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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갤펌] 나는 업소녀다
게시물ID : humorstory_29643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가나루가
추천 : 3
조회수 : 5055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2/06/07 05:28:49

1. 월세가 밀리기 시작했다. 신입생때 전세금 삥땅쳐서 중고장터에서 샀던 샤넬백을 다시 중고장터에 올려놨다. 싸게 내놓으니 금방 팔렸다.그러나 일주일도 안되서 구매자란 사람한테 전화가 왔다. 가짜라고 했다. 갑지가 겹친 외삼촌 제사와함께 시간은 그냥 흘러갔고 사이트 손해배상규정에 의해 천만원을 물어줘야할 상황이 처해졌다. 내가 모르는 사이 소송까지 진행되어있었고, 나는 내 입장을 변호할 만한 그 어떠한 증거도 내세울 수가 없었다. 일차 사기 피해자는 정작 본인인데.. 그것보다 현재 월셋방도 밀려있는데 무슨수로 천만원을 물어내는지..힘들게 사시는 부모님께 감히 손을 벌릴 수도 없는 일이다. 여태껏 단 한번도 말썽 일으킨 적 없는 똑부러진 딸이다. 외동에 돈있는친구도없고. 남친도 가난한 학생이고..뉴스에서 보니 사금융 대출은 절대 받지 말라고 했던게 기억난다. 한달안으로 천만원 갚아야 한다. 편의점 알바 일년을 해야 모을수 있는돈인데..집안에 돈되는 물건은 다 계산해봤지만 사기맞은 샤넬백 말고는 돈되는 물건도 없다..궁지에 몰리면 생각의 폭도 좁아진다고 했던가... 어쩔수 없다... 술집이라도 잠깐 다니고 천만원 딱 모으고 그만둬야겠다. 나는 성형하고 빽사려고 돈버는 년들이랑은 틀리니까. 내 목표만 이루면 발뺀다. 나는 내 의지를 믿었다.
 
2. 알르바이토천조국, 알바몽, 나가용 등등 최대한 힘들지 않으면서 빠르게 돈벌고 빠질 수 있는곳을 물색해 보았다. 업소 소개야 대부분 거기서 거기였다.여러곳 전화번호를 한꺼번에 저장하고 한곳씩 전화해보면서 일할곳을 구하기로 했다. 이곳저곳 면접을 다니던 와중 5일째 되던날 마음에 딱 드는 곳을 찾았다. 직원들도 굉장히 멋지고 깔끔해 보였고, 사장님도 너무 친절했다. 가게또한 살면서 한번도 보지 못했던 특이하고 멋진 인테리어로 내 눈을 휘둥그레 만들었다.사장님의 인생관은 많이 특이해 보였다. 알수없는 자신감과 확신에 가득 찬 사람이었다. 내 말 몇마디만 듣고 부모님의 성격이라던가 내가 살아온 인생관들을 점쟁이처럼 맞춰냈다. 꼭 이사람 앞에서 발가벗겨진 느낌이었지만..그 느낌이 싫지가 않았다. 내 사정을 들으신 사장님은 여기도 나 못지 지 않은 사연갖은사람들 천지이니 같은 식구로서 의지 다지면서 열심히 일해보자고 하셨다. 사장님과 상담을 하고나서 이력서를 쓰고있는데 주방 이모님이 따뜻한 밥을 해주셨다. 차비도 없어서 걸어다니고 몇일째 저녁을 못먹어서 너무 배가 고프던차에 밥과 국을보니 눈물이 핑 돌았다.. 그때는 그 밥이 어찌나 맛있던지..
 
