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꿀이죽 쑤는 가난한 악식이 상스럽고
눈칫밥 먹느라 산 입에 친 거미줄이 상스럽다
호박씨 까먹다 꼬리 밟힌 낮도깨비가 상스럽고
아는 게 병이랴 눈 가린 아웅 짓이 상스럽다
죽은 자식 나이 세듯 아픈 첫사랑이 상스럽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망자혼사가 상스럽다
비구니한테 젖 대달라 우는 아이가 상스럽고
제 상투 못 트는 기둥서방이 상스럽다
부르는 게 부적값인, 쓸개 빠진 선무당이 상스럽고
돈 나고 사람 난 천애고아 팔자가 상스럽다
굿 보고 잿밥이나 먹자는 떼거리
피도 안 마른 벼룩 간 떼먹을 자 천지가 상스러워
궁하면 통한다더니 그려 찾은 실마리란
서로가 상스럽게 뺏고 빼앗기는 짓이던
오늘 끼니 거르면 내일 죽고
남의 배 고픈지는 모를 천한 삶이다
아니지
탯줄에 못 감겨 질식 안 한
태어난 그 순간부터
사는 게 아니라 죽어가는 거니
줆이라 쓰겠어 그게 옳다
상스러어 너무 상스러
오죽 이따위밖에 생각하는
내가 제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