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사이트에서도 그런지 모르지만
적어도 한국에서는 영화 별점 사이트마다 역대 최고점은 늘 쇼생크탈출입니다.
과연 이 영화의 무엇이 그토록 한국인의 감성을 자극한 것일까요?
억울함, 탈출본능, 복수, 자유... 아무튼 다양한 레파토리가 들어 있는 이 영화를 초시계 들고 다시 봤습니다.
1. 오프닝 - 법정장면과 깊은밤 술에 취한 앤디가 바람피우는 사건 현장 밖에서 위험하게 서성이는 모습
약 6:30 동안의 오프닝은 답답한 법정과 비내리는 밤을 교차하면서 관객들을 불안하게 합니다.
그리고 앤디는 2중 종신형을 선고 받으며 오프닝이 마무리 됩니다.
2. 제1막 - 쇼생크감옥의 터줏대감 레드와 간수장, 교도소장이 소개되며 주요한 등장인물을 한번씩 다 훑습니다.
성경책과 아침점호, 암석용 망치는 피날레 부분에서 반복되어 등장할 예정이고
첫 식사에서 앤디는 '어제 간수장에게 맞아죽은 죄수(울던 뚱뚱보)의 이름이 뭐냐?'고 묻습니다.
이런 인간적인 모습에 조금씩 관객들은 앤디에게 호감을 가지게 됩니다.
33분까지가 제 1막인듯 합니다. (세탁실에서 다른 죄수들에게 성추행을 당하는 장면까지)
3. 제2막 전반전 - 지붕위에서 간수장에게 갑작스런 제안을 하면서 스토리에 변화가 생깁니다.
밑밥으로 깔리는 성경책, 의미심장한 성경구절, 포스터는 다시 등장합니다.
이제 앤디를 괴롭히는자들이 간수들에 의해서 폭행을 당하고, 동료 죄수들은 앤디를 위해서
돌멩이를 구해다 줍니다. 스토리 핵심(탈출)과는 상관이 없지만 보는 재미가 있는 부분이죠
이제 앤디는 도서관 사서가 되고 전임사서 브룩스는 가석방되었다가 자살을 합니다.
4. 중간점 : 런닝타임의 정확히 중간점에 강한 쉼표를 찍습니다. 65분 ~ 71분 사이에 말이죠.
운동장의 죄수들이 모여있는 가운데 피가로의 결혼 중에 나오는 아리아가 흘러 나옵니다.
작정하고 만든 장면이랄 수 있습니다. 노린 거죠. 이제 즐거운 전반전이 끝나고 치열한 후반전입니다.
5. 제2막의 후반전 : 71분부터 100분까지 약 30분간 진행되는 이 부분은 주인공 앤디를 극한까지 몰아부칩니다.
신입인 토미를 가르쳐서 검정고시를 통과시켰더니 토미가 말하죠. '내가 진범을 알아'
하지만 교도소장의 탈세를 도운 덕분에 교도소장은 토미를 죽이고 앤디는 절망감과 토미에 대한
죄책감에 완벽한 코너에 몰립니다.
여전히 밑밥은 잊지 않습니다. 벽장, 구두, 양복 그리고 가상의 랜들 스티븐슨이 등장합니다.
6. 제3막 : '레드, 출옥하게 되면 벅스톤의 검정돌을 찾아요. 약속!' 노골적인 떡밥으로 시작하는 3막
아래에 보면 역시 감독이 노린 장면 두개가 연이어 나옵니다. 빗속에서 만세와 뚫린 벽 장면이죠.
앤디는 탈출하고 그동안 차곡히 밑밥으로 쌓아 두었던
성경책, 아침점호, 포스터, 양복, 구두, 랜들 스티븐슨, 밧줄의 비밀이 풀립니다.
악당들은 차례로 무너지고 당연하게 앤디는 잡히지 않습니다.
시간이 흘러 레드도 가석방이 되고 앤디의 말에 따라서 벅스톤의 편지를 발견하는 것으로
그리고 가석방 규칙을 어기고 멕시코로 가는 장면으로 3막을 마무리 합니다.
7. 엔딩씬 - 오프닝을 답답한 법정과 비오는 밤 장면으로 시작해서 관객들을 어둡게 했다면 이제
엔딩은 파란바다, 밝은 태양아래서 웃으면서 포옹하는 두 늙은남자를 멀리서 바라보면서 시원하게
끝내게 됩니다. 138분하고 30초가 걸렸군요.
소설과 다른점 : 스티븐 킹의 광팬으로서 조금 아쉬운 점은 사실 캐릭터입니다.
원작의 앤디는 작은키 왜소한 체격의 백인이었고, 레드 역시 백인의 난봉꾼 정도 되는 이미지입니다.
(레드는 백수건달이 부잣집 딸을 임신시켜 결혼하지만 일확천금을 잡고자 자동차 브레이크를 고장내서
보험금을 타먹으려고 했는데... 그 차에 이웃집부인과 아이들까지 타서 대형참사를 만든 사람으로 나옴)
미드를 자주 보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1940~60년대에 미국 감옥에서 (사실 현재도)
백인과 흑인이 저토록 서슴없이 섞여서 지내는 모습은 상당히 어색합니다.
미드 '오즈'를 보신 분들은 이 영화를 보이스카웃용이라고 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원작의 감동을 적절하게 영상으로 옮긴 작품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인생이 재미없고 힘들 때마다 원작소설을 읽었습니다.
읽고나면 '아C8 내 삶은 앤디에 비하면 천국이야. 다시 살아야지'하는 카타르시스를 주었거든요.
여러분의 삶 역시 앤디 듀프레슨에 비하면 천국의 삶이 분명합니다. 비록 우리들은 오징어들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