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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humorbest_29922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Ω
추천 : 100
조회수 : 4806회
댓글수 : 7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0/09/19 05:26:31
원본글 작성시간 : 2010/09/18 19:24:27
전 3살에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어머니와 아버지 형과 저...
아버지는 술을 좋아하셨고 술만드시면 그렇게 형과 제 앞에서 어머니를 구타하셨구요.
어렵게 모은 돈을 몽땅 털으셔서 어머니가 그렇게 싫어하시는 술장사를 하자고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반대하셨지만 역시 어머니를 구타하시고 반강제로 단란주점을 계약하셨구요.
집도 없었습니다. 전재산을 몽땅 단란주점에 투자했으니까요.

형과 전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단란주점 옆에 조그만하게 딸려있는 탈의실겸 옷방에서 티비를 가져다놓고
밖에서는 시끄러운 주정뱅이들 노래부르는소리 들어가며 방에 처박혀 보냈구요.
아버지의 주사는 멈추지 않았고 가게가 끝나면 그날 번 돈을 가지고 밖으로 나가셔서 
술을 드시고 오시고 폭력을 쓰셨구요.

우리 어머니 매일 우시는 모습보며 그렇게 하루하루 살았구요.
제가 중학생이 되어서는 지옥같던 그 단란주점을 나와 작은 단칸방을 얻었고
비록 연탄을 피우고 주방도 없던 방하나였지만 주점밖을 나와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했구요.
자연스럽게 성격은 소심해져갔고 친구들도 없었으며 학교가 끝나면 혼자 동네를 방황하다 
단칸방에 들어와 형과 둘이 라면을 뿌셔먹으며 티비를 봤습니다.

어머니는 새벽쯤이 되어서야 가게문을 닫고 들어오셨고 아버지는 어김없이 술을 드시러 사라지셔서
다음날 오후쯤이 되어서야 가게로 나타나셨구요.
공부도 못했습니다. 공부를 왜 해야하는지 누군가 말해주는 사람도 없었고 
시험이 0점이 나오던 50점이 나오든 관심가져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돈이있어 무언가를 사서 취미를 즐길 수도 없었고 단지 의미없이 동네를 방황하다 
해가지면 집에들어와 라면을 끓여먹거나 마른밥에 물을 말아먹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학원이라도 다니면 친구들이 생길 것같아 어머니에 물어봤지만 여유없는 삶에서 학원따위는 
엄두도 낼 수 없었죠.

고등학생이 되었습니다.
아버지의 구타는 조금 잠잠해지셨지만 술은 어김없이 드십니다.
이젠 저도 나이가 좀 들었다고 술을 드시면 어머니에게 하시던 화풀이가 저에게도 돌아옵니다.
대학이야기.. 공부이야기.. 
아버지 혼자서 그렇게 역정을 내시다가 분을 못이기고 전화기를 집어던지시고 컴퓨터를 부수십니다.
전 아무말도 안하고 고개숙여 방구석에 앉아 눈물만 흘립니다.
어머니는 아버지를 말리시려다가 힘에 지쳐 바닥에 앉아 서럽게 한숨만 쉬십니다.

삐뚫어지고 싶었습니다.
학교가 끝나면 흔히 양아치라고 불리는 친구들과 어울려 지나가는 애들 삥도 뜯고
신나게 패버리기도 하고 학교선생이 잔소리하면 니가 뭔데라는 식으로 반항도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꼴에 그런짓을 했다간 마치 인생막장의 길을 걷는 거라고 생각했는지
그냥 조용히 아무일없이 그냥 있는듯 없는듯 물흐르듯 보내는게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친구도 별로 없었고 공부도 잘하지도 않았습니다.
존재감없는 그냥 그런 아이로 매일 학교가 끝나면 동네를 방황하거나 내 방에들어가 
야동따위나 찾아보며 대리만족했습니다.

유일한 형제였던 형이 지방대학으로 떠났습니다.
형이 너무 부러웠습니다. 이 지긋지긋한 집을 벗어나 자취방에서 자기 하고싶은대로 하며 
지내다니.. 아버지의 술주정 폭력.. 어머니의 한탄과 한숨.. 이제 오로지 저만 감당해야 합니다.
그나마 든든한 어깨였던 형마저 사라진 마당에 전 정신적으로 너무 방황했습니다.

수능을 봤습니다.
100점을 간신히 넘겼습니다.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전 공부를 왜 해야하는지도 모른체 그냥 그렇게 물흐르듯이 기계처럼 
책상에 앉아 칠판만 쳐다보고 있었으니까요.
아버지가 제 수능점수표를 보더니 따귀를 날리십니다.
저보고 이정도로 공부를 못하는 줄은 몰랐다고 쌍욕을 날리시며 뭐하며 먹고살거냐고 역정을냅니다.

