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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척귀신이야기.
게시물ID : panic_2973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벽보고키스
추천 : 49
조회수 : 10774회
댓글수 : 16개
등록시간 : 2012/05/17 13:35:50
할아버지 댁은 집에서 차로 2시간정도의 거리에 있다.

평범한 농촌 농가인데 그곳의 분위기가 좋아서 고등학교때부터 가끔씩 혼자 놀러가기도했다.

갈때마다 할아버지 할머니도 반겨주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간 것은 고3올라가기 직전이었으니까 벌써 십수년은 가지 않고있다.

여기서 알아야 할 것은, 가지 않는것이 아니라 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고등학교 2학년이 끝나고 온 봄방학때 

너무 좋은날씨에 꼬임받아서 할아버지댁 까지 오토바이를 달렸다.





할아버지댁에 도착해서 바람도 쐴 겸 마루에 앉아서 한쪽 팔로 머리를 받치고 누워서 아무생각 없이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서늘한 바람이 기분좋게 몸을타고 흐르고 따스한 햇살은 몸이 식지않도록 따뜻하게 몸을 감쌌다.



그 때....





포..포..포..포...포,포,포,포.....포



하고 묘한 소리가 들려왔다.

기계음 같은것도 아닌 사람이 입으로 내는 소리같았다.



뭔가..하고 두리번 거렸더니 울타리위로 챙이 넓은 새하얀 여자모자가 올라와 있는것을 발견했다.

울타리위에 모자가 올려져 있는것은 아니었다.

모자는 그대로 움직였고 울타리가 끝나는 곳 까지 오자, 한 여자가 나타났다.





그 여자는 모자색과 같은 새하얀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하지만,



울타리의 높이는 2미터가 넘는데?

그 울타리보다 키가 높으면 도대체 몇미터일까?

그 여자는 점점 사라졌다.

아, 그리고 그 여자가 사라지고 나니 포포포포 하는 소리도 점점 사라졌다.



그때는 키가 큰 여자가 엄청나게 밑창이 두꺼운 부츠를 신었다거나, 키가 큰 남자가 여장이라도 했나보지...싶어서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 날 오후, 논에서 돌아온 할머니,할아버지를 보니 문득 그 일이 생각나서 말했다.



"아까 키가 엄청큰 여자를 봤는데...남자가 여장이라도 했을까?"



라고 해도 "아.... 그러냐...."라며 별로 관심이 없는 듯 보였다.



"울타리보다 키가 더 컸어.모자를 쓰고 포..포..포..포..포..라고 이상한 소리도 내면서 걸어다니던데?"



라고 한 순간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말그대로 그냥 얼어붙었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언제봤냐, 어디서봤냐, 울타리 보다 키가 얼만큼 컸냐 라며 약간 화난듯이질문을 쏟아부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누구한테 전화를 걸었다.

전화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알기엔 분명 할아버지 할머니는 떨고있었다.....



할아버지는 나에게 무슨일이 있어도 꼭 오늘 자고 가라고.... 아니 무슨일이있어도 집에 못보낸다고 하였다.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한 것일까...?



할머니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니

그저 팔척귀신 에게 홀린것 뿐이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나에게 팔척귀신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다.



이 부근에는 팔척귀신이 있다고 한다.

팔척귀신은 덩치가 큰 여자의 모습을 하고있고,이름그대로 키가 팔척(240cm)정도되며, 포,포,포,포..라는

남자같은 목소리로 이상한 웃음소리를 내고 다닌다고 한다.



본 사람에 따라 노파,젋은여자,중년이기도 하다고 하지만..

여성이고 비정상적으로 키가 큰데다가, 머리에는 무엇을 쓰고 있다는 점과, 포포포포..라는 소리를 낸다는 것은 누구의 말 에서도 찾아볼수있는 현실이었다.



팔척귀신은 이 지역에 지장을 세워 봉인 하였다고한다.



그래서 다른곳으로는 가지 못한다고 한다.



팔척귀신에게 홀리면 수일안에 죽는다고 한다.



나는 이런 얘기를 들어도 전혀 현실감이 없었다.



할머니가 한 노파와 함께들어왔다.

그 노파는 날 보며 부적하나를 쥐어 주었다.

할아버지, 노파는 방으로 올라가서 무언가를 하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나와 함꼐있었는데 화장실 갈떄도 같이 따라와서 문을 열어두게 했다.











한참 후 2층으로 불려서 따라갔다.



모든 창문이 신문지로 덮여있고, 그 위에 부적이 있는데다가,방의 네 구석에는 접시에 소금이 

쌓아 올려져있었다.

게다가 나무로 된 상자같은게 있었는데 그 위에 조그만 불상이 놓여있었다.

그리고 어디서 가져왔는지, 요강2개가 놓여져있었다.



" 곧있으면 해가진다. 잘들어라 , 내일아침까지 절대로 이 방에서 나오면 안된다. 

나도, 니 할머니도 너를 부르는 일은 절대로 없을테니까 누가 널 부르더라도 들으면 안된다.

