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실종자 가족 지성진 씨(세월호 생존 조요셉 군 외삼촌)
세월호 침몰사고가 36일째를 맞고 있습니다. 실종자가 몇 명인지 여러분 기억하십니까. 여전히 17명이 남아 있습니다. 어제도 팽목항에서는 돌아오지 않는 가족 이름을 목놓아 부르는 통곡이 이어졌다고 하는데요. 그 실종자 가족 중에 한 분을 지금부터 잠깐 연결을 해 보죠.
8살 아이 조요셉 군의 외삼촌을 지금부터 연결하겠습니다. 지성진 씨입니다. 지 선생님 나와 계시죠.
◆ 지성진>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그러니까 지금 요셉이의 엄마와 형은 주검으로 발견이 됐고, 아빠는 여전히 실종상태인 거죠?
◆ 지성진> 그렇습니다.
◇ 김현정> 먼저 요셉이는 어떻게 지내고 있습니까?
◆ 지성진> 요셉이가 병원에 상당기간 입원했었고요. 지난 주부터 다시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어요.
◇ 김현정> 집으로 돌아가서 학교를 다니는 거예요?
◆ 지성진> 원래 부천 살아서, 부천에서 돌봐줄 사람이 아무도 없거든요. 그래서 일단 저희 집으로 전학을 시켜서 지난주부터 새로운 학교에 적응하기 위해서 현재는 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 김현정> 외삼촌은 진도에 내려와 계시잖아요, 외숙모가 돌봐주시는군요?
◆ 지성진> 네, 저희 어머니랑 같이…
◇ 김현정> 지난주에 5살 여자아이 이야기를 인터뷰로 전했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는 아직 이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었거든요. 엄마, 아빠가 왜 나 남겨두고 이사를 갔느냐 이런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참 마음이 아팠는데, 우리 8살 요셉이는 지금 가족들의 이 상황에 대해서 인지를 하고 있나요?
◆ 지성진> 엄마, 아빠를 오랫동안 찾는데 엄마, 아빠가 천국에 갔다는 그런 개념 정도. 죽음에 대한 개념이 아직 확실히 없기 때문에…
◇ 김현정> 그러니까 돌아가셨구나 하는 것은 아는데 돌아가시는 것이 뭔지는 잘 모르는..?
◆ 지성진> 네, 그 개념은 아직 잘 모릅니다. 애가 나이는 어린데, 속이 깊은 것인지…처음에는 엄마, 아빠, 형을 찾았거든요. 요즘에는 잘 찾지를 않아요. 어린 아이가 엄마, 아빠를 찾아야 되는데 안 찾으니까 그게 또…
◇ 김현정> 혹시 외삼촌, 외할머니가 걱정하실까 봐 아이가 지금 속으로 삼키고 있는 것 같은?
◆ 지성진> 그러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화장실가서 혼자 울고 그랬어요.
◇ 김현정> 이 아이가 죽음을 모른다고 외삼촌이 말씀 하셨는데, 아는 것 같네요.
◆ 지성진> 처음에는 저한테 배에서 숨 쉴 수 있냐고 물어보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요즘에는 그런 것도 안 물어보고…
◇ 김현정> 사실 요셉이 엄마의 모습은 동영상으로 공개가 됐어요. 구명조끼 입지 않고 꼭 끌어안고 있는 엄마가 하나 있었어요. 그러면서 우리 아이가 오면 이것을 입혀줘야 되는데 우리 아이가 어디 있는지 제발 좀 방송해서 찾아주세요, 이렇게 얘기를 했다고 증언들이 나오고 있죠.
◆ 지성진> 그 뉴스 보시고 어머니가 되게 많이 우셨고…부모 마음은 다 똑같을 거라 생각합니다. 내 자식이 구명조끼를 못 입었는데 어느 부모가 자기가 먼저 그걸 입겠습니까.
◇ 김현정> 요셉이 엄마는 결국 숨진 채 발견이 됐고 이제 아빠를 발견해야 하는데 아직도 17명 중의 한 명. 처음 실종자 200명이 넘을 때하고 지금 17명 남을 때 하고 생각하면 좀 기가 막히시죠?