3. 출근 7일째 되던 날이었다. 일주일 동안 느낀것은 내가 처음부터 화류계 일을 너무 과대평가 했던 점이랄까..여태 만났던 손님들은 사업가, 회계사, 중소기업 회장님, 펀드매니저 등등 완전 조용조용하시고 술도 깔끔하게 드시는 분들뿐이었다. 내가 술이 정말 약해서 많이 걱정했지만 절대 억지로 술을 먹이는 분이 없어서 참 좋았다. 역시 가게가 좋으니 돈많고 직업도 빵빵한 분들이 오시고 또 그런 분들은 매너도 좋으신 것 같다. 아직 일주일 밖에 되진 않았지만 생각보다 일이 쉽고 돈도 벌써 200만원이나 모았다. 남자친구에게 하던 애교 1/10만 부리니 여기저기서 팁이 쏟아졌다. 2차를 나가자는 손님들도 몇몇 계셨지만, 다음번에 오실때 생각해보겠다고 교묘하게 내빼며 희망고문을 드리니 순순히 먹혀들어가는 것도 재미있다. 오늘도 간단하게 테이블 2개만 본 후에 탈의실에서 옷갈아 입으며 퇴근 준비를 하고있었다. 택시비도 있겠다, 들어가기 전에 남자친구집에 들러 좋아하는 쉬폰케잌이라도 하나 사줄까 생각하던중 갑자기 사장님께서 손님 예약전화를 받으셨다. 사장님 께서는 미안하다며 곧 오실 손님 스타일이 다행히 내가 아니라 어차피 초이스되는일을 없을테니 초이스 할때 머릿수만 채워달라고 하셨다. 20분 후 손님이 오셨고 초이스를 들어갔는데..얼큰하게 취한 아버지뻘 되는분이 나를 기분나뿐 눈초리로 훑어봤고 대기실로 도망치듯이 뛰어온 나는 내가 초이스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시간이 벌써 새벽1시가 다되가는데..내일 학교도 나가야하고..뭐..별 일 있겠어..
 
4. 출근 29일째. 오늘은 조금 일찍 일어났다. 병원도 들려야 했고, 무엇보다 2학기 휴학계를 내기 위해서였다. 휴학사유에 취업이라고 쓰면서 나도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존재감 없는 같은학번 근로 여학생에게 휴학신청서를 던져주며 최대한 도도하게 걸어 나왔다. 나는 너와는 틀리거든. 청담사거리 쯔음 택시에서 내려서 근처 산부인과를 갔다. 그리고 한달치 피임약을 처방받았다. 여름이라그런지 벌써부터 날씨가 후덥지근하다. 출근하기전에 커피숖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 하며 길가는 사람도 구경하고 이런저런 생각도 많이 했다. 지금 내가 무슨 일을 하건간에 남한테 피해주지 않고 뭐든지 열심히만 한다면 그 자체로도 아름답고 그 누구에게도 부끄러워 할 필요가 없다. 오늘 해외출장 가시느라 어제도 오셨던 장사장님. 처음으로 애프터를 나갔던 그분을 보며 느낀것은 남자들이 술집에 와서 술먹고 젊은여자랑 자는걸로 끝나는게 아니라 그로인하여 작은 행복을 얻고 싶어한다는걸 깨달았다. 나는 행복을 주고, 손님은 그에대한 댓가를 주고. 이것이야말로 남녀의 이상적인 공정거래인 것이다. 생각이 많아지면 행동부터 느려진다는 사장님 말씀이 떠올랐다. 그래.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 지금 생각과 행동에 확신을 갖고 열심히 살자. 그리고 어느새 나의 목표는 핸드백 보상금이 아닌 오피스텔 전세금이 되어가고 있었다.
 
