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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가 병장3호봉.....ㅠㅠ" 에피소드2-2"
게시물ID : military_2981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네모난세상
추천 : 18
조회수 : 2253회
댓글수 : 16개
등록시간 : 2013/09/03 20:13:03
몇일간 조용히 여행좀 다녀 오느라 글쓰는게 늦었습니다.!


"말년분대에 온 이등병 이야기 2번째.."


말년분대도 청소라는걸 합니다. 어쩌면 오히려 더 깔끔을 떨기도 합니다. 
이등병에게 빠른 소대적응 훈련을 위해 청소할때 준비해야 할것들을 가르쳐 줍니다. 항상 침상걸래를 챙겨오던
병장3호봉 찌끄레기가 직접 가르쳐 준답니다.  병장3개월부터 군생활시작이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놀려대곤
했는데, 그걸 들은 이등병의 안색이 좋지 않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tv를 시청하고 침상걸래를 기다립니다. 저는 누누히 말씀드린거처럼 착한 말년아저씨였기때문에 청소를 도와줍니다.  제 담당은 tv위 그리고 눈에 가장띄는 테이블 위! 처럼 청결을 꼭 유지 해야 하는곳을 담당하기로 합니다. 혹시라도  tv위에 앉은 먼지가 tv 본체로들어가서 브라운관이 폭발할수도 있는 참사를 막아야 하니까요. 가장 중요한 구역입니다. 

 이등병과 함께온 병장3호봉이 걸래를 가져다 줍니다. 그런데 오늘따라 뭔가 이상합니다. 걸레에서 치약향이 나고
혹시나 싶어서 힘을 주고 걸래를 비틀어 보는데.. 물발웅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걸래를 양손에 들고 먼지를 털듯
털어보니 걸래에 수분이 증발한것마냥 전체적으로 하얗습니다. FM으로 이등병에게 가르쳐 줬나봅니다.
 항상 물에 대충 행궈 이게 걸래인지 물먹은 스폰지인지 ... 아리송했던 걸래가 오늘은 금의환향을 한 선비처럼
빛이나고 그 자태가 매우곱습니다. tv위에 먼지를 닦고 테이블의 먼지를 쓰윽. 하고 닦아줍니다. 
 
청소가 끝났으니 한쪽구석에 앉아 사람들의 동태를 살핍니다. 내무실내에 가장 큰 고참으로써 혹시라도 모를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항상 주시합니다.

청소가 대충 마무리 되었으니 tv앞에 옹기종기 모여 tv시청에 몰두합니다. 이등병이 전투화를 가지고 나가서는
열심히 닦고들어옵니다. 진귀한 현상에 잠시 병장들이 신기해 합니다.. 가끔 보급관님이 당직을 서는날이 아니고서
는 우리에게서 찾아 볼 수 없는 모습입니다. 

 그러고 tv를 보는데 당직사관이 들어와 점호를 합니다. tv를 끄려고 병장 3명이 일어나 향합니다. 저건 분명 보여
주기식 액션입니다. 끄려고 하는 의지가 없음이 보이는 흐느적거리는 몸동작이 저를 잠시 웃게 만듭니다.
당직사관이 말합니다.

 "........................... 빨리들 자라. 그리고 전달사항이 있는데.. 근무간에........ 됐다. 숴"

한숨쉬고 나가십니다. 항상 타중대에서 당직을 서로 온 간부들은 저희를 무시합니다.. 뭐 전달도 잘안해주고
이런식입니다... 우리도 관심이 필요한 군인들인데 말입니다.. 뭐 그렇게 10초간 tv에서 멀어진 눈동자를 다시
고정합니다. 침상을 깔고 tv를 보는데 이등병이 또 불편한자세로 차렷자세로 누운채 고개만 돌려 tv를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세를 다시 거실쇼파에 누워 편하게 tv를 보는 자세로 고쳐줍니다. 만족스럽습니다.
 대충 드라마 다 챙겨보고, 이리저리 채널돌려 보다가보니 어느덫 1시가 넘었습니다. 규칙적인 생활을 위해
오늘은 일찍자려고 tv를 끄고.. 자려고 제 구석자리로 가려고 보니 이등병도 이제 자려고 자세를 고쳐 잡으려 
합니다. ' 아차..!'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제 생각만 하고 이등병의 의견은 묻지를 않았던겁니다.  리모컨으로
tv를 키고 이등병에게 쥐어줍니다. 보고 싶은거 있으면 더 보라고...
  
