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막내가 병장3호봉.....ㅠㅠ" 에피소드2 마지막"
게시물ID : military_2991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네모난세상
추천 : 11
조회수 : 1958회
댓글수 : 17개
등록시간 : 2013/09/06 02:04:45
"말년분대에 온 이등병"

 이등병이 자대배치 받고 맞이하는 첫 주말.. 두근두근!!

-"썜뻉. 넌 취미가 뭐냐?"

"축구를 좋아합니다!"

-"오!! 너 소대 애들 휴가 복귀하면 이쁨받겠네. 군대에서는 축구 잘하면 넌 바로 에이급으로 등극하는거야"

"고등학교까지 축구부활동하다가 대학교에서는 동아리 활동을 꾸준히 했었습니다."

참으로 부러운 놈입니다.. 전 축구를 굉장히 못해서 이등병때 축구하러 가자는 소리만 들리면 머리속에 '축구는 곧 전력질주를  밑바탕으로 한 마라톤이다' 라는 공식이 저를 괴롭히곤 했습니다. 뭐 아무튼 정말 축복받은 놈입니다. 분명 에이급 이등병이 확실합니다. 그렇게 우리 막내를 위해 주말이면 사우나실의 수면실마냥 끝없는 수면모드에 빠져 있던 병장아저씨들이 축구를 하기로 합니다. 말년분대에서 일요일은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피로회복을 위한 충전의 시간.. 대한민국 모든 군인들이 가지고 있는 만성피로 말년분대 인원에게 토요일은 없었습니다.
 남들 오후에 환복하고 편하게 쉴무렵 저희는 항상 보급관님과 어딘지 모를곳에서 제초작업을 한다던지, 부대내에 있는 고철들을 죄다 트럭에 싣고 어디론가 실려 갔으며, 보급관님께서 특별히 1.5피티가 아닌 사제 캔음료수를 사비로 우리에게 하사하시는 날에는.... 어디인지 모를곳에가서 일당 8.9만원씩 받을법한 육체노동을 하곤 했었습니다. 그래서 일요일만큼은 유달리 남달랐던 우리에게 !! 이등병의 첫 주말을 위해 그렇게 축구화를 꺽어 신었습니다.

 
"!?"
이녀석은 분명 특급 A급입니다. 축구를 잘모르는 제가 봐도 잘하는게 보였습니다. 분명 말년병장들이 섞여 있다고는 하지만 축구잘하기로 유명한 포반애들을 제치고 드리블을 하는데, 정말 기가 막힙니다. 물론 저는 그늘에 앉아 심심해서 구경나온 아저씨마냥 병장사람 두세놈이랑 음료수를 마시다가 과자를 먹으며 담배를 핍니다. 축구화는 왜신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옆에 있는놈들도 깨끗한 축구화를 신고있습니다.

축구에 100%몰입했는지 축구골대를 약 5미터는 빗겨간 슛을 보고는 박수를 치며 이등병이 외칩니다. 

 "까비까비 화이팅!"

순간 어릴적에 보던 은비까비가 생각납니다. 정말구수한 옜날이야기를 그린 만화였는데, 요즘애들은 tv만 틀면 케이블체널에서 하루종일 만화를 방영해주니 ..오후 5시30분부터 7시까지 그 절정의 시간을 모를겁니다. 

정말 잘뜁니다. 이등병이 첫골을 넣었습니다. 

"아뤠뤠아 롸!!!"

모라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골세레머니인거 같기도 하고 무슨 자기최면인거 같기도 하고 뭐라고 막 소리를 질러댑니다. 잠깐 이등병이 무섭습니다. 순간 몸좋기로 유명한 포반애들 표정이 확 변합니다. 오랫만에 축구를 해서 힘이 들어서인가봅니다. 대충 전반전이 끝났는지 무리들이 그늘로와서 마른 입술에 물을 훔칩니다.
 우리 막둥이에게 몸에 흡수가 빠르다던 포카리를 조공해줍니다. 얼마나 이쁜지 모르겠습니다. 잘뛰고 골도 넣었으니 이놈이 이뻐죽겠습니다.

