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희 형님은 청각장애우이십니다. 제 친구 형도 귀가 들리지 않는 청각장애우입니다. 청각장애우이기는 합니다만 일반인과 같이 초, 중, 고등학교 전부 나오고 전문대도 높은 학점으로 졸업 했습니다. 그동안 학업에 지나치게 집중해 수화나 구화를 배우는데 다소 소홀해 대화에 조금 무리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영 대화를 못할 정도는 되지 않습니다. 말투가 좀 어눌해 말을 할 때 혀가 조금 꼬이기는 하지만, 보청기의 도움으로 다른 사람 말하는 건 입모양 보고 거의 알아듣죠.
저희 형님이나 제 친구 형님... 수없이 많은 회사에 이력서를 제출해왔습니다. 그리고 그 수없이 많은 회사들 중에서 '청각장애인'임을 감안하고 취직을 시켜준 곳은 열 손가락에 꼽힙니다. 운이 없어 그런 회사만 골라서 이력서를 집어 넣었는지도 모릅니다. 정말 운이 없어 그런 회사만 골라서 이력서를 집어 넣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면접 잘 봤냐, 전화해보니 어떻냐라고 물어 볼 때마다 안쓰러운 얼굴로 '아니... 안됐어.'라고 말할 땐 참... 기분이 그렇더군요. 처음에는 일반인과 같이 이력서 넣고 면접 보고 했습니다. 하지만 매번 청각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서류제출도 거부 당하고, 면접에서도 떨어지고 해서... 대학 나오고 구직활동 하시는 분들 아시겠지만, 이력서 내느라 사진 찍고 서류떼고 하는데 돈 들어가는게 장난이 아니라는 거 잘 아실 겁니다. 변변한 용돈 벌이도 없을 때는 이력서 한장 집어넣는데 들어가는 돈 상당히 크게 여겨질 때도 있죠. 그래서 이런 저런 연유로 제가 여러번 도움을 주었습니다. 별 큰 도움은 아니지만 전화를 먼저 걸어 '장애인 채용 가능한가?'를 그 두 분이 입사를 원하는 회사에 문의해 주었죠.
몇 군데 회사에는 입사가 되기도 했습니다. 입사해서 몇 개월 일하기도 했죠. 하지만... 겨우 들어간 회사는 들어간 지 몇 달 되지도 않아서 망해버려(사람들도 친절하고 근로환경도 참 좋았는데 말입니다.), 어떤 회사는 직원 정리해고 한다면서 둘을 반어거지로 퇴직시켜 버려,(그 때가 IMF 때였죠. 그래도 그 쪼매난 회사에 도대체 뭔 정리할 직원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어떤 회사는 다른 직원들이 두 분을 장애우라고 놀리고 타박한다고 못 보겠다며 내보내(정확히 운전기사가 두 분이 귀가 안들린다며 다른 사람들 있는 장소에서 대놓고 저런 새끼들 집에나 쳐박혀 있지 이런데 돌아다닌다며 타박해댔다죠. 같이 일하던 분께서 운전기사의 짓거리 회사에다가 말했더니 운전기사는 냅두고 그 두 분 내쫓더랍니다. 그 분 그딴 회사에서는 절대 일 못한다고 그 때 같이 나와 버리셨더랬죠. 그 일 있은지도 상당히 시간이 흘렀는데 ㅎㅎ 지금까지도 연락 자주하고 지냅니다.)...
그래도 말입니다. 이 두 분 적어도 일 할 때는 정상인과 다름 없이, 아니 오히려 어떤 부분에서는 정상인보다도 더 일들 잘 하셨습니다. 직장 생활 역시 나쁘지는 않았죠. 몇몇 술자리에서 같이 회사 다니던 분들께 묻고, 어떤 회사는 같이 다니기도 해서 그 두 분이 얼마나 일을 열심히 했고 하는지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자격증이 모자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 보다 능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