그딴거 생각해본적 없었습니다.
뭘해서 먹고살지 내가 왜 고민해야할까요.
지금 당장 왜 살아야하는지도 모르고 그냥 시간 흐르는 것만 느끼며 살고 있는데..

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들어갔습니다.
세상에.. 수능이 100점이 나와도 절 받아주는 대학이 있다니..
놀라웠습니다.

지방대학으로 가고 싶었습니다. 
형 처럼 이 집안에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저까지 자취생활을 하게할 여유가 없답니다.
전 다시 그렇게 서울 구석에 있는 이름도 모를 학점위탁학교로 들어갔습니다.
이 집을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대학에 와도 변하는 건 없습니다.
어중간하게 연결된 친구들.. 혼자있기 싫으니까 같이먹는 술..
그저 그런 교수들과 왜 배워야 할지 모를 강의들..
그래도 다니다보니 자격증이란 것도 따게해주더군요.
이게.. 내가 평생 먹고살 수 있는 밥벌이 수단이 되줄까여..


나도 이제 성인이고.. 
더이상 미성년도 아니지만..
아버지는 여전히 술에 잔뜩 취하셔서 들어오셔서는 저에게 폭언을 터트립니다.
어머니는 이미 아버지가 술을 많이 드시면 밖으로 나가십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이 되어서야 들어오십니다.
어머니는 나름대로의 해결법을 찾아내신거 같네요..

새벽1시 어머니가 갑자기 나가십니다.
조금있으면 아버지가 오신다는 소리겠죠.
새벽2시 아버지가 들어오십니다.
자고 있는 저를 깨우며 어머니를 찾습니다.
" 모르겠는데요. "
아들앞에서 어머니를 욕합니다. 입에 담기도 힘든 쌍욕들..
저보고 배가 고프다며 밥을 차리랍니다.
새벽3시 냉장고에 있는 반찬들을 꺼내며 밥을 차립니다.
새벽4시 학교생활은 잼있냐며 물어보십니다.
대충대충 대답합니다.
잔소리가 시작됩니다. 
새벽5시 드디어 아버지가 잠이 드십니다.
저도 그때가 되어 드디어 잠에 청합니다.

일주일에 3~4일...
전 매일 이런 생활을 하며 대학생활을 보냈습니다.
미치지 않고 지금까지 버틴것만해도 전 행운아라고 생각합니다.


형이 군대에 들어간지 1년이 넘었습니다.
고등학교때 형이 지방대학으로 떠난후 방학때도 형은 집으로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저라도 그랬을 겁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나름대로 열심히 자기 삶을 찾는 형을 봤습니다.
부럽습니다. 형의 얼굴을 그동안 한번도 본적이 없었습니다.
점점 더이상 나에게 형이란 존재도 없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저도 군대란 곳에 가게 되었습니다.
참 재미있는 곳이더군요..
어떻게 시간이 지났는지도 모르게 2년이 흘러갑니다.
휴가를 나오면 어머니가 우십니다.
저마저 없으니 아버지가 대놓고 술주정을 심하게 한답니다.
무슨 상관입니까. 전 군대에 가있을건데.. 
어머니에게 아버지 술드시면 꼭 찜질방이나 그런곳으로 잘 피하시라고 대답합니다.

2년이 반짝 지나가고 전역을 했습니다.
변함없는 집.. 변함없는 아버지....

형은 졸업을하고 그대로 그 지역에서 취직을 했답니다.
더이상 서울로 올라올 일은 없을 것 같네요.
형은 이 지옥같은 가정을 벗어나 형만의 삶을 찾았네요. 잘됐습니다.

복학을 했습니다. 
그나마 알던 사람들은 하나도 없네요.
복학생이 이런거군요. 전혀 어울리지 못하고 멍하게 시간만 흐릅니다.
제가 전역을 했어도 아버지는 여전히 술을 많이 드시네요.
어머니는 여전히 아버지를 피합니다.
전 또다시 술취한 아버지에게 밥을 차려드리고 잔소리를 듣습니다.

대학을 졸업합니다.
취직을 해야하죠.
나름대로 소개받아 취직을 합니다.
묵묵히 일하니까 돈도 줍니다.
130만원 이네요.
태어나 처음으로 돈을 벌어봅니다.

