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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메를 피망에 신고하고 싶다.
게시물ID : humorbest_29730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빡쳐.
추천 : 94
조회수 : 8224회
댓글수 : 6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0/09/09 13:14:55
원본글 작성시간 : 2010/09/09 03:51:11
1학기 룸메가 2학기때도 들어왔다.
뭐 방학하기 전에는 기숙사 싫다고 자취하러 나갈거라더니;

이놈 뭐 다른건 다 괜찮다.
성격도 일반적이고, 방생활 하는데 돈을 아끼는것도 아니고,
그런데 1학기때부터 방사람들이 그냥 모른척 했던게 하나 있다.

이놈은 진짜 피파온라인이 생활의 절반을 차지하는것 같다.
입학했을때도 컴퓨터 가져왔는데 학기초에 기숙사 인터넷이 안 된다고
학교 근처 피씨방에서 밤을 세우고 수업을 갔다가 들어왔을 정도다.

평소에는 정말 무뚝뚝하고 말이 없지만 피파만 하면 달라진다.
지금은 군대가고 없는 룸메형과 또 다른 방에 잘 안 들어오는 룸메와 나는 깜짝 놀랐다.
평소에 말투는 정말 표준어 그 자체인데 피파 한다고 키보드를 잡는 순간 입이 걸레다.
흥분하는건 예사다.
방사람들 다 있는데 책상 모서리를 주먹으로 쾅쾅 치고 벽을 발로 차면서 욕지거리를 한다.

1학기 초에는 눈치를 보느라 그랬는지 한두시 정도 되면 컴퓨터를 끄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중간고사 끝난 직후 놈을 제외한 나머지가 전부 집에 다녀온 적이 있다.
그때 놈은 집에 가지 않았다.
말로는 과동기들과 술먹으러 나갔다 오기도 했다는데 근거 없는 거짓말일 것이다.
집에 다녀온 금토일 삼일을 같은 옷을 입고 있고, 머리조차 감은 기색이 없는데 무슨..
아마도 방에 혼자 있으니 신나게 피파 온라인을 했을 것이다.

그 이후 놈은 대담해졌다.
평일에도 서너시까지 하는건 기본이고 주말이면 밤을 세운다.
아주 가끔 과행사에 참석하는것을 제외하고는 컴퓨터 앞이다.
친한 사람이 없지는 않은것 같다.
이따금 놀자며 찾아오는 동기로 보이는 학생들이 우리방문을 두드리곤 하니까.
하지만 한두번을 제외하고는 간적이 없다;

컴퓨터 사양이 아주 좋길래 감탄을 좀 했더니 피파 하려고 샀단다;
그런데 이 놈 컴퓨터 아주 심하게 시끄럽다.
이층으로 된 vga, cpu 둘 다 무슨 팬을 쓰는지 정말 부팅할때면 태풍이 부는것 같다.
그래서 차라리 방사람들 잘때는 구석에 있는 내 컴을 써도 좋다고 했다.
내 컴은 피파가 딱 돌아갈 정도의 컴이라 녀석의 구미에는 안 맞겠지만,
방사람들이 모두 있는 가운데 말한거라 녀석도 수긍했다.

그런데 이런 옘병.
놈은 더 악독해졌다.
아예 컴을 끌 생각이 사라졌다.
어느날인가 놈은 택배를 하나 받았다.
그 택배상자 안에서는 반지상자 정도만한 직사각형 크기의 무엇인가가 들어 있었다.
놈은 그걸 아주 자랑스럽게 내보이며 말했다.
이게 매크로를 가능하게 해주는 기계라고-_-;
녀석이 공대도 아니고 전산도 아니고.. 저런게 필요한가 했지만.
그 매크로가 알고보니 게임 매크로 기계였다.
그날부터 놈의 컴은 꺼진적이 없다.
처음 봤을때는 참 신기하기도 했다.
단축키를 눌러주면 지 멋대로 마우스커서가 광속으로 움직이며
(잘 모르겠다) 타인이 싸게 옮기려고 올리는 선수를 집어 온댄다.
그럼 놈은 그걸 정상가에 되팔아서 게임머니를 충당 한다고 했다.

그럼 게임 머니를 벌 일이 없으니 우리 방 사람들은 녀석이 게임하는 시간이 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아주 크나큰 오산이었다.
녀석의 게임머니가 두둑해질수록 녀석의 피파 선수진은 이름만 대도 알만한 사람으로 채워졌다.
말에 따르면 선수의 레벨이 있는데 다 만렙 가까운 선수들이라고 한다.
그렇게 녀석의 피파는 점점 정점을 향해 달려갔다.

이전에 녀석의 실력은 그리 뛰어나 보이지 않았다.
뒤에서 보고 있자면 골을 넣기는 하는데 또 그만큼 먹어서 반반 이기는 그런 정도였다.
하지만 녀석의 말은 항상 이랬다.
내가 실력은 더 좋은데 상대의 선수진이 너무 좋아서 선수빨로 이긴다고.
하지만 당장 녀석의 선수진이 다른 선수들과 비교해서 꿀리지 않아졌을 때에도
녀석의 성적은 썩 좋아진것 같지 않았고 변명도 항상 똑같았다.

