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단체들이 지난 주말인 17~18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추모 촛불집회 때 경찰이 200명을 폭력 연행했다고 주장하며 경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경찰이 연행·진압 목적으로 시민을 압박했다”고 밝혔다.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인권단체연석회의 등 18개 단체가 포함된 ‘세월호 참사 대응 각계 원탁회의 존엄과 안전위원회’는 20일 오전 서울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7~18일 행해진 경찰에 의한 연행은 인권유린”이라며 경찰의 연행과정상 문제점을 지적했다.
지난 17일 서울 안국동 쪽에서 경찰에게 연행됐다가 풀려난 고상균 향린교회 목사는 당시 연행 과정을 증언했다.
세월호참사 대응 존엄과 안전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권 노동 사회 운동가들이 20일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던 중, 경찰이 폴리스라인을 치자 항의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email protected]
고 목사는 “연행되는 경찰 차량 안에서 만난 한 시민은 자신이 ‘서점에서 책을 사서 나오는 길에 연행됐다’며 책까지 경찰에게 보여주며 항의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러나 경찰은 이를 무시하고 미친사람 취급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혼절한 사람도 있었는데 사람들이 격하게 ‘119를 불러달라’고 항의를 한 뒤에서야 구급 차량에 보내줬다”고 말했다.
조사과정에서의 문제도 제기했다. 고 목사는 “변호인 접견을 위해 어느 경찰서로 연행되는 것이냐고 물어도 경찰은 어디로 가는지 설명도 제때 안 해줬다”며 “‘(경찰서 수용) 인원이 많다’는 이유로 여러 경찰서로 나뉘어 연행돼 새벽 4시에서야 입감되는 등 인권을 보호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세월호참사 대응 존엄과 안전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권 노동 사회 운동가들이 20일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이 세월호 추모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을 폭력적으로 연행했다고 항의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email protected]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경찰은 해산이 아니라 연행과 진압을 목적으로 시민들의 사지를 들었다”며 “다수의 경찰이 신호대기 중인 차가 있는 도로로 시민들을 토끼몰이했다”고 주장했다.
연행된 시민들의 법률대리인 역할을 맡았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김종보 변호사도 이날 회견에 나와 “이미 안국동 쪽 차도와 인도는 경찰에 의해 막혀있는 상황이었음에도, 경찰은 거기 있던 사람들이 도로의 교통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현행범 체포했다”며 “이들이 교통을 방해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는데 현행범으로 체포한 것은 경찰이 불법체포·감금죄를 저지른 것”이라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이 같은 불법 체포·감금 행위는 18일에도 광화문 일대에서 계속됐다”며 “향후 경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경찰 관계자는 “주말 열린 촛불집회와 관련해 불법 도로 점거는 처벌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선을 그었다.
경찰은 17일과 18일 세월호 추모 집회를 개최하면서 각각 종로구 계동 현대사옥 앞과 광화문 사거리 일대 도로를 점거한 혐의로 집회 참가자 200여명을 연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