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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 술취한 여자를 업고 가다
게시물ID : humorstory_13264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Daydream
추천 : 5
조회수 : 1166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07/02/06 18:29:37





나는 평소 자존심이 강하기로 유명한 사람중 한명이다.

쓸데없는 것에도 지지않으려고 하고

하찮은 것에 목숨을 걸며

남에게 비웃음을 받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바로 한 사람.

그것이 바로 천상인 것이다.



예를 들어 이런 경우가 있었다.

무척 추운 겨울날 가족끼리 외식을 하러 밖에 나가게 될 일이 생겼는데

어머니께서 춥다고 옷을 두껍게 입으라고 하시는 것을 한귀로 흘려버리고




천상 : 어머니, 전 추위에 강한 남자라서 이따위 추위엔 끄떡 없답니다^^



라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반팔 차림으로 밖으로 외출을 하던 날이 있었다.






밖으로 외출한지 10분정도가 흘렀을까?

난 슬슬 몸이 추워지기 시작하여 어머니에게 말씀을 여쭈었다.




천상 : 어머니, 외식하기로 한 식당이 꽤 멀리 있나봅니다?

엄마 : 도착하려면 20분정도는 더 걸어야 한다.

천상 : 아...





식당에 도착하였을때, 나는 이미 온몸이 새파랗게 질릴 정도로

추위에 떨고 있었고,

이를 바라보던 어머니께서




엄마 : 거봐, 내가 옷 따뜻하게 입으라고 했지? 쯧쯧...

라고 말씀하시길래



천상 : 아뇨, 전혀 춥지 않은데요^^

라고 말도 안되는 대답을 하였던 기억이 난다.





왜냐,

그 상황에서

'엄마, 내 생각이 짧았어... 너무 추워.. 덜덜덜..'

이라고 대답한다면

추위에 강하다고 자부하던 나의 자존심은

그 순간 한순간에 무너져 버리는게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존심이 강하고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본인이

한순간에 GG를 선언했던 적이 있었으니...







때는 2006년 12월 말이었다.

플러스, 천상, 이지스타일이 공동으로 운영하던

유머 까페 정모가 서울에서 열린다고 하여 정모에 참석하였는데

전라도에서 서울까지 올라온 열정적인 한 여성 회원분이 있었다.



물론 같이 어울려서 재미있게 노는 것까지는 매우 좋았으나

문제는 늦은 밤이된 그 시간, 집에 돌아갈 방도가 없는

이 여성분을 재울 방법이 마땅히 생각나지 않았던 것이다.


까페 주인장들과 회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던 때,

아무도 선뜻 나서지 않아

내가 총대를 메고, 이 여성분을 책임지기로 하였다.




멀쩡한 정신상태였다면 조금 다루기 쉬웠을지도 모르겠으나,

이 여성회원분은 술을 많이 마셔서인지

상당히 취한상태였고, 도저히 수습이 안되는 상황이었다.




천상 : 야, 너 집이 전라북도라고 했지?

여성회원 : 아아아앙...

천상 : 그럼 집에 어떻게 가냐?

여성회원 : 몰라아아아앙...

천상 : -_-;






시간이 지나도 도저히 이 여성회원은

술에서 깨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고,

할 수 없이 나는 이 여자분을 우리집에서 재우기로 하였다.




천상 : 휴우... 너 일단 우리집으로 가자.

여성회원 : 거긴 왜에?

천상 : 어디든 가서 일단 자야될거아냐

여성회원 : 헛.. 혹시 거기가서 날 어떻게 하려는건...?

천상 : 맞는다-_-

여성회원 : 쳇..





1시간 뒤..




종로에서 지하철을 타고

본인의 집이 있는 아차산역까지

그녀를 어떻게든 데리고 오긴 왔는데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자, 이제부터 이 술취하신 여성분을 어떻게

우리집까지 끌고 간다..?




그냥 손붙잡고 끌고 가기엔

이 여자분이 너무 많이 취해있던 상태였던 지라

제대로 걸을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난 할 수 없이 이 여자분을 업고 집까지 가기로 하였다.





필자가 영화나 드라마를 자주 보는 편은 아니지만,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남자주인공이 술에 취한 여자주인공을

가볍게 업고 재잘거리는 여자주인공의 귀여운 술주정을 받아주며

길거리를 걷는 아름다운 장면이 나오지 않는가?

나는 그 장면을 갑자기 따라해 보고 싶어졌다.





천상 : 야, 너 취해서 못걷는다. 나한테 업혀라.