어머니가 그럽니다.
이제 너도 돈을 버니까 빨리 모아서 좋은 집으로 이사가자.
네 그래요..
70만원을 어머니에게 드립니다.

아버지가 그럽니다.
형은 지방가서 자기 먹고살기 바쁘고 그동안 아버지가 너한테 뒷바라지 많이했으니까
이제 아버지 용돈도 줘야지.
네 그래요..
10만원을 아버지에게 드립니다.
물론 그돈으로 술을 드시겠죠.

50만원이 남았네요.
어머니가 세탁기가 고장났답니다.
제 돈으로 고치세요...
아버지가 여름옷이 없답니다.
하나 사드릴게요...
인터넷은 제가 쓰는거니까 인터넷비는 제가 냅니다.
핸드폰비 내가 내야겠죠... 차비.. 밥값...

뭐하고 있는걸까..
하지만 전 돈을 쓸줄도 모르고 쓸곳도 없습니다.
담배값이 전부네요..
그렇게 1년을 일했지만 제 통장에는 돈이 한푼도 없습니다.
어머니에게 매달 드린 70만원은 어디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형이 결혼을 한답니다.
이미 임신도 했다는군요.
한심한 형.. 우리집이 뭐가 여유있다고 결혼을 한다는걸까..
그런데.. 이게 왠일인지..

아버지가 너무 좋아하십니다.
손자를 볼 수 있다고 너무 좋아하십니다.

수천만원을 형에게 보내 지방에 집을 구해주십니다.
매달 생활비가 모자라다고 하자 형에게 수십만원씩 붙여줍니다.
제 돈이 형에게 가고 있는걸까요..

조카가 태어났습니다.
너무나 이쁜천사네요.
아버지는 매일 손자이야기만 하십니다.
핸드폰으로 매일 손자사진만 쳐다봅니다.
술드시고 오셔서 매일 손자 이야기만 합니다.
그게 그렇게 행복하십니까 아버지...

형은 매달 생활비가 모자라답니다.
어머니는 형에게 매달 돈을 붙여줍니다.

" 엄마. 제가 그동안 드린 70만원은 다 어디있어요. "
" 그건 이사비용으로도 쓰고 형한테도 붙여주고 다 그렇게 썼지. "
" 그런가요... "

난 지금까지 뭘하며 살고 있는 걸까요..

일을 그만두었습니다.
더이상 일을 왜해야하는지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내가 가진 모든 돈을 털어내봅니다.

120만원...

2년간 일하면서 내가 모은 돈입니다.
내 나이 26..
젊디 젊은 나이?
아직 꿈많은 청춘..

지랄같은 이야기일 뿐입니다.
26년동안 난 이 120만원을 손에 쥐기위해 살아온 것 같습니다.

전 이제 백수입니다.
다른 일을 알아봐야하겠죠.
그래서 다시 돈을 벌어 어머니에게 도와드리고 아버지에게 용돈을 드려야겠죠.

늙어버린 아버지는 이제 폭력을 쓰지 못하십니다.
힘이 안따라주시는걸까요.
또다시 시작입니다.

새벽에 술을 드시고 들어오신 아버지.
어머니는 항상 친구분집이나 밖으로 나가십니다.
새벽에 절깨우는 아버지..

" 배고프다 밥줘라. "

" 네... "

전 일어나 밥을 차려드립니다..


병신같은 새끼...
난 뭐하면서 사는 놈인지 모르겠습니다.
그 흔한 연애경험 한번없이..
밖에 나가봐도 웃으며 혈기넘치게 돌아다니는 젊은 청년들처럼..
그렇게 살지 않고 뭐하고 있는건지..

죽고나서 다시태어나면 무엇으로 태어날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사람으로 태어난다면 지금처럼 살지 않을 겁니다.

내가 가진 120만원으로 뭘 할 수 있는 생각해봤습니다.

정말 친한 친구가 있다면 그녀석에게 왕창 맛있는거라도 사주고 싶지만
내 주변에 술한잔 해줄 친구가 없습니다.
친구하나 없다니 정말 나도 한심한 놈이네요.

제주도에 있는 한 호텔을 예약했습니다.
비행기를 한번이라도 타보고 싶었거든요.
하루숙박비가 30만원이라니 어지간히 좋은 호텔인가보네요.
비행기도 예약했습니다. 혹시 몰라 왕복으로 예약했습니다.
호텔에서 술을 잔뜩먹고 취해볼 생각입니다.
만약 제 취기로 용기내어 죽을 수 있게 된다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만약 잔뜩 취해서도 죽지 않고 살아있다면 제 몸뚱아리가 조금더 살아보라고 말하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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