하루는 머리가 너무 아파 시끄러운 컴소리에 잠을 잘 수 없어서
녀석의 컴을 내가 꺼버린적이 있는데
다음날 일어나 컴이 꺼진걸 확인한 녀석은 아무렇지도 않은듯 방사람들에게 누가 껐냐 물었다.
나는 내가 껐다고 당연히 말했는데
갑자기 녀석이 노발대발 하면서 왜 껐느냔다.
머리가 아파서 껐노라고 대답하자 녀석은 인간 이하의 대답을 내 놓았다.
그날이 금요일 저녁인가 그랬는데.
금요일 저녁인가가 대목이라는 것이다. 선수를 가장 많이 살 수 있는 날이라나 어쩐다나.
그날 우리는 좀 싸웠다.
당연히 일방적으로 이겼다. 3:1을 어떻게 이기나. 방빼게 생겼는데.
그날 이후 녀석은 며칠간 컴을 꺼놓고 잤다. 물론 낮에는 게임을 계속했다.
며칠간 고심하는 눈초리가 보이더니 허 참.
녀석은 무소음 쿨러라는것을 사서는 vga와 cpu, 그리고 본체 팬가지 갈아버렸다.
분명히 조용해지기는 했지만-_-... 여전히 자는데 방해 되는건 마찬가지였다.
룸메들은 모두 기가 차고 지쳐서 걍 냅뒀다.

그리고 방학이 지나고 다시 기숙사로 돌아왔다.
그래도 룸메라고 다시 만났을 때에는 자동으로 화해가 되어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정말 찰나의 순간이었다.
녀석은 인터넷이 되지 않는 첫날을 제외하고는 또 컴을 켜두고 잔다.
1학기 때에는 좀 심하다 싶으면 2학년 형이 제재를 가했는데,
형이 군대를 간다고 자리를 비웠고 그 자리에 복학생 형이 들어왔는데
지금까지 방에서 자는걸 두번 봤다-_-...
나는 천상 남에게 큰소리 할 위인이 못 된다.
게다가 남은 룸메 한명은 다 포기를 한건지 맙소사 귀마개를 하고 잔다.
나도 1학기때 하고 잔적이 있는데 도저히 답답하고 두통나서 포기했다.

그리고 하이라이트는 어제 벌어졌다.
녀석은 방학기간에는 집에 컴퓨터가 자기것과 집의것 두대인데
집의것이 너무 노후되어 새것으로 바꾸면서
두대의 컴퓨터 매크로를 운용하여 지금 자신의 피파 아이디가 상당히 값어치가 나간다는 것이다.
하는 말로는 한달에 이십만원 정도 벌었다고 한다 '현금으로'
또 그걸로 핸드폰을 바꿀거라고 자랑을 하는데 저건 아니다 싶었다.
그런데 녀석은 그 남은 한대의 매크로 기계를 가지고 왔던 것이다.
그리고 어제밤. 내가 잠든 사이에 녀석의 나의 컴퓨터를 켜고
깨긋한 내 컴퓨터에 피파와 매크로 프로그램을 깐 뒤 매크로 기계를 물려서
자신의 컴퓨터와 내 컴퓨터 두대로 매크로를 돌린 것이다.
자기 컴퓨터를 껐을 때에는 격분했던 자식이 남의 컴퓨터에 손을 대다니
나는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어 처음으로 방에서 화를 냈다.
녀석은 상당히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되나 안 되나 해보려고 그랬단다-_-..
그리고 오늘 밤 지금.
확실히 캥기기는 했는지 쿨한척하며 기숙사 문이 닫히기 전에 동기들이 피씨방을 가자 했다면서
옷을 챙겨입고 밖으로 나갔다.
당연히 동기가 불렀을리는 없다.

나는 지금 상당히 화가 나 있지만, 남에게 뭐라고 하는 성격이 못 되어 또 멍청하게 참고있다.
그런데 지금 당장 나는 녀석에게 본때를 보여주고 싶다.
녀석의 매크로를 버리거나 박살낼 생각도 했지만
남의 재물에 해를 가하는것은 또 못하겠다.
그래서 피파온라인이 피망에서 서비스하는 게임이라던데
아무래도 거기에 녀석을 신고해버리면 이제 밤에 컴퓨터 켜는 일이 없지 않을까 싶다.
아니라면 또 모른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여온 녀석의 모습이라면,
또 어떻게든 시도할게 뻔하다.

사실 둘재날 녀석이 매크로를 돌리는 순간 사무실로 가서 룸메를 바꿀 수 없냐 물었더니
방이 다 만방이라 안 된단다.
바꾸려거든 네가 맞바꿀 사람을 구해오면 너를 바꿔 준다는데
헐. 그건 또 아니지. 내가 왜 떠나나, 녀석이 떠나야지.
하. 그건 또 남에게 민폐를 끼치는것 같아서 또 틀렸다.
그래서 나는 녀석을 어떻게든 피파온라인에서 손을 끊게 만들어버리고 싶다.
제발 조용한 방에서 자고싶다.
오랜만에 녀석이 없는데 잠이 안 온다.
이런날 잘 자둬야 하는데.
보나마나 녀석은 내일 다시 방에 돌아와 아무일 없었다는듯이 컴을 켜고 자겠지.
그리고 상대방이 버그를 쓴다며 욕을 하면서 욕지거리를 내뱉고 책상을 두들기겠지.
두고 봐라. 내가 어떻게든 너를 거기서 손때게 만들지 못하더래도 최소한 골탕은 맥인다.

여러분. 어떻게 해야 이자식의 피파 매크로를 멈추게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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