5. 요즘따라 집에 들어올때마다 누군가 지켜보고있는 느낌이다. 몸이 피곤하니 신경도 예민해지나보다. 다행히 새로 이사온 빌라식 오피스텔은 보안이 철저해서 로비부터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야 하고 24시간 경비아저씨도 상주해 있기 때문에 별 걱정은 없다. 한달 전 살로만 저축은행의 강차장님이 알려주신 주식에 넣어둔 돈이 두배로 뛰면서 생각보다 빠르게 집을 얻을 수 있었다. 역시 좋은곳에서 좋은 사람을 만나는게 참 중요한 것 같다. 집에 들어와서 간단하게 방정리 먼저 하고 하루종일 혼자서 집을 지켜준 루비에게 사랑스런 포옹도 잊지 않았다. 샤워를 하고 나오니 정신이 상쾌해졌다. 인터넷에 접속해서 오랜만에 페이크북을 들어갔다. 주변사람들은 아직까지 한심한 삶 그대로였다. 스스로 만들어 놓은 틀에 사로잡혀 자신의 삶 자체를 무미건조하게 시계추처럼 왔다갔다 생각없이 사는 사람들. 그해비해 세달 이라는 시간동안 나는 많은것이 바뀌었다. 윤택해진 삶 뿐만 아니라 인터넷 쇼핑몰 사업이라는 더 큰 목표도 생겼다. 물론 샤넬백 보상건은 해결한지 오래다. 요즘에는 퇴근하고 남는 시간에는 거의 쇼핑몰 창업에 관한 정보검색이나 의류 유통관련 공부하는데에 시간을 쓰고 있다. 이런 내 자신이 너무 자랑스럽고 행복할 따름이다. 아직 인터넷으로 찾아볼게 한참 남았는데 담배가 떨어졌다. 요즘들어 흡연량이 부쩍이나 늘어났다. 뭐 다 한때니까. 대충 츄리닝 입고 집앞 편의점에 담배를 사러나갔다. 다시 집으로 들어오려는데 어두운 주차장 쪽에서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헤어진 전 남자친구였다..
 
6. 화류계에 몸담은지 벌써 네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21년 짧은 인생이지만 검소하게 살아온 습관이 몸에 배어있어서 그런지 돈도 꼬박꼬박 모여갔고, 나는 어느새 가게의 에이스로 자리잡고 있었다. 대기실에서 옷을 갈아입을 때 마다 후배 아가씨들이 나의 몸매를 부러운 듯이 쳐다보는것에 재미를 느끼던 것도 이제는 무덤덤하다. 평소에는 조용조용하고 어디 나서지도 못하는 성격이었기에 주위에서 이런 시선을 나를 바라보는 줄도 몰랐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전 남자친구와는 헤어지길 참 잘한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커플이다. 내가 한참 아깝지. 한달전 불쑥 집앞으로 찾아온 그녀석은 다음 학기에 미국 유학을 간다고 했다. 말은 안했지만 가르쳐주지도 않은 집을 찾아온걸로 봐서 몇일동안 나를 따라다녔겠고 이미 내가 무슨일을 하고있는지도 대충 짐작했을것이다. 나는 그의 측은한 눈빛을 똑같니 되받아쳐 주었다. 미국유학갔다와서 취직한다 해도 요즘같은 취업난에 직장은 언제 구할것이며 돈은 언제 모은단 말이냐. 역시 그놈도 한심하기 그지없는 녀석이었다. 잘 헤어졌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나중에 내가 원하는 목표를 이루고 성공할 때 즈음에는 충분히 더 멋진 남자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홀복을 다 갈아입고 머리 세팅을 하려던 참에 갑자기 사장님이 할 얘기가 있다며 빈방으로 불렀다.





7. 새로 옮긴 가게는 여러 면에서 나와 잘 맞지가 않았다. 가게 인테리어, 가격, 손님의 질까지 모든 면에서 이전의 가게보다 수준이 많이 떨어졌다. 손님들도 대화를 하러온다기 보다는 갈때까지 취해볼 목적으로 오는분이 많았고, 술이 많이 약한 나는 매일을 술에 쩔어 살기 시작했다. 어차피 이 가게에서 한두달만 하고 나올예정이어서 꾸역꾸역 버티는 중이다. 다른곳을 또 찾아다녀봤자 시간낭비일 뿐이다. 내가 처해진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면 나중에 더 어려운 일이 있어도 낙오하고 말것이다. 이전 가게의 사장님은 그날 날 불러서 많은 이야기를 하셨다. 그분은 사람을 화살삼아 과녁의 정중앙으로 쏴주는 활같은 존재에 비유하며 아무리 자신이 술집을 운영한다고는 해도 어려운 처지에 있는 친구들을 돕기 위해 살고싶다고 하셨다. 내가 갖고있던 문제를 해결하고 생활의 안정을 찾았다면 술집은 그만두고 이보다 더욱 좋은 사회로 나가서 당당하게 성공하길 바란다고 하셨다. 나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기 때문에 조금만 더 일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으나 사장님은 지금 시작해도 충분하니 일을 그만 두라고 완고하게 말씀하셨다. 더이상 이야기가 통할것 같지 않은 분위기라 마지못해 알았다고 했고, 대기실에 갔다놨던 내 화장품, 구두, 옷가지를 챙기고 가게를 나왔다. 가게 앞까지 마중을 나온 사장님은 끝까지 좋은 말을 해주시며 나의 미래를 축복해주셨지만,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하게 한 그분이 얄밉기만 했다. 오늘은 한방에서만 세타임 연장을 뛰고 술도 너무 많이 마셨다. 얼른 집에가서 쉬고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는데 손님이 2차를 나가자고 하셨다. 어떻게 마무리가 됬는지도 기억이 안났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모텔이었다.

