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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동안 일하던 편의점을 오늘 그만두었습니다.
게시물ID : gomin_29923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
추천 : 2
조회수 : 478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2/03/09 22:41:28
22살 휴학하고 잉여중인 여대생입니다
돈도 없고 스펙도 없으므로 그냥 음슴체 ㄱㄱ
어릴적부터 지지리 가난하게 살아왔음. 나 태어나고 어무니가 분유값 애낀다고 분유 정량안넣고
반에 반넣고 맥였다고함. 태어나기도 약하게 태어났는데 한참 자라야할 시기에 시원찮게 먹어서 지금도 막 간수치 막 몇백씩 올라갈때도 있고 막 그럼.
중2때 아부지 돌아가시고 그 이후로 그냥 대충 육성비 급식비 못내서 애들 뛰어다니는 쉬는시간
학주한테 교실 복도에서 돈내라고 혼난적도 있고 뭐, 대충 엄마란 사람이 진 빚때문에 빚쟁이들한테 쫓겨본적 있고, 덕분에 대학도 못갈뻔 했으나 엄마란 사람이 대학은 나와야하지 않겠냐-하는 택도 없는 주장에
무리해서 원치않는 학교 전공 선택해서 '아르바이트 할 수 있고' '교통비 안드는' 가까운 학교를 가게됨
이때부터 아마 엄마에 대한 불신이 무럭무럭 자란것 같음. 철없는 소리 맞지만 아직도 난 엄마가 무척미움
대학만 졸업하면 이 지긋지긋한 다 해결되고 자기 부양해줄거라는 믿음을 은근히 깔고가는 엄마가 너무 미움
사실 엄마가 죽니 사니 마니 질질 매달리지만 않았어도 진즉 대학 포기하고 공장들어가서 돈 벌었을지도 모르겠음. 실제로 여러공장 알아보고 다녔으니까

여튼 지루한 서론은 각설하고,
대충 이러이러한 사정때문에 오티도, 엠티도 돈이 없어 못간 나는 학교에 적응하기도 힘들었고
무엇보다 고등학교때까지는 나름 선생님들의 사랑과 기대를 받고 살아왔던 나인데
대학가서는 돈없인 아무것도 안되는 지독히도 더러운 현실에 괴리감을 느꼈음. 
그래서 공부와는 자꾸만 멀어졌던것 같음.
아마 겪어보신 분들은 알거임. 옆의 친구들은 무럭무럭 스펙 쌓고 커가는데 난 당장 하루 쓸 밥값이 없어서
허덕거려야 하는 현실과 어릴적 내 이상은 자꾸만 멀어져 갈 때 그 허무함과 먹먹해져 오는 가슴을. 그리고 단 돈 몇푼에 절절 매가면서 구질구질하게 살아가는 내 자신을 언젠가 거울에서 봤을때의 초라함이 내 심장 한 구석을 얼마나 할퀴어대는지를.

참 여러가지 알바를 했더랬음
수능끝나고서부터 공장, 만화대여점, 까페, 피시방, 병원에서 사무보조, 마트, 호프집 서빙, 편의점 등등.....
버는 족족 교통비 핸드폰비 가끔 엄마가 손벌릴때 돈주고 내 생활비 하고 나니 항상 남는건 없었음
학교-알바-집 이 피드백을 얼마나 반복했는지 모르겠음 어느새 난 내가 아니라 그냥 현실에 맞추어가는 인형이 된 느낌이었음.

알바하면서 지독하게 느낀건데.
참 유독 우리나라 사람들은 종업원을 사람 이하로 취급한다는거였음.
고객의 입장으로서는 자기들 유리한대로 듣고 말하면 그만임.
그러나 종업원의 입장은 다름. 그게 정직원이 되었든, 아르바이트생이 되었든.
지금 당장 고객의 입장에서 보기에 종업원은 타인이지만,
그 종업원이 자기 자식이었다면 어떨거 같음?
자기 자식이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으며 십원짜리 욕을 듣고 울며 돌아왔을때
과연 어떤 자식이 그랬어-하고 당당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모르겠음.

자기 자식이 편의점에서 일한다면 그렇게 돈을 툭툭 던지면서 빨리 잔돈 달라고 닦달할까?
자기 자식이 편의점에서 일한다면 그렇게 쌍욕을 해가면서 말도 안되는 요구를 할까? 
그정도로 요샌 젊은 사람이든 나이든 사람이든 남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 같음.

난 참 없이도 살았지만 주제에 자존심은 있어서 고등학교 졸업 이후 빚쟁이에게 쫓기면서 생각한게 하나있음
아무리 현실이 거지같아도 담배는 피지말고 아무리 돈이 없어 궁해도 술집에서 일하지는 말자고.
이년이 지난 지금 뒤돌아보면 참 어린 생각이었다 싶기도 하지만 내 생각에 변화는 없음

편의점에서 일하면서 참 좋은 사장님을 만났고 덕분에 정말 편하게 일했던 것 같음
한달 내내 쉬지도 않고 일한 달도 있었고, 밥값 천원 더 아껴보겠다고 쫄쫄 굶어가면서 일했던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그만두게 되었음

6개월정도 일한 지금 약 이백만원 정도 모았고, 내 등골 열심히 뽑아먹는 집안에서 독립해
조그마한 고시텔에서 살고있음. 다른 이들에 비하면 한없이 뒤쳐진 출발선이겠지만 그래도 실패한 휴학이라고 생각이 들진 않을 것 같음.

이 글을 쓴 이유는 그냥.
요새 부쩍 힘든 사람이 주변에 많이 보여서 그럼. 나같이 하찮은 사람도 이렇게 꾸역꾸역 사는데
죽느니 사느니 이런 글을 볼때마다 마음이 많이 안좋음.

오유에서 본 구절인데.....
죽고 싶으면 죽은듯이 살고, 모든것을 놔버리고 싶으면 모든것을 놔버린듯이 살아보라고...(맞나?)
정말 그런것 같음. 
니체라는 철학자가 말했음
괴물을 상대한다고 해서 자기가 괴물이 되면 안된다고....
인생은 생각하기에 따라 괴물이 될 수도, 상냥한 친구가 될수도 있다고.....
다들 살날도 다들 한참 남은것 같은데...내일은 어찌될지도 모르는데 하루만 더 살아보면 안될까
조심스레,감히 제안하는 바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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