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사람들(한중일베트남 등 동아시아권 제외)과 우리나라 사람들과의 사고방식 중 가장 차이가 나는 것 중 하나가 비판에 대한 수용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자기가 속한 집단이나 사회에 대한 지적과 비판, 의견 제시에 대해 안좋게 보는 경향이 강합니다.
조직에 대한 비판이나 지적은 충성심의 결여 같은 거나 반골기질로 보는 성향이 강합니다. 어느 나라 문화에서나 조직에 쓴소리 잘하는 사람을 환영하지는 않겠지요. 인간의 기본적 성향이 그럴 겁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 유독 이런 정서가 강한 이유가 뭘까요?.
역사를 보면 그 실마리를 발견하게 됩니다. 조선시대 법률 중에 지금 시대로 보았을때 이해하기 어려운 법이 두가지가 있습니다..
하나가 부민고소금지법이고 다른 하나가 강상죄입니다..
부민고소금지법이란 지방 수령관의 잘못(살인과 내란 제외)에 대해 하급관리나 마을 주민이 중앙정부에 고소하면 고소받은 자가 벌을 받는 게 아니라 고소한 자가 곤장을 맞는 벌을 받는 법입니다. 한마디로 고소 원천금지를 한것이고, 살인과 내란 외에 지방수령관이 무엇을 하건 다 받아들여야 한다는 절대복종을 강요한 법이죠.
이것과 비슷하게 노비는 자기의 주인에게 살인을 제외한 어떤 악행도 관리에게 고소할수 없었습니다. 고소하면 오히려 본인이 죽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강상죄인데 내란죄와 죄의 무겁기에서 쌍벽을 이룬다는 이 죄는 삼강오륜의 질서를 어기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아들이 아버지에게, 아내가 남편에게 하극상을 하는 경우 가중 처벌이 들어갑니다.본인은 사형당하고 가족은 노비가 됩니다..
이 두가지 형법은 엄격한 신분질서를 중요시한 조선 성리학의 이상 사회 건설을 위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원하던 대로 조선은 계급에 따라 매우 엄격한 사회가 됩니다.
조선에서는 윗사람에 허물이 있다고 하더라도 고발할 수 없었습니다.
고발하면 고발한 사람이 오히려 벌을 받았습니다. 아랫사람은 윗사람이 하라면 하라는 대로 해야했습니다.
그말에 토달았다가 어떤 불이익을 받더라도 그 불이익에 대해 어떤 구원도 기대할 수 없었습니다..
이런 사회에서 수백년을 살았던 한국인들에게 하극상이란 죽음을 부르는 금기시되는 단어가 됩니다.
내부고발이란 어느 정도 하극상의 행위를 하는 것입니다. 조직의 질서에 반기를 드는 행위이고 자신이 속한 조직이나 상관을 고발하는 행위입니다.
내부의 반기와 고발을 하는 자체를 죄악시하던 사회에서 고발의 내용이나 의도는 중요하지 않고 고발이라는 형태만이 문제가 됩니다. 왜 너는 조직에 해를 끼치느냐..
우리 사회는 그리고 우리들은 아직 조선시대의 정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윗사람에게 말조심해야 하고 자기가 속한 조직에 대해 불평하면 안되고 충성해야 합니다. 수백년간 내려온 관습에서 대다수 구성원이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는 사회에서 살아야 하니 어쩔수 없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