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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10인이 쓴 "고 노무현 대통령"의 "묘비명"
게시물ID : bestofbest_2978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대팔이
추천 : 177
조회수 : 7341회
댓글수 : 4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09/07/11 16:07:04
원본글 작성시간 : 2009/07/10 15:51:20
서버린 수레바퀴
한 바보가 밀고 갔네
-정도상(소설가)

여기 한 인간 잠들어 있다.
봄이면 무논 넘어 뻐꾸기 소리 청명하고, 여름이면 개구리 소리 왁자지껄 들리는 곳,
가을엔 누렁소 워낭 소리 느리게 지나가고, 겨울이면 천지간에 흰눈 펄펄 내려 덮히는 곳.
창공을 지나가는 태양이여! 잠시 걸음을 멈추어라.
들판을 달려가는 바람이여, 냇물이여! 잠시 귀를 기울여라. 
1946년 9월1일. 산도 들도 아직 가난했던 조국. 한 인간이 이곳에서 태어났다.
그저 평범했던 집안, 그저 평범했을 뿐인 가족들. 그저 평범했을 법했던 한 인간의 생애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상업학교를 졸업하고 독학으로 고등고시에 합격하였다. 판사가 되었고 변호사가 되었다. 
그러나 운명이 그를 불렀다. 불의한 세상이, 고난 많은 역사가 그를 불렀다.
타는 열정으로 그는 소리쳤다. 사자후를 토하듯 외쳤다.
원칙과 상식이 살아 있는 대한민국!
보통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대한민국! 국민이 대통령인 민주주의 대한민국! 
그리고 2009년 5월23일. 그는 마침내 신화가 되었다.
살아 있는 전설이 되었다. 굴하지 않는 정신의 위대한 이정표가 되었다.
보라! 여기 왕소금같이 환한 미소 지으며 결코 평범하지 않았던 한 평범한 생애, 바위처럼 누워 있다. 
-김영현(소설가) 

여기에 천둥처럼 와서 천둥처럼 떠난 
한 격정의 사내가 누워 있다. 
불타는 혀의 웅변, 강인한 투혼 
사나운 발톱의 승냥이떼 속에서 
피투성이 상처로 질주하여 마침내 돌파한 
위대한 거부의 정신 
죽어서도 꺾이지 않는 
정복되지 않은 죽음 
진정한 민중의 벗, 노무현 
당신이 뿌린 씨 기어코 우리가 거둘 터이니 
그대 퍼렇게 눈 뜨고 잠들지 마시라
-현기영(소설가)

치열하게 살았으나 
욕되게 살 수는 없어 
허공에 한 생애를 던진 
노무현의 영혼을 
하늘이여, 
당신의 두 팔로 받아 안아주소서
-도종환(시인) 

한국의 맑은 꿈 여기 잠들다
그대는 세상 사람들이 안 된다고 하는 길을 애써 찾아 들어갔다.
그렇게 가는 길이 정의로운 길임을 스스로 믿었기 때문이다.
그 길은 험난하고 아프고 외로웠으나, 그대는 치열하게 그 길을 뚫고 나아갔다.
그리고 마침내 그대는 그 길이 옳았음을 세상에 입증시켰다.
소외된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그대의 인간적인 소탈함,
우리 사회에 만연한 온갖 권위주의와 지역주의, 분단 고착, 빈부 갈등 따위를 온몸으로 타파하려는
그대의 열정적인 노력은, 모든 한국인의 마음속에 오래오래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그대의 길은 결코 외롭지 않았다.
아아, 그대는 죽음까지도 이토록 순결하구나! 아깝고 분하고 또 애통하다!
-이성부(시인)

여기
대통령이면서 시민이고자 했고 
정치인이면서 정의롭고자 했으며 
권력을 잡고도 힘없는 자 편에서 
현자였으나 바보로 살아 
마침내 삶과 죽음까지 하나가 되도록 온몸으로 그것을 밀고 갔던 한 사람이 있으니 
그를 미워하면서 사랑했던 우리는 
이제 그를 보내며 영원히 우리 마음에 그를 남긴다.
-공지영(소설가)

많이 가진 사람들 편에서
편하게 살 수도 있었으나
그렇게 하지 않은 사람
불의한 것에 치열하게 분노하고
타인의 고통에 함께 눈물 흘리는 것에
가식이 없었던 사람
진심으로 온몸이었던 사람 
백 개의 부끄러움을 가진 이들과
천 개의 부끄러움을 가진 이들이
하늘에 맹세코 부끄러움이 없다고 말할 때
하나의 부끄러움을
진정으로 부끄러워하며
죽음으로 뚜벅뚜벅 걸어간 사람
진심으로 부끄러워할 줄 아는 정치인만이
국민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음을
보여준 정치인
당신을 통해 우리 모두의
마음의 역사가 진보할 수 있기를!
-김선우(시인)

사람 사는 세상의 자유를 꿈꾸었던 사람, 
낮은 곳을 바라보며 눈물 흘릴 줄 알았던 사람,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나라를 위해 평생 애쓴 사람, 
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 노무현 
여기 봉하의 뒷산에 고이 잠들다
-안도현(시인)

말하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대신해 번쩍 치켜들었던 당신의 오른손에게 이 글을 바칩니다.
패배한 자들을 위해, 또 그들과 함께,
그게 지는 길일지라도 원칙과 상식의 길이라면 두려움과 불이익을 마다하지 않았던 당신의 삶에게,
또 사랑과 행복의 기억이 공포와 폭력의 기억보다 더 오래간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준 당신의 삶에게,
또한 지는 길처럼 보이는 바로 거기에서 우리는 영원히 승리한다는 진리를 가르쳐준 당신의 죽음에게.
-김연수(소설가)

당신의 순결한 영혼은 사람 사는 세상을 위한 아름다운 등불입니다.
-공선옥(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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