여우마냥 가늘게 눈이 찢어지고 몸은 2D그래픽마냥 각져 있는 포반놈들이 막내를 부릅니다. 
저 무섭게 생긴 놈들이 부르면 순진하고 겁많은 이등병이 얼마나 무서울까를 생각하며 제가 대신갑니다.

"기분좋게 축구 하다 가자 ^^"
"..................네 알겠습니다."

 무서워죽는지 알았습니다. 길거리에서 마주치면 눈도 안마주치고 땅만보고 갈겁니다.
 혹시라도 밖에서 저를 불러새우면  "도를 아십니까?!" 멘트를 날리고 모면할겁니다. 정말 사람의 얼굴이 아닙니다 저놈들은..

그날 저는, 축복받은 이등병의 군생활을 상상하며 분명 특급A으로 소대원들과 만나게 될 상상을 하며 흐믓해 합니다. 
==============================================================================================
월요일은 4박5일 휴가를 떠나는 날입니다. 알차게 휴가를 쓰는 방법은 월요일을 시작으로 금요일 복귀가 꽃입니다.
==============================================================================================

복귀하고 보니 이등병은 2소대의 신참이 되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나봅니다. 그래도 소대를 만나기전에 미리 자대생활을 경험해서 인지 적응은 잘하고 있는거 같아 마음 한켠이 편안합니다. 샤워를 하고 내무실에 뒹굴뒹굴 누워있는데 2소대 병장이라는놈이 와서 주말에 축구를 하자는겁니다. 
 분명 얼굴이 낯이 익는데 누구더라..........'아!!생각났다' 이놈은 예전  K4인수인계 받을때 ,(당시 상말이여서 까칠할때였습니다;;)상태가 엉망이여서 몇대 쥐어박은놈이 분명합니다. 벌써 병장을 달았구나... 시간참 빠른거같습니다.

 포반인원이 모질라서 인원수 떔빵해달라는게 뻔했습니다. 어짜피 설레설레 조깅하다가 오면 되기때문에 알았다고 합니다.  안뛰어서 그렇지 말년분대에도 축구 잘하는 사람이 몇있었던거 같습니다. 밧데리가 금방 닳아서 그렇지...

드디어 이등병이 특A급으로 등극하여 소대생활에서 사랑받으며 남은 군생활을( 물론...엄청남았겠지요..) 할 수 있는 기회의 그날입니다. 친구녀석들 군생활 들어 보면 일 이등병때 축구하면 수비만 엄청하다가 골먹히면 갈굼먹고 그랬다던데;;;  저희부대는 그런게 없었습니다. 이등병이고 일병이고 잘하면 일단 앞에서 뛰게 했었으니까요. 역시나 우리이등병의 몸동작은 남달랐습니다.
2소대 인원들도 감탄하며 A급이 왔다며 좋아 하는 눈치입니다.

 확실히 사회에서 축구를 하다가 온 사람은 다른가 봅니다. 조기축구도 뛰었다는거 보니까 정말 축구를 사랑하나 봅니다.
그날도 역시 이등병이 골을 넣었습니다. 

"으롸롸롸 아뤠랴!"

처음본것도 아닌데 무섭습니다. 마치 신이라도 들린 사람마냥 괴성을 질러 대는데 사람은 겉만 보고는 모르나 봅니다.  어리버리하게만 느껴지던 이등병이 낯설어 집니다. 2소대 사람들도 배꼽을 잡으며 저거뭐하는놈이냐며 웃으면서 반깁니다. 골은 먹혔지만, 이등병이 소대의 축복을 받으며 사랑받는게 눈에 보이니 흐믓합니다. 

 이등병의 뛰어난 활약도 잠시 포반이 기세를 꺾고 역전을 합니다.  어느덫 전반이 끝나고 후반도 끝날 무렵에 이등병이 빛을 발휘합니다.  후반이라 그런지 양쪽 팀의 움직임이 둔한게 눈에 보이고 목숨걸고 뛰는놈들은 죄다 일 이등병만 보입니다. 걔 중에 우리 이등병이 제일 눈에 뜁니다.  

 2소대 분대장녀석이 외각에서 치고 들어옵니다.

 시간은 어느덫 후반종료를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다들 지쳐서 인지 2소대 어느누구도 공을 받아줄 사람이 안보입니다.

