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환영 <한국방송>(KBS) 사장이 '청와대 보도 통제설'을 정면 부인하면서, 양대 노조와 기자협회 등의 사퇴 요구에 대해선 "좌파 노조가 방송을 장악하려 한다"고 말했다. '공정 언론'에 대한 요구를 색깔론으로 대응한 것이다.
길 사장은 19일 오후 기자회견을 자청해 "청와대의 외압이 있었다고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단순한 의견 개진이었을 뿐이고, 김시곤 전 국장한테 한번도 지시를 내린 적이 없다"고 말했다.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 성추행과 국정원의 간첩 증거 조작 사건 등에 대한 축소 보도 의혹에 대해선 "전혀 기억에 없다. 지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퇴 여부에 대해서도 "전혀 시기가 아니다"고 못박았다. 이날 기자회견은 김 전 국장이 9일 '길 사장을 통한 청와대의 보도 통제'를 폭로한 이후 열흘 만에 이뤄진 것이다.
특히, 길 사장은 자신에 대한 사퇴 요구에 대해 "(한국방송) 기자협회에서 강경하게 대응하는 것은 직종 이기주의가 있는 것 같다"며 "양대 노조가 정치적 목표를 갖고 파업을 시도하고 있다. 좌파 노조에 의해 방송이 장악되는 것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회견에서 자신이 PD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방송 직원들은 길 사장 퇴진 요구의 강도를 더욱 높였다. 보도국 일부에서 제작 거부에 들어가, 저녁 메인 뉴스 프로그램인 <뉴스 9>가 20분으로 축소 편성되는 등 뉴스프로그램 방송이 파행을 빚었다. 기자협회 소속 기자들과 보도본부 소속 보직 부장들이 뉴스 제작에 참여하지 않았다. 한국방송 PD협회도 긴급 총회를 열어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의결하고 "길 사장이 사퇴하지 않을 경우 제작 거부에 돌입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