 이등병은 tv를 끕니다 괜찮습니다 를 난발합니다..... 역시나 삐쳣나 봅니다. 눈치 없는 제가 또 실수를 해버렸습니다. 제 생각만했던 모자른 배려심에 대해 제 기억속에 있는 나만의 회고록의 한페이지에 적어두기로 합니다. 다음부터는 물어보고 tv를 끄기로 합니다.
 
눈을 붙인지 얼마 안됬는데 기상나팔소리가 들립니다. 역시 군대에서 자는 시간은 정말 화살처럼 지나갑니다.
귀는 깨어났으나.. 몸은 깨우지 않기로 합니다. 갑자기 몸을 움직이면 근육에 경련이 올 수도 있으니 눈을 감은채로
명상에 잠김니다. 새벽에 제 불찰을 반성하기 위해 이등병을 바라보니, 오랫만에 늦게까지 tv를 보아서인지 단잠에
빠져 있습니다. 생각이 짧았던 제 행동에 마지막에 보았던 영화의 후반부를 궁금해 하며 잠을 청했을 이등병을
생각하니 미안함이 몰려 옵니다.  그래서 깨우지 않기로 합니다.. 역시나 저는 착한 병장 사람이였습니다.
 
 오늘은 특별히 상황병이 와서 저희를 깨워줍니다. 상병 말이였나..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인지 항상 눈빛이 날카롭습니다. 무섭습니다..  웃으면서 저희를 깨워주는데  저놈이 주는 음식은 뭔가 독이라도 
탔을거 같은 날카롭고 매서운 눈빛에 바로 기상해 주기로 합니다.. 하지만 상황병은 착했습니다.

 나가서 복무신조를 힘차게 외치고해주고 .. 애국가도 멋지게 부르고 전방에 힘찬 함성도  내질러 보려 했으나 목이 아프고  감기가걸렸는지 따끔따끔해서 포기합니다. 그렇게 점호가 끝나고 담배불에 불을 붙이고 내무실쪽으로
걸어 가는데, 상황병이 이등병을 데리고 분리수거함쪽으로 갑니다.. 
 오... 역시 빠른 적응훈련을 아침부터 청소하는 요령을 가르쳐 주려고 하나봅니다. 역시 상황병은 착합니다.

 담배를 피고 이등병을 기다리는데 10분이 넘도록 오지를 않습니다.  역시 꼼꼼하게 가르쳐 주나봅니다.

요즘 라면에 냉동그리고 군것질만해서 식사를 때우다보니 건강이 안좋아 짐을 느낍니다. 그래서 오늘은 아침을
챙겨 먹기로 합니다. 건강은 챙겨야 하니까요..  일단 말안듣는 병장들에게 아침을 먹겠노라 선포합니다.
 다들 해가 서쪽에서 뜨겠다며, 잠시 저를 이상하게 처다봅니다. 전기밥솥앞에 어느세 세팅되어 있는 라면들이
저를 부르는만 같지만 오늘부터 규칙적은 생활을 하겠노라.!! 나는 대한민국 육군 정예 수색병이라고!!스스로
마인드컨트롤 합니다. 
 일단 아침은 조용하게 10-20분 늦게 가기로 합니다. 사람이 많을때 가면 조용하게 식사를 할수없을뿐더러 괜히 
일찍가서 후다닥 먹고 오면 일찍 출근하신 보급관님 눈에 잡혀 어떤 사단이 날지 모르기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눈좀 붙이기로 합니다.. 