그래, 내일 아침 일곱시가되면 나오도록 해라.집에는 연락하마."



라고 할아버지가 무거운 표정으로 말씀하시는데,끄덕일수 밖에 없었다.



"할아버지께 들은 이야기를 새겨듣고 꼭 지키도록 해라. 절대로 부적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할아버지와 함께온 노파도 말했다.



그리고는 밤에 혼자 남았는데 

티비는 봐도 된다고 하니 틀어봤다.

할머니가 해주신 주먹밥과 과자들도 일품이었다.









그 상태로 어느새 잠이 들었던 모양인데,깨서 보니 티비에는 심야에 하는 통신판매 선전이 흐르고 있었다.

시계를 보자 새벽 1시가 조금넘은 시각이었다.



이상한 시간에 깨어버린것 같아서 찝찝해 하는데........









톡....톡....





창문을 톡톡 치는 소리가 들렸다.

돌맹이를 던지거나 해서 나는 소리가 아닌 그냥 손으로 가볍게 떄리는 소리........




진정하려고 물을 한 모금 마셨지만 잘 넘어가지도 않고 

너무 무서워서 티비 소리를 키우고,죽을힘을 다해서 티비에 집중하고있었다.



그 때...

문밖에서 할아버지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무 무서우면 그만해라"



나도 모르게 문을 열뻔 했지만, 낮에 할아버지가 하신 말씀이 떠올라서 금방 손을 멈췄다.

또 목소리가 들렸다.



"왜 그러냐....너무 힘들면 이리 나와라."





분명 할아버지 목소리 였지만 분명 할아버지 목소리가 아니었다.;;

이유는 모르지만 왠지 그럴거라는 생각에 무서워서 부적을 쥐고, 움크려서 있는데...





그떄.....



포...포,포,포,포.....포..포





낮에 들은 그 목소리가 들리더니 





갑자기 창문이 미친듯이 흔들렸다.







도저히 궁금함에 가만히 있을 수 없던 나는



부적과, 신문지를 뜯어버리고 창문을 열어재꼈다.






그러자 여름답지 않은 차가운 한기가 내 몸을 엄습했다.




창문에 고개를 빼놓고

좌우로 두리번 거리는데




갑자기 여자얼굴이 밑에서 솟아 올랐다.




내 얼굴이랑 불과 5cm 거리에 그 여자의 얼굴이 맞대어 져있었는데

새하얀 피부에 반하는 흑빛 눈동자가 나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별안간 '포.. 포.. 포포.. 포포.. 포포' 라고 입으로 되뇌이기 시작했다.





이 여자가 분명히 사람이 아닐거라고 온몸이 말해주고 있었지만

식은땀 대신, 가슴이 두근 두근 거리기 시작했다.



아드레날린이 솟구쳐서 근육이 수축된 것도 아닌...



중1때 여선생님을 짝사랑하면서 느꼈던 그 두근거림 이었다.






나도 모르게 그녀의 입술을 내 입술로 포개 버렸다.

'포.. 포.. 포포.. 포 흡!'





입술은 매우 차가웠지만,

내 심장만큼은 그 어느때보다 뜨거웠다.



그녀가 당황해서 얼굴을 빼려고 했지만

난 두손을 뻗어 그녀를 집 안쪽으로 끌어당겼다.



몸의 균형을 잃은 나는 뒤로 자빠져 버렸고,

2M를 훨씬넘는 그녀의 거구도 따라서 내 가슴위로 포개져 버렸다.



새하얗기만 하던 얼굴이 홍조를 띄기 시작했고

초점도 없던 검은눈은 생기를 띈 예쁜 눈으로 변하였다.





수초간 가만히 있었던 그녀가 갑자기 강한 악력으로 나를 밀쳤다.



'이게 뭐하는 짓이야!'







'미.. 미안.. 나도 모르게 그만...'







'포.. 포.. 포포포.. 포포포..'







'너 방금 말했었잖아.'






'포....'








난 그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얼굴은 그 어떤 동네여자들 보다 이뻤지만, 키가 비정상적으로 너무커서

괴물이라고 놀림받던 처녀 시절..

참지못하고 강물에 뛰어내린 이야기까지..

더군다나 저승으로도 못가게 자신을 봉인시켜버린 동네주민들에 대한 원망까지 토로했다.





나는 말없이 그녀를 껴 안아 줬다.

'나 아무래도.. 팔척귀신한테 홀린것 같아.'








그 일이 있은후로 나는 그녀와 7년간 장거리 연애를 했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이 동네에는 얼씬도 하지말라며 손사래를 치셨지만

그녀를 봉인한 비석을 망치로 직접 부수는 내 모습을 보며

넋이나가 놈이라고 손가락질 하셨다.





이제 그 동네에는 갈필요가 없어졌다.

그녀는 자유의 몸이다.





그나저나.. 무엇을 시킬지 모르겠다.

농구? 농구가 아무래도 좋겠지.



나는 그녀의 만삭이된 배를 문지르며 말했다.



'우리 아기, 훌륭한 농구 선수가 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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