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그리다
마침내 오랜만에 찾게 된 그 곳...
평온하고 평화로운 그 곳에서
새로운 추억을 쓰고 왔다...
그리고 그리다
마침내 그대 얼굴 떠올리면
옅은 미소 머금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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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들러 글만 보고 가다가 처음으로 글을 남깁니다.
답답한 이내 마음, 넋두리할 곳은 결국 이곳이군요..
스물 하고도 일곱...
짧지 않은 인생... 처음으로 고백이란 것을 하고 왔습니다.
네... 뭐 그렇다고 수도승처럼 이 긴 시간을 가슴에 아무도 담지 않고 살진 않았죠...
숱하게 가슴에 담고 가슴 앓이만 하다가 이내 지레 포기하기도 몇 백번...
너 관심있다고 추근덕 대다가 상대가 내게 관심 없다는 걸 알고 마음접기 몇 천번...
그렇게 병신과 머저리처럼 상대에게 기웃거리만 했었죠...
네.... 물론 제가 소심한 탓도 있고, 나 스스로 매력없고 못났다고 생각한 탓도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한 호감을 사랑이라 포장하고 쉽게 표현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더 겪어 보고, 그 사람을 충분히 이해했을 때
고백하자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을 놓치고 힘들어 할 때,
누군가는 제게 늘 말했습니다...
"기다리면 똥 된다... 남자답게 손도 잡고, 남자답게 고백을 해라...."
외로움에 몸서리칠 때, '그래 다음에 호감이 있는 사람이 생기면 그때는 꼭 고백하리라...' 수 없이 되뇌고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사랑은 그렇게 어둠 속에서 아침이 밝듯, 조용히 저를 찾아왔습니다...
무뚝뚝한 성격, 소심한 그 아이를 볼 때 마다
마치 프리지아 꽃이 떠올랐습니다.
때 묻지 않은 그 순수함에 한참을 눈이 멀어
문자를 주고 받고, 전화 통활 밤새 하면서
'이 친구라면 정말 행복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조금은 이른 감이 있지만, 그렇게 제 가슴 속에 이번에는 꼭 고백하리란 결심이 굳혀졌을 때...
이른 아침에 꽃집을 돌며 가장 예쁘고 아름다운 꽃다발을 샀습니다.
가을이라 프리지아는 살 수 없었지만, 설레는 마음을 한송이 한 송이에 담아 드렁크에 넣어두고
그 친구를 만나 제가 제 일로 꼽는 까페에 찾았습니다....
역시나 좋아하더군요...
꼭 꼭 숨겨둔 보물 같은 그 풍경을 그 친구에게 선사하고
아이처럼 좋아하는 그녀에게 고백하겠다는 결심은 더욱 굳혀지기에 이르렀습니다...
차 속에서 용기를 내어 말을 꺼냈습니다.
꽃다발을 들이밀며 눈 앞이 깜깜해 아무 말도 생각이 나진 않았지만
진심을 담아 속 마음을 털어 놓았습니다...
하지만
그 친구는 거절했습니다....
좋아하는 마음이 없는데 사귈 수는 없답니다....
오빠에게 오해하게 한 것 같아 미안하다는 말만 연신 꺼내놓더군요...
그렇게 헤어지고 그날 밤...
술에 취해 전화해 헛소리만 늘어놓는 그 친구....
솔직히 사랑스러웠습니다..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당장이라도 달려가 안아주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방금 그녀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그녀의 전화에 너무나 반가워
전화기로 달려가 설레는 마음으로 전활 받았죠...
하지만 늘 순수하고 아기 같던 그녀의 목소리에
무엇이라도 결심한듯 비장하게 힘이 들어가
말 보따리를 풀더군요....
자기는 친한 오빠로 밖에 생각 안하고 있으니 괜히 오해하지 말고 힘들어 하지 마라...
네.. 그녀의 말의 요지는 저 단 한 문장으로 압축되더군요....
슬픕니다... 아니, 쪽팔리고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가 없습니다...
스물 하고도 일곱 해 동안 변변하게 사랑 한 번 못해보고
진심을 담아 용기를 내어 보았지만
결국 결과는 이전과 같았습니다...
나의 고백을 응원해 줬던 친구들을 비롯한 지인들에게
또 다시 병신과 머저리가 되고 말았습니다...
고독의 굴레에 벗어나려 그렇게 용기를 내어 보았건만..
헤어나올 수 없는 자괴감은 더욱 굳어져만 갑니다....
누군가 걸레는 빨아도 걸레라고 하던가요?
이 과격하고 경망스러운 한 문장이
벗어날 수 없는 헤어나올 수 없는
루저 아닌 루저의 가슴을 때립니다...
결국은 이렇게 홀로 외로움에 몸서리 치다가
그렇게 계속 살아가는 것은 아닐는지
두렵기만 합니다......
일주일 같은 이틀을 보내고 하루는 또 저물어 갑니다...
쉬이 잠이 오지 않는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