 2소대 분대장녀석이 골대쪽으로 몸을 틀어 치고 들어갑니다!!!

 하지만 혼자서 저 덩치큰 녀석들을 제치기에는 힘이 모자라 보입니다.

  그때!!!!!!!!!!!!!!

 우리의 귀염둥이 이등병이 마지막 젖먹던 힘까지 짜내서 골대쪽으로 파고 듭니다. 그리고 손을 번쩍 귀에 붙이고 흔듭니다.
어쩌면 2소대의 마지막 찬스!!정말 마지막 기회입니다.

우리 이등병이 연병장이 떠나가라 외칩니다!!!!!!!




  "hey pass!!!!!!!!!!!!!!!!!!!"

 "hey pass!!!!!!!!!!!!!!!!!!!'

"hey pass!!!!!!!!!!!!!!!!!!!"

"hey pass!!!!!!!!!!!!!!!!!!!"
"hey pass!!!!!!!!!!!!!!!!!!!"

이등병의 우렁찬 외침이 메아리가 되어 울립니다. 종료 휘슬이 울리지 않았지만 모두 제자리에서 멈추었습니다.

시간을 멈추는 기계를 발동한거 같습니다.. 적막합니다. 그리고 고요 합니다.

 저 멀리서 흙먼지가 피어 올라 마하의 속도로 달려 오는 점하나가 보입니다.

그리고 날아 오릅니다. 

저 자세는 우리의 추억속에 영원한 1:1대전게임 KOF에 나오는 김갑한이 핏살기를 쓸때 나오던 닉킥자세입니다.

만화에서만 보던 장면이 연출됩니다. 이등병이 데굴데굴 굴러갑니다.

당시 나이23살... 23년 인생살면서 처음으로 사람이 굴러가는걸 처음목격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속사포 욕이 감칠맛이 납니다.  

경기는 그렇게 끝났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귀염둥이 이등병은 폐급으로 전락했습니다.

가슴이 아픕니다.

첫단추가 잘못끼워졌나봅니다. 

어떻게 해서든 이 상황을 해명해 주고 싶습니다.

우리에 이등병의 소대와의 첫번째 주말을 이렇게 망치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막사로 복귀하고 힘이 되어 주리라.

내가널 지켜주겠어.

-----------------------------------------------------------------------

막사에 복귀해서 샤워를 하고 담배를 한대 피는데 2소대 분대장이 양손에 과자 음료수 잔뜩들고 옵니다.

공짜라 그런지 꿀맛입니다. 맛있습니다. 

 역시 사람은 운동을 해야 하나 봅니다. 공 몇번 차고 온것뿐인데 경기에서 이겨버렸으니 뿌듯합니다.

뭔가 2소대 분대장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먹을거에 정신이 팔려 잊어 버리기로 합니다.

생각해봅니다.

 먹습니다..

생각해봅니다.

먹습니다. 

그리고 tv를 봅니다. 마지막 휴가때 무엇을 할지 생각해봅니다. 이제곧 제대니까요..


그런데 뭔가 할게 있었는데 무엇이였을까요...


자기전에 담배를 피려 나와있는데 어두컴컴한데 무리들이 모여 있습니다.
그중에 우리의 이등병도 보입니다. 오늘 축구를 무리하게 해서인지 얼굴빛이 좋지 않습니다.
역시 무리한 운동은 좋지 않나봅니다. 
 
 한놈이 내무실로 들어가는게 보입니다. 졸려서 먼저 들어가나봅니다.

무리중에 한놈이 앞에 나와 연설을 시작합니다. 너무 거리가 멀어 들리지는 않고, 사실 별로 궁금하지도 않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앞에서 연설하던 사람도 졸려서인지 들어갑니다. 다들 피곤한지 들어가는가봅니다.

그리고 남은 4.5명의 소수인원이 이등병과 건조대로 갑니다.

뭐 .. 주말에 빨래가 잘말랐나 안말랐나 확인하러 가나봅니다.  그래도 어딜가나 이등병을 잘 데리고 다니는게
적응 잘하는거 같아 흐믓합니다.

 잘가요. 우리 막내!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