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이라그런가 노래가 잔잔해서 그런가 감수성이 예민해진다 
요즘 슬럼프가 찾아왔다 공부도 안되고 그냥 멍하니 있을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마음을 다잡기위해 끄적여본다
내가 처음 재수가 확정되고 학교에가서 앉아있을때였다
뒤에서 야 저새끼 재수한대?ㅋㅋ븅신ㅋ 잘난척 쩔더니 재수하네ㅋ병신새끼ㅋ낄낄낄ㅋ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화가나서 죽빵이라도 날리려고 뒤돌아 일어섯으나 한마디도 하지못하고 돌아 앉았다 
내 험담을 하던애는 지방거점대학 의예과에 합격한 소위 성공한 친구였다 
창피했다 쪽팔렷다 학벌의 위엄은 어마어마 한것이였다 
야 씨발 니가 그렇게 잘낫어? 이한마디를 꺼낼수가 없었다 진짜...잘난놈이였다 
그렇게 난 재수의 무게를 알게 되었고 내가 얼마나 창피한 놈인지 깨달았다 
그다음날부터 학교에 나가지 않았다 서성한 낮은과 정도 갈수있는 점수였지만 원서도 넣지 않았다 
졸업식도 가지 않았다 그곳은 3년간의 고등학교 생활을 마무리 짓는 대학을 간 성공한 친구들을 위한 자리였다 그들을위해 내가 치고있을 박수따위는 없었다
그이후로 명랑하던 내성격에 변화가 왔다 
누구에게든지 말도 잘붙이고 누구와도 잘어울렸으며 말하는것을 좋아했던 난 사라지고 
의기소침하고 머리는 밤송이에 면도도 하지않은 날백수가 거울속에 있었다 
사람만나는걸기피하게되고 누가 내이야기를 하면 내험담처럼 들려 하루종일신경을 쓰게 되었다 
재수를 시작할때의 그 악바리같은 근성은 사라지고 
슬럼프가 찾아왔다 
사람은 간사하다 더럽게 간사해서 서면 앉고싶고 앉으면눕고싶고 누우면 자고싶다 
끊임없이 유혹이 들려온다 
솔직히 힘들다
재수를 처음 시작할때 주위 친구들은 지들이 내 평생친구인양 매일매일 나를 다독여줄것인양 이야기했다 
그리고 6월... 그들에게서 연락은 끊긴지 오래다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 바쁠테니 이해해주는게 순리일것이다 

병무청에서 신체검사하라고 해서 신청을 했다 
내 학력은 고졸이요 직업은 무직이였다 
혀를 차며 불쌍한눈으로 쳐다봤던 날백수가 나였다 

수능을 잘볼것인지는 잘모르겠다 
내가 원하는 대학을 갈수있을지도 잘모르겠다
대학발표가 나서 컴퓨터 화면에 합격했으니 돈내라고 뜨는 꿈을 수십번 꾼다 진짜 등록금이 내고싶다 
남들은 대학이 힘드네 인간관계가 힘드네 레포트가 힘드네 불평해대지만 난 그게 부럽다 
더럽게 부럽다 대학못간게 죄인양 창피하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고등학교시절이야기를 하면서 누군가는 나를 씹어대고있을지도 모른다 
아~ㅋ그병신새끼? 그새끼 재수한다며? 븅신ㅋㅋ
이라고 신나게 까고있을지도 모른다 

난 성공할것이다 기필코 성공해서 
나쵸광고에서 이야~너 학교 다닐때 나 완전 따라다녔는데ㅋㅋ라고할때 그ㆍ랬ㆍ나? 
라고하는 여자처럼 성공하고 말것이다 

수능치고 나와서 나보다 더 사시나무떨듯 고사장입구에서 떨고있는 엄마를 끌어 안으며 
미안해....엄마가 아니라 수고했어 엄마 나 잘본거같아 밥먹으러갈까? 고생많았어ㅋ라고 웃으며 당당히 이야기할수있는 그날을 꿈꾼다 

수능을 만점맞는 아이들이라고 다 알아서 맞았을까?
걔들도 시험보다가 이건가? 이건가? 에이 3번찍지뭐 이랫는데 풀고보니 만점이였다 
난 종교가 없지만 신의 존재는 믿는다 
시험보고나서 나중에 시험지를 보고 우와 내가 그때 이걸 어떻게풀었지? 싶을때가 신이 강림한게 아닌가 싶다 
신입장에서도 누구한테 강림할것인지 고민될것이다 
신도 시험보는데 위에서 내려다보다가 아 씨발 저 병신새끼는 공부를 그렇게많이하고도 5번찍냐ㅡㅡ3번이지 3번 병시나 아오ㅡㅡ 라고 생각되고 깊은 빡침이 올라올때 직접강림해서 마킹을 3번으로 바꿔줄거라고 생각된다 
신도 탄복할만큼 공부를 하면 필살기 신의 한수정도는 얻을수있지 않을까? 

내가 이렇게 노는동안 전국의 70만 수험생중 누군가는 수능시험보다가 위급할때쓸 기막힌 신의 한수를 위해 공부하고있을지도 모른다 

공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