여성회원 : 시러.. 나 무겁단 말야..

천상 : 허허.. 니가 무거워봤자 얼마나 무겁겠어? 잔소리 말고 업혀

여성회원 : 나 진짜 무거운데....






여기까진 영화와 드라마와 똑같았다.






등에 업히라는 내 부탁에 힘입어

여성회원이 내 등에 업혔는데

이 여자의 육중한 중량이 느껴지는 순간 나에게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천상 : 아.. 내가 괜한 말을 꺼냈구나..





이때 여성회원이 한마디 거들었다.




여성회원 : 칫.. 나 업어보니까 무겁지? 헤헤...




이런때에 보통 영화와 드라마에선 남자주인공이 이런식으로 대답하곤한다.



남자주인공 : 아니, 우리 자기 무게가 마치 깃털같아서 하나도 무겁지 않은걸^^;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차마

'컥;; 이게 여자 몸무게 맞아? 죽여버릴테다'

라고 말하지는 못하고, 그냥 나는 말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_-;









천상 : 하하... 밤 날씨가 참 훈훈하네.. 엘리뇨현상 때문인가..






집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20분.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맨정신인 사람을 업는 것보다

술에 취해서 온몸이 축 늘어진 사람을 업는 것은

몇배나 더 힘들다.



특히, 늘어진 사람을 지탱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팔힘이 동원되어야 하는데

그래서인지 이 여자분을 업고 걸은지 채 3분도 지나지 않아

양쪽 팔에 찢어질듯한 통증이 밀려왔다.






여성회원 : 오빠, 나 무거우면 그냥 내려놔.. 내가 걸어갈께^^





하지만, 내가 누구더냐..

내실은 없으면서 자존심만 강한 천상 아니더냐?

이 상황에서



'헉헉.. 나 더이상 너 못업겠다.. 너무 힘들어..'

라고 말하게 된다면

나의 자존심은 완전히 구겨지게 되고 말 것이다.



그래서 난 이렇게 말하였다.





천상 : 말시키지마.

여성회원 : 왜-_-;

천상 : 말할 기운없다.

여성회원 : 흥-_-





사실 저 말 속에는

'너 은근히 좀 무겁구나..'

라고 하는 속뜻이 내포되어 있었다.




한마디로 이쯤 내가 말을 하였으면

여성회원 : 내가 좀 무거운가보네.. 그냥 내가 걸어갈께..

라는 대답이 나오기 마련이고,


난 이 여성회원이 저런식으로 나오게 되면

천상 : 니가 정 불편하다면야..^^ 그럼 내려와서 걷던지..

라고 말하며 

어쩔 수 없다는 듯, 할 수 없다는 듯

이 여성회원분을 내 등에서 내려놓으려고 하는 전략을 가지고 있었다.






허나, 이 자비롭지 못한 여성회원은 눈치가 없는건지..

여성회원 : 그럼 나 업는데 집중할 수 있게 앞으로 말 안시킬께^^

라고 대답하였다.












죽여버릴까?

-_-








한 2분정도를 더 걸었을까?

이제 더이상 양쪽 팔에 감각이 남아있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서

거의 극한의 단계에 이르고 있었다.


너무 후달려서

바지에 오줌이라도 지릴 것 같은 기분이랄까?

-_-;






여성회원 : 그나저나, 오빠.. 헬스한다더니 역시 등이 넓긴 넓구나.. 힘도 세겠네?

천상 : 하.. 하하.. 뭐;;

여성회원 : 운동은 얼마나 한거야?

천상 : 한 3년 좀 넘게 했지^^

여성회원 : 이야.. 그럼 80kg짜리 쌀가마니도 손쉽게 들겠다

천상 : 야야, 나 하체운동할때 100kg중량으로 한다.

여성회원 : 오오.. 오빠 멋져~






물론 저 말은 사실이었다.

필자가 헬스를 3년이 넘도록 한 것도 사실이었고

하체운동을 할때 중량을 100키로 이상으로 놓고

운동을 하는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운동과 실전은 다른건지,

그날따라 내 컨디션이 안좋았던건지,

아니면 술에 취한여자는 원래 다 무거운건지..

이 여성회원은 100kg보다 무겁게 느껴졌다.

-_-;



물론 다리가 아픈게 아니라

팔이 아픈거지만..







대화가 이쯤 지속되다보니

여기서 내가 그녀를 중간에 포기하고 내려놓게 된다면

이 여성회원은 100키로도 넘는 인간이 되는 것처럼 되어버렸다.

