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은 왠지 바람기가 멋쩍어서
풍월 읊던 외로운 새 댓소리 일찍 그치면
가장 오래 산 흰 늑대 울음이 첫 소절 뗀
달그락 따다닥 이 가는 해골 승려의 염불 소생한다
음력 정월에만 드러난다는 오솔한 산골 속 선사
무희 피 방울뱀과 싸라락 춤추는 죽전 굽이굽이
도깨비불 앉은 향로가 귀신 오는 길 밝히고
별안간 수맥 터져 음기 돋운다
묏자리 꽉 차 저승길도 줄 설 적은
국난에 외난 엳 우스갯말인 수다판
모두 모여 어둠에 취하세
방면 백 리 생자가
사시나무 떨듯 잠 못 이룰 밤
감히 방장房帳 걷고 염탐일랑
얼떨결 못 돌아올 데 따를지언정
아무나 붙잡고 묻겠소
요래 저래 생긴 자 보셨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