◆ 지성진> 저희가 처음에 많았을 때만 해도 사실 그런 걱정은 안 했었는데, (실종자)숫자가 20명 이하로 줄어들고 현재는 수색작업에도 효과가 별로 없고 그런 상태거든요. 물론 배 안에 구조물도 무너진다고 그러고. 지금은 저희가 어디를 수색해 달라 그런 말도 못하고, 안 하고 있어요.
◇ 김현정> 위험하다고 하니까 섣불리 들어가달라, 들어가달라 재촉을 못하시는군요?
◆ 지성진> 네, 못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이 17명 안에 우리 식구가 들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하신 것 아니에요?
◆ 지성진> 여기 계신 다른 분들도 다 마찬가지겠지만, 이 숫자 안에 내 가족이 남아 있을 거라고는 다 생각을 안 하셨죠.
◇ 김현정> 제가 어디 보니까 이제는 흘릴 눈물도 없어서 눈에서 진물이 난다, 이런 표현을 어느 기사에서 썼더라고요.
◆ 지성진> 요즘 같은 경우에는 제가 안 하던 고민도 새로 하고요.
◇ 김현정> 안 하던 고민을 새로 한다는 것이 무슨 말씀이세요?
◆ 지성진> 또 누군가 1명을 찾으면 그동안 말동무도 하고 서로 위로하고 그러셨던 분들이 떠나시지 않습니까. 물론 가족을 빨리 찾아서 떠나셔야 되는데 서로 말동무하고 지내던 그분들이 떠나시는 것이 저희한테는 또 하나의 외로움으로 다가오는 거예요.
◇ 김현정> 나만 끝까지 남으면 어떡하나, 이런 생각을 솔직히…?
◆ 지성진> 그런 걱정도 지금 한 분, 한 분 다 하고 계세요.
◇ 김현정> 혹시 대통령을 직접 만날 기회가 주어진다면 무슨 얘기를 꼭 하고 싶으세요?
◆ 지성진>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다른 것은 없고요, 걱정되는 것이 지금까지는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인데 앞으로 사후대책이라든가 특별법을 만든다고 하시지 않습니까. 거기에서 또 소외되는 것이 아닌가, 사실 그 걱정이 많이 되고요. 학생들, 물론 어린 학생들이 수학여행 가다가 사고가 나서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은 저도 부모 된 입장에서 마음이 얼마나 참혹하실까 이해해요. 이해하지만 일반인들도 누군가의 부모이고, 형제이고 다 소중한 가족들 아니겠습니까. 같이 공평하게 신경 써주셨으면 감사하겠다고 그 말씀 한 가지만 드리고 싶어요.
◇ 김현정> 단원고 아이들 챙기지 말라는 말이 아니라 그 아이들에게 챙기고 해 주시는 것만큼 우리 일반인 가족들도 조금만 더 챙겨주시라, 이 말씀을 꼭 하고 싶다는 말씀?
◆ 지성진> 그럼요. 다른 부탁은 드리고 싶은 말씀 없고 그냥 공평하게 서운한 마음 안 들게 조금이라도 신경 써주셨으면 감사하다는 그런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 김현정> 국민들께도 하실 말씀이 있으실까요?
◆ 지성진> 그래도 국민들께서 많이 신경 써주시고 걱정해 주시고 울어주시고 그렇게 해 주셔서 저희는 감사하다는 말씀밖엔 드릴 말씀 없고요. 이제 저희 실종자 가족 몇 가족 남지 않았는데 잊지 말아 주시고, 1명까지 다 구조될 때까지 조금의 심정을 바라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희는.
◇ 김현정> 내가 마지막 한 명이 될까 봐 그것이 가장 두렵고 외롭고…
◆ 지성진> 저희끼리도 걱정을 많이 합니다.
◇ 김현정> 힘내시고요. 마지막 한 분까지 저희가 꼭 관심 가지고 함께 하겠습니다. 오늘 어려운 인터뷰 고맙습니다.
◆ 지성진> 감사합니다.
◇ 김현정> 실종자 17명 중에 1명의 가족, 지성진 씨 만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