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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떡볶이의 떡을 볶아야 떡볶이다.
게시물ID : cook_1322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동물의피¹
추천 : 11
조회수 : 2212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2/06/05 15:47:00
대구시 달서구 상인동 지금은 현대화 공사중인 재래시장안 
여러 떡볶이집들이 손님을 맞고있었고 나는 여느때와 같이 늘 먹던 그 집앞에 자리를 잡았다.
'왜 일까?' 다른 집과는 다른 그 맛의 비밀이 나는 궁금해졌다.
근처의 떡볶이 집들과는 다르게 넙적한 달랑 사각오댕과 대파만이 드문드문 섞여있었고,
떡은 뭔가 다르게 졸깃한 식감을 제공하며 국물이라 말하기엔 모자란. 
조금 더 소스쪽에 가까운 양념과 함께 어서 먹어치우라는듯 끊임없이 자극했다.
처음 먹어보는 맛도 아닌데 올때마다 터져나오는 환희에 주인아저씨는 그저 싱글벌글이셨고
나의 의문은 더욱 커져만 갔다.

촉촉히 봄비가오던 어느날의 점심무렵.
나는 그날도 떡볶이를 먹기위해 그 집을 찾앗다.
금방 가게를 연듯 주인 아저씨는 "금방 준비해줄태니 잠시만 기다려줘"라며 서두르셨고
나는 드디어 그동안 품고있었던 뭔가 다른 떡볶이의 비밀을 알수있었다.

분주한 아저씨의 손길을따라 내 눈은 갈증을 해소하듯 스캔해갔다.
판위에 물이 아닌 식용유를 두어번 두르고 물에 씻지 않고 때어낸 밀가루 떡과 사각오뎅 그리고
한입크기로 잘린 대파가 부어졌고
떡과 고명이 볶아지며 맛있는 소리를 밷어낼때 주인 아저씨께서 입을 여셨다.
"원래 떡볶이는 떡을 볶아야 되는데 다른 집은 그냥 삶아. 그럼 떡삷기지 떡볶이가 아니야. 허허."
며느리도 안가르쳐준다는 맛의 비밀을 아저씨는 넉살좋게 풀어놓으시며 떡을 마저 볶으셨고
바닥에 눌러붙다 떨어진 떡들의 흔적과 노릇노릇하게 익어가는 떡과 고명을 보며 자연스레 침이 고였다.

고소한 향기 그 위로 곱게간 고추장용 고춧가루와 고추장이 내려앉았고 떡과 함께 춤을 추기 시작했다.
물기라고는 없는 그 속에서 떡과 고명은 붉은 옷을 입었고 떡에 간이 배어갈때쯤 물과 물엿이 들어갔다.

붉게 물들어가는 자작한 떡볶이 양념은 마치 A++등급 한우의 마블링을 보는듯했고
점차 떡볶이는 나의 입속으로 날아들어올 채비를 하고있었다.

"뭐야, 당신 또 떡을 볶았네? 그러지 말라고 그만치 캤구마! 고마 들어가소!"
주인 아주머니의 타박에도 아저씨는 그저 싱긋이 미소지으며 떡을 볶았다.
떡을 삶지 않고 볶으면 크기가 줄어들어 같은 양인데도 적어보여 더 많이 줘야하는데도 불구하고
맛에 대한 자부심과 양심 때문에 그러지 못한다는 아저씨의 굳은 의지가 미소속에 비춰졌다.

집으로 돌아온뒤 한입 입안에 집어넣은 떡볶이 속에 퍼져오는 깊은 맛을 나는 아직 기억한다.
투명한 기름속 튀겨져 나온 튀김에 떡볶이 양념을 촉촉히 적셔 한입 베어물때 느꼈던
그 행복을 다시한번 느껴보고 싶지만 지금은 갈수없는 거리의 그 떡볶이 집이 오늘따라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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