 아뿔사 잠깐 눈을 붙인다는게 20분이 훌쩍 넘어 갔습니다.. 눈을 부비고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옆에서 대짜로 
뻗어 있는놈 새우마냥  움츠리고 자는놈 관물대 아래에 머리처박아놓고 자는놈등등 각자 다양한 포즈로 자고
있는놈들을 보자니 역시 우리는 단합심이 잘되는 분대구나.. 라는걸 잠시 느낍니다. 
 그래도 군기가 제법잘 베어 있는 우리 이등병! 유일하게 앉아서 벽에 기댄체 졸고 있습니다. 대자로 뻗어서 
자는놈들 틈에 끼어서 얼마나 누워서 자고싶겠습니까.. 그래도 저렇게 앉아서 각을 잡은체 졸고 있는 모습을 
보아하니 이등병다운 군기가 들어 보여서 흐믓합니다.

 자 !아침을 먹으로 갑니다. 흐느적거리는 아저씨들을 대리고 취사장에 도착을 하고 보니 계원 사수 혼자서 
아침을 먹고 있습니다. 매번 혼자 밥을 먹고 있는 모습을 보니 가슴 한쪽이 아파옵니다. 이등병이 계원을 보자마자
"식사 맛있게 드시기 바랍니다." 라고 운을 뗍니다.  역시 인사성 바른 이등병의 모습입니다. 마치 고양이 앞에
쥐마냥 뭔가 불안해보이는 이등병의 눈빛이 수상하지만 그려러니 하고 끼어들지 않습니다.

 식판을 들고 밥을 먹으려는데 ....국은 바닥이고 떡이 된밥도 얼마 안남았으며, 반찬은 양념이라는 흔적만 남은체
도저희 밥을 먹으려고 해도 먹을수가 없는 수준이랴. 계원에게 지긋이 지금의 사태를 물어봅니다.
 이유인즉슨 말년분대는 밥을 거의 챙겨 먹지 않아서 매번 중대인원이 다 처리한다.
 취사장에서 자꾸 우리중대 음식찌꺼기량만 많이 나와서 경고가 나왔다고 한다.
 어쩐지 요즘 본부 포반 소대 인원들이 얼굴에 윤기가 돌고 살이 포동포동 올라 오는게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계원 녀석의 식판을 보아하니 국은 없고 그 자리에 고기 반찬이 가득차 있습니다. 그리고 이등병을 불러 미리
준비해둔 식판을 건네어 먹으라고 합니다. 계원들은 항상 이렇게 사수 부사수가 번갈아 가며 식사를 하러 가는데
오늘은 부사수 아침과 이등병아침을 따로 세팅해놯다고 합니다. 이등병을 챙겨 주는 따뜻함에 감동을 합니다
그리고 단둘이 오붓하게 밥을먹고 이등병도 올때 같이 동행해서 복귀하라고 일러둡니다.
 아침부터 선 후임간에 따뜻함을 보자니 감동의 물결이 흐르고 흘러 넘처 행복함이 밀려 옵니다.

이등병을 그렇게 떨궈놓은채 우리는 막사로 복귀합니다. 왠지 모를 허전함 그리고 배신감이 몰려 옵니다.
우리도 사람인데 우리도 같은 중대식구 인데.. 끼니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한 우리를 되돌아 보니 처량하고 불쌍해
집니다.  전기밥솥에 스위치를 on으로 올려 두고 잠시 추억에 잠깁니다.
 식판을 들고 맛있는 반찬이 있는날이면 어떻게든 좀더 먹어보겠다며 눈을 굴리고 굴려 좀더 큰 닭조각을 얻었을때
의 그 기쁨.. 그리고 꼬리곰탕이 나왔을때 남다른 국자 신공으로 건데기를 좀더 득했을때의 그 기쁨.. 이젠...
우리에게 느낄 수 없는 감정이라는 사실에 서러움에 복받혀 끓어오르는 라면에 젓가락을 휘저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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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올리는글이라 짧게 올리고 갑니다!!
요즘 제법 밤공기가 차더라구요.. 모두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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