8.  항상 술만 따라주다보면 술이 아무리 약해도 내 마음대로 마셔보고 싶은때도 생기는 것 같다. 요즘 몸이 피곤하니 나도 모르게 고기도 땡긴다. 모처럼 깔끔하게 일찍끝난 금요일 새벽, 같이 일하는 언니들 3명과 논현동 한쉰포차로 삼겹살에 소주한잔 하러 왔다. 같은일을 하는사람들로서 마음맞는 부분도 많고 이야기도 잘 통했다. 오랜만에 느끼는 여유였다. 어느새 소주5병을 마셨고 술도 알딸딸하게 취해온다. 옆에있던 한달선배 언니가 나한테 인터넷 쇼핑몰 창업에 대한 이야기를 물어보면서 자기도 비슷한 일을 한적이 있다고 했다. 대충 이야기를 듣고있던중 나는 갑자기 마신 술이 한방에 해독되며 정신이 번쩍 들었고 맞아본적도 없는 아드레날린 주사를 맞은듯 강하게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그 언니는 인터넷 명품 중고시장에 중고명품을 매입받으며 사이트 손해배상규정을 이용해 명품지식이 없는 사람들을 상대로 교묘하게 사기를 쳐서 돈을 버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었다. 그런식으로 번 돈만 무려 4천만원이 넘는데 저번달 금융위기때 주식판에서 반토막이 났다며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면서 말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담배 한가치에 불을 붙였고 정확히 두모금 빨은 후에 재털이에 불을 껐다. 정신을 차려보니 언니와 나는 술집바닥에 서로의 머리카락을 잡고 뒹굴고 있었는데 주변사람들에 의해 상황은 금방 정리되었다. 화장실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은 고등학교때 봤던 어느 영화의 악당을 연상시키듯 마스카라와 립스틱이 흉하게 번져있어 있었다. 대충 화장을 지운뒤 집에 들어온 나는 세상모르게 혀를 내밀고 꼬리를 흔들며 마중나온 루비를 껴안고 정신없이 목놓아 울기 시작했다.

9. 안좋은 일은 겹쳐서 일어난다고 했던가. 단순 생리 불순으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변기위에 힘없이 앉아서 흐릿한 빨강색 두줄의 테스터기를 그저 멀뚱멀뚱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도대체 언제,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헛웃음 밖에는 나오질 않는다. 화장실 문을 비집고 들어온 루비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밥을 달라고 나의 발 위에 매달렸다. 언제부터인지 이 개새끼는 주인맘도 몰라주고 밥만 축내는 식충이같아보인다. 멍청한 개새끼를 그대로 있는 힘껏 발로 차버린후 화장실에서 나와 미친듯이 핸드폰 연락처를 뒤지기 시작했다. 도대체 누구에게 물어봐야할지를 모르겠다. 갑자기 의사 친구분과 함께 술을 드시러 오셨던 장사장님이 생각이 났다. 나의 첫 애프터 손님이기도 한 각별한 인연인 분이다. 다짜고짜 전화를 받자마자 울먹이는 나의 목소리를 들은 장사장님은 잠깐 만나서 얼굴 보고 이야기 하자고 하셨다. 화장도 하지 않고 대충 차려입고 강남역의 한 커피숍으로 달려갔다. 딱한 사정을 들으신 장사장님은 친구 의사분을 소개시켜 주기로 하셨고 지금 임신기간도 얼마 되지 않는것 같으니 별 걱정 하지 말라며 나를 안심시켜 주셨다. 인생의 은인을 만난듯 걱정 한짐 놓을 수 있었고 이런분을 만나게 해주신 하늘에 감사할 따름이었다. 그 자리에서 친구 의사분께 바로 전화를 하셔서 자세한 일정을 정해주셨고, 다른 약속이 있으셔서 나중에 다시 보기로 하고 금방 헤어졌다. 집으로 들어왔는데 무언가 허전하다. 화장실에 들어가보니 구석에 반쯤 눈을뜨고 있는 루비가 힘없이 엎드려 있었다. 멍하니 서서 한참동안 루비를 바라봤지만 루비는 더이상 나를보고도 꼬리를 흔들지 않았다.