-_-;



솔직히 자존심 조금 굽히고

천상 : 야, 나 정말 죽을것 같아... 군대 입대할때만큼 너무 힘들어.. 좀 내려올래?

라고 말할 의향이 살짝 생기려고 하던 참이었는데


상황이 이쯤되다보니 저렇게 말할 상황도 되지 않았고,

난 영하를 밑도는 추운 한겨울 날씨에

온몸에 땀을 비흐르듯 흘리며 그녀를 계속 업고 갔다.






그렇게 그녀를 업고 걷게 된지 한 10여분..


사람이 극한의 상황에 달하게 되면

눈앞에 뵈는 것이 없게 된다고 한다.



그 간단한 예로 똥이 마려울 때를 예로들 수 있는데,

똥을 쌀 수 없는 시간과 장소에서

정말 아주아주 극한의 상황까지 똥이 마려우게 되면

'아.. 차라리 죽고 싶다..'

라는 삶의 의욕마저 사라져버리는 현상이 발생하듯..





나 역시 극한의 상황에 도달하게 되니

평소에 절대 믿지도 않던 종교까지 갑자기 생기게 되면서

천상 : 하느님..부처님..성모마리아님.. 제발 이 여자를 10키로만 가볍게 해주소서..

라고 입으로 중얼거리며 기도까지 하게 되었고..



더더욱 극한에 달하자 급기야는

천상 : 이 빌어먹을 세상, 차라리 날 죽여라. 빌어먹을.. 역시 세상은 불공평해.

라고 중얼거리게 되었다.

-_-







여성회원 : 엥? 뭐가 불공평하다는거야?

천상 : 니 체중이 존나 불공평해

여성회원 : 응?

천상 : 어.. 아.. 아니.. 그게 아니고; 아무튼 세상은 옳치않아..






등에 흠뻑 젖어있던 땀은

흐르고 흘러서 이내 내 팬티까지 내려왔고

짧은 시간안에 난 팬티까지 젖어버릴정도로

온몸이 땀에 절어버리게 되었다.






한 5분정도가 더 지났을까?



난 극한의 상황까지 똥이 마려운 것을

1시간이 넘도록 참는 것과 맞먹을 정도의 고통에 시달렸고,

그동안 간직해왔던

'힘센남자, 강한남자, 듬직한 남자'의 이미지를 과감히 찢어버리고..




천상 : 내가 정말 왠만하면 집까지 업고가려고 했는데.. 제발 그냥 걸어가주면 안되겠니..?

여성회원 : 오빠가 업어준다고 해놓구선..-0-

천상 : 미안하다... 하지만.. 나 이대로 가다가 죽을 것 같아..

여성회원 : 나 51키로밖에 안되는데;;

천상 : 님하는 상반신만 51키로 같으셈.

라고 용감하게 말을 해주었다.












결국 여성회원에게 존내 쳐 맞으며 집까지 도착했다.

-_-



아놔..

무거운거 기껏 업어줘도 욕을 먹다니..






아무튼..

그 이후로 나는 더이상 술취한 여자를 업고 다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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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당시는 글을 쓰는 사람과 독자와의 관계였지만..

지금은 제 여자친구가 된 희진양과의 에피소드입니다.

얼마전에 희진이와 만나서 이런 얘기를 했었죠..



천상 : 너 내가 맨날 다른 여자애들 주제로 글쓰니까 싫지?

희진 : 아니 뭐.. 그냥..

천상 : 솔직히 내 글에 비추한거 너지?

희진 : 으흠...-_-;;

천상 : 야이 ㅅㅂ.. 알았다. 내가 니 얘기를 주제로 글을 하나 써주마.

희진 : 웃기고 있네 ㅋㅋ





그녀가 바라던 것이었든, 아니었든..

결국 이렇게 그녀를 주제로 글을 써버리고 말았네요.

뭐.. 읽어보니 좋은 주제는 아닌것 같기도 하네요^^;

아무튼.. 지금 이 글을 읽고 있을 그녀에게 한마디 해봅니다.




희진아, 늘 내옆에 있어주는 모습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나라는 인간에 대해서 진지하게 좋아하는 감정을 가지고 있어줘서 다시한번 고맙다.

근데 살 좀 빼자.. 응? -_-
















더 많은 글 보러가기 : http://www.cyworld.com/chyunsang



P.S 여러분들이 제 건강에 대해 걱정해주시고, 따뜻한 격려의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많이 위로가 되고 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참, 전 따뜻한 격려도 좋아하지만 따뜻한 추천도 매우 좋아한답니다-_-;


 천상님 글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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