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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엔 왜 교회가 많을까?
게시물ID : humorbest_29687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간서치
추천 : 33
조회수 : 4859회
댓글수 : 33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0/09/07 09:04:07
원본글 작성시간 : 2010/09/07 01:07:29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인맥같은데... 친목도모도 되고 전 태어나서 교회를 간적이 초딩때 한두번 빼고 없습니다만 저희집 옆에 교회가 있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거밖엔 없는것 같아요 그러니까 목사들이 개소릴 해도 돈을 뜯어도 다니는거 아닐까요? 여러분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어떤 분이 자유게시판에 우리나라에 교회가 왜 그렇게 많은지 궁금해하며 질문 남긴 걸 봤습니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의 복지가 취약하기 때문입니다. 보통 교회는 복지의 대체물 역할을 합니다. 이는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국가의 도움을 바랄 수 없으니 신에게 기댄다고 할 수 있죠. 미국처럼 의료보험 제도 엉망인 나라라면 질병을 피하기 위해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저 기도가 정답이죠. 그래서 복지부분에서 취약한 미국과 우리나라가 복지 시스템이 제대로 돼 있는 유럽보다 교회가 더 번창하고 있는 거고요. 

  위의 질문 남기신 분처럼 교회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분들은 교회가 단순히 돈을 뜯어가고 목사가 신도를 현혹하는 공간이라고만 이해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조금 다릅니다. 국가가 국민들에게 제공해야 할 복지 서비스를 교회가 상당부분 떠맡고 있는 게 우리나라의 상황입니다. 또한 그런 비용들을 헌금으로 충당하는 것이구요.. 한 마디로 우리나라에서 한 교회는 작은 독립국가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교회들마다 조금씩 하는 일은 다르지만 쌀을 모아서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쌀을 제공하기도 하고 노인대학을 열어 노인들에게 여러가지를 가르치는 등등 교회마다 다양한 서비스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심지어 어떤 교회는 그 교회 신도 중에 변호사가 있어서 교회 내에서 무료법률상담까지 합니다. 그 밖에 외부강사를 초빙해 건강해지는 운동법 같은 걸 가르치기도 하고요. 이처럼 교회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종류는 다양합니다.   

 또한 이런 유형의 서비스 외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도 있습니다. 한국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줄'이 그것입니다. 교인들은 자신들끼리 네트워크를 맺어 그 네트워크를 교회 밖에서도 활용합니다. 거의 모든 교회들은 자기 교회 소속 교인들이 운영하는 사업장 리스트를 공개하고 있으며 그 사업장을 운영하는 교인들이 망하지 않게 자기들끼리는 물건도 사주고.. 필요한 거 있으면 싸게 도움도 받고..(치과를 운영하는 교인이 있으면 아는 교인이 치과 가서 치료하면 특정 치료를 좀 싸게 해준다거나 하는..) 기왕에 같은 값이면 같은 교회 교인이 운영하는 가게를 우선적으로 찾아갑니다. 그렇게 같은 교회 교인들끼리는 철저하게 네트워크화가 돼 있습니다.  
 
 즉. 우리나라의 상황은 국가가 복지 면에서 전혀 역할을 못 해주니 사람들이 '교회'라는 유사국가에 의존하는 상황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게 과연 제대로 된 상황일지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세금을 내는 국가는 마땅히 국민들을 위해 복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왜 무료법률상담 같은 걸 교회 내에서 일부 교인들만을 상대로 해야 합니까? 자신의 신념 때문에 교회를 다니지 않는다고 해서 그런 혜택에서마저 배제되는 건 불합리합니다. 어떤 복지 서비스건 국가 차원에서 모든 사람들에게 시행돼야 마땅합니다. 지금 상황은 마치 중세시대 영주들이 자신들의 구역을 자율통치하듯 각 교회 별로 지역 교인들의 삶을 관장하는 상황이며 그렇게 교회별 사회서비스만 비대하게 발전돼 그것이 오히려 국가적 복지 시스템의 정착을 가로막는 실정입니다. 국가에 비하면 비교적 작은 단위인 교회에서는 자기들이 낸 헌금이 어떻게 집행되는지 교회 내부를 들여다 보면 어느 정도 보입니다만.. 비교적 큰 단위인 국가에 낸 세금은 자기에게 어떤 이득으로 돌아오는 건지 알 길이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조세 저항과 복지 확대에 대한 저항이 거센 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간 쌓여온 국가에 대한 불신과 아울러 정신적, 물질적 복지서비스의 상당 부분을 교회가 담당해 주기 때문이죠.  

 이런 서비스 기능에 내세에 대한 믿음까지 더해져 교회는 국가가 누리지 못하는 자발적 지지까지 같이 누리고 있습니다(국가는 국민에게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교회는 교인에게 조롱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최근 불거져 나오는 많은 교회 문제들은 그만큼 교회 내부 카르텔이 폐쇄적으로 변해가는 증거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다 보니 외부의 비판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하죠. 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들은 '신'을 믿는 것이 아니라 '교회'를 믿는 것이며 '교회'를 통해 구현된 '유토피아적 판타지(살아서는 다양한 서비스를 누리고 죽으면 천국이 보장된)'를 믿는 것입니다.  

 저는 현재 각 지역에서 교회가 가진 서비스 기능을 상당 부분 해체해 국가가 담당하는 것이 더 올바른 사회발전 방향이라고 봅니다. 비록 강제로 해체하지 못 하더라도 교회를 상대로 세금을 걷고 국가가 더 보편적인 복지 서비스를 시행한다면 교회는 지금의 지위를 상당 부분 잃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지방 영주의 힘을 약화시켜 국민 모두에 기반한 국가를 만들어가는, 중세를 해체하고 근대를 열어가는 기획이 요청되는 시기가 지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P.S 이대로 대학 등록금 문제가 흘러간다면 교회들이 대학 등록금을 장학금 형태로 책임지게 될 것 같습니다. 국가가 제대로 풀지 못하는 등록금 문제를 그런 방식으로 풀게 돼 결국 교회를 떠나간 20대들이 교회에 돌아오는 상황이 연출될 것 같습니다. 가장 극적인 스펙터클로.. '간증하는 김예슬'이 떠오르네요. 유럽처럼 국가를 상대로 한 혁명이 일어나는 게 아니라 교회로의 투항이 벌어지는 거죠. 큰 교회가 작은 정부를 집어삼킨 꼴이 된 이명박 정권의 출현은 그 전조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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