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광고란 패스트푸드점이나 피시방 같은데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세우는 광고물이에요. 앞부분은 출력물이 붙어있고 뒷부분은 폴대로 고정시켜서 세우는... 쉽게 설명해서 고정형 깃발같은...(뭐라고 설명해야하지? ㅜㅜ)
전 출력물에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했고 친절한 현수막제작업체의 직원은 수화기에 손을 올리며 물었습니다.
“퀵으로 보내실거죠? 어디로 보내시나요?”
여기서 잠깐. 제 작은 뇌가 잔머리를 굴렸습니다. 일단 제가 사장님께 퀵비로 받은 돈은 만원. 모자르면 일단 제돈으로 충당했다가 나중에 받습니다. 하지만 그날따라 전 오전에 제 일을 다 끝내놓고 놀고 있었고 회사에 사장님은 부재... 기회였죠.
10000 - 왕복차비1600= 8400 원 공돈!!
이란 공식이 제 머리속에 떠오른겁니다.
“제가 직접 가져갈거에요.” “아.. 네..”
직접가져간다면서 제가 배너광고물을 들자 직원의 얼굴에 아쉬움이 스칩니다. 후후... 충무로에서는 퀵으로 물건을 보낼일이 많이 때문에 대부분의 업체들이 단골퀵서비스회사가 있어요. 그리고 그런 업체에서는 자신들의 업체를 좀더 이용해달라는 뜻으로 도장을 찍을 수 있는 종이를 줍니다. 10개면 문화상품권 30개면 현금 5만원 이런식으로요. 저렇게 아쉬워하는거 보면 아마 몇개 안남은 모양이군요.
돌돌돌..
전 배너광고폴대 겉에 광고물을 돌돌 말고 폴대주머니에 넣었습니다. 양손에 들고가기보단 이렇게 해서 한손에 들고가는게 편하니까요.(라기보다 오늘 추워서 손내놓기 싫어서 그랬습니다.)
이대-이대입구역
그렇게 도착지인 이대입구에 도착했고 배너광고에 적혀있는 내용상으로는 이대입구에서 10분거리로 되어있더군요. 그래도 처음오는 곳인지라 주변 사람에게 물었습니다.
“이쪽 골목으로 쭉 들어가셔서...어쩌구 저쩌구 이러쿵 저러쿵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시면 되요.” (뭘 타고 가면 이거리를 십분안에 갈 수 있는거냐?)
속으로 혀를 끌끌차고 있는데 그래도 희망적인 소식을 하나 말해주더군요.
원래는 빙 돌아가는 길을 어느 골목으로 들어가면 직빵으로 갈 수 있다는 겁니다. . . . . “... 산동네란 말은 안했잖아...”
힘들어 죽는줄 알았습니다. 산동네라면 솔직히 좀 오버고... 좀 높은지대로 올라가서 도는 길이었죠. 그길로 한참을 걷는데 저쪽 골목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XXX!!” “XXXXX!!”
아주 거친 말들이 오가고 달리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이쪽으로 나오는 듯했습니다. 제 나이 27... 목소리로 들어보니 중고등학생정도인듯 하더군요. 그래서 전 단호히...
“다른 길로 갈까나..”
몸을 돌렸습니다. (ㅜㅜ 어느덧 몸사리는것을 배워버린 ‘아저씨’ 입니다.)
후다다다다닥..
하지만 몸 돌린지 몇초되지도 않고 누군가가 골목길에서 뛰쳐나오더군요. 좀더 빨리갈껄이란 후회와 함께 고개를 돌려봤는데...
꿀꺽..
인상 참 살벌하게 생긴 청소년입디다. 키도 저보다 훤칠하고..(전 175 ㅜㅜ) 여기저기 좀 쥐어터졌는지 얼굴도 좀 부어있고 옷은 제 생각대로 학생인듯 교복이었습니다. 그놈이 절 가만히 보다가 제게 달려와서는....
“검 좀 빌려주세요!”
검.. 검.... 검......
검이라니.... 그래도 생각보다는 예의바른(?) 청소년이더군요. 빌려달라고 하니... 전 차분히 제가 들고 있는건 배너광고물이지 검이 아니라고 말해주려고 했지만 골목길에서 다른 학생들 서너명이 우르르 나왔습니다.
탁!!
상황이 급해서인지 제가 들고있는 광고물을 뺏어서 몸을 돌리는 청소년... 하지만 청소년도 만져보니 뭔가 아니란걸 느낀듯 멈칫하더군요. 반대편의 거친 학생들도 청소년의 손에 뭔가 거무튀튀한 것으로 쌓인 막대기같은게 들려있으니 움찔하는 모양입니다.
“XXX”
하지만 쪽수의 자신인지 욕을 날리면서 한놈이 뎀비는데 제 광고물 가져간 청소년은 뭔가 좀 배웠는지 위로 휙 들더니 탁!! 치더군요.(검도처럼) 배너 폴대가 풀어서 접으면 끝부분에 단단한 중심축이 있어서 그걸로 제대로 친 모양입니다. 굉장히 아파하더군요. 그리고 청소년은 그걸로 싸우더군요. 검도자세로(정확하게는 모르겠습니다.)...... 한 15초동안만... 그뒤로는..
“다 덤벼 이 XX들아!! 죽어!!”
X랄 발광을 하면서 광고물을 휘두릅니다. 벽, 전봇대, 바닥 등을 마구치면서 말이죠...
“이런 XX”
그렇게 한 1분? 2분정도 휘두르다가 저쪽놈들이 뒤로 좀 물러서자 폴대를 버리고 도망갑니다. 다른 학생들도 그놈을 쫓아가고 처음 맞아서 굉장히 아퍼하던놈도 어기적어기적 쫓아가더군요.
바보같지만 저 한마디도 못했습니다. ㅜㅜ 뭔 고등학생들이 덩치가 그리 살벌한지... 흑... 솔직한 말로 무서웠어요.
도저히 쓸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 들고 왔습니다. 그리고 현수막제작업체에 다시 하나 만들어달라고 부탁했죠. 제작경비 5만원 ㅜㅜ 8400원 벌려다가 5만원 나가는 겁니다. 하지만 중요한건 그게 아니라... 아무리 빨리 제작해도 내일 오후에나 나온다는데... . . . . 사장님이 이 말을 믿어주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