10. 어느새 대학 졸업반이다. 이년전에 시작한 인터넷 쇼핑몰은 한마디로 대박이 났고 여성 쇼핑몰 CEO라는 칭호도 안겨주었다. 인터넷의 어느 막장 커뮤니티에 따르면 30살 이전에 2억을 못모으면 자살이 답이라고 하던데, 나는 24살의 나이에 그것도 여성 CEO로서 그 목표를 이뤄냈다. 일년전 여름, 보세의류 디자인을 위해 샘플을 사러 해외 출장을 갔다 왔었다. 입국하던 비행기의 옆자리에서 그와의 운명같은 만남은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고, 저번주에는 꿈만같은 프로포즈를 받았다. 남자친구는 외국계 자동차 기업에서 마케팅 일을 하고있었지만 나와의 결혼을 위해 한국으로 직장까지 옮겼다. 본인 능력도 출중 했지만 집안부터가 워낙 부유했다. 키나 외모또한 부족함이 없는, 최고의 신랑감이다. 이 모든것이 뼈아픈 과거에 대한 당연한 보상이라고 생각하고 나는 언제든지 누릴 준비가 되어있다. 어제 지방에 계신 부모님이 올라오셔서 남자친구와 함께 모두 모여 저녁식사를 하고 가셨다. 엄마는 자랑스런 딸과 사위의 모습에 결국 눈물을 보이셧고 무뚝뚝한 아빠도 표정관리가 안되는 모습이셨다. 완벽한 인생의 완성이 얼마 남지 않았다.
 
11. 대학졸업과 함께 커다란 짐을 몇개 덜었다. 운영하던 쇼핑몰도 단단한 시스템이 구축되어서 이제는 내가 할 것도 별로 없다. 앞으로는 한 남자의 아내로서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데에 온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오늘 저녁은 남자친구의 부모님과 함께 워커빌 호텔에서 저녁식사 약속이 있다. 나의 아버지 되실분은 중국을 드나드시며 사업을 하시느라 이번 약속도 어렵게 잡은 것이다. 남자친구와 함께 호텔 한식집에 도착했고 이미 기다리고 계신 아버지 어머니께 다소곳하게 인사를 드렸다. 이미 나의 이야기를 많이 들으셨던 남친의 부모님은 웃으며 우리를 반갑게 맞이 해 주셨다. 바로 코스요리가 한개씩 나오기 시작했지만 최고급 한식 요리 치고는 전혀 그 맛을 느낄수가 없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다른 정보를 처리하기 바쁜 나의 뇌에서 미처 요리의 맛을 처리 할 수가 없는 것임에 분명했다. 교통사고가 나기 직전에 경험한다는 주마등이 바로 이런것인가. 실내는 절대 추위를 느낄만한 온도가 아니었지만 나는 온몸에서 난데없는 한기를 느꼈고 손을 떨기 시작했다. 결국 쥐고있던 젓가락을 떨어뜨렸고 식탁에 떨어진 젓가락은 생각보다 큰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갑자기 몸이 왜이런것이지? 음식을 잘못 먹었나?  남자친구가 괜찮냐며 걱정스런 눈으로 바라봤지만 나도모르게 고이는 눈물에 모든 사물이 왜곡되어 아무것도 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기쁨도 슬픔도 그 어느 감정도 느낄 수 없는 남자친구 아버지의 얼굴만은 또렸하게 보였다.
 
 





















































 
 
 
 
 
 
 
 
 
 
 
 
 
 














장사장님..그런눈으로..그만좀 바라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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