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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의 마지막 밤
게시물ID : sewol_2982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초모룽마
추천 : 2
조회수 : 50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5/21 10:57:09
세월호는 제법 컸다.
비록 지중해를 나다니는 유람선은 아니더라도
또 속속들이 들여다보면 낡아보이지만,
이 새하얀 배는 밤에 유난히 근사해 보였다.
특히 수학여행의 기대에 부푼 단원고 아이들에겐 세월호는
크루즈 퀸 엘리자베스 2호가 부럽지 않았다. 
 
여행의 반은, 떠날때 즉,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의 설레임이라고 했다.
아이들도 비행기보다 배가 좋다고 했다.
당연하다. 여행의 설레임에는 배가 제격이리라. 밤바다를 유유히 가르는 커다란 하얀 배...
그 14시간 동안, 아이들은 넓은 배 이곳저곳에서
친구들과 숨바꼭질도 하고
여기저기 몰려다니며 군것질도 하고
생일맞은 쌤과 기념사진도 찍고
수다를 떨고, 게임방에 들러 재밌는 게임도 했다.
어떤 놈은 잔뜩 폼을 잡고 밤하늘과 밤바다를 오롯이 바라다 봤고
어떤 놈은 영화 타이타닉의 윈슬릿과 디카프리오의 그 유명한 장면을 어설프게 흉내냈다.
쌤들은 "얘들아. 너무 떠들지 말아라, 새벽늦게까지 놀면 안된다"고 잔소리했지만
어찌 수학여행 첫날 밤에 쉽게 잠이 들수 있으랴...
쌤들도 속으로는 '그래, 오늘만큼은 실컷 놀게 하자' 했으리라..
 
자칫 지루해졌을 제주도로의 긴 항해에
3백명이나 되는 단원고 2학년 아이들은 세월호에 아연 활기를 불어넣었다.
배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세월호 살림을 꾸려가는
양대홍 사무장은 까르르 웃어대는 아이들을 보면
"너무 시끄럽게 하지마라"고 하면서도
눈가, 입가엔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고2, 참 좋을 때지'
세월호의 일반승객들 또한 몰려다니며 왁자지껄하는 이 고등학교 2학년 녀석들이 밉지않다.
평소엔 어른들 말안듣고 말썽만 부리는 것 같아 곱지만은 보이지 않았는데...
오늘만은 고2 애들이 하나같이 애기들 같다.
'저 녀석들 때문에 여행가는 기분이 나누만'
 
5살짜리, 9살짜리 꼬마들도 고등학교 언니, 오빠들 때문에 덩달아 신난다.
 
박지영 승무원이 아이들한테 알린다.
"애들아, 있다가 불꽃놀이 있으니 갑판위로 와라"
단원고 아이들이 일제히 소리친다.
"와~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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