다 하였다.
그 말을 들으니 ㅅㅂ 내가 하고싶은데로 노통을 만나서
"그 당시 건방진 학생이 저입니다. 노통. 마음을 푸십시요."
그말을 못한것이 한이 된다.
내가 얼마나 대단하다고 스스로 겉멋이 빠져 노통을 못만났을까....
그러기에 노통이 죽던 날. 기숙사에 살던, 3인 1실에 최왕고인 내가 엉엉울며 TV앞에 앉아 수업도 빠지고 멍했던,후회만 가득했던 내 심정이 건방진 내 삶의 팔자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런 건방짐에 대한 죄책감으로 삼주년이 되는 지금도 노통의 묘를 못간다.
노통은 나에게 단순한 역대 대통령이 아니라
한이 맺힌, 만나고 싶은, 위로하고 싶은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대통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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