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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관 중에서도 '자살징후자'의 위엄.
게시물ID : military_300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whathell
추천 : 4
조회수 : 217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07/27 20:58:17

이 글은 입대를 앞둔 미필자 동생들을 위해 쓰는 글이야.

군대 가면 많이 어렵고 힘들어서 "죽고싶다."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어. 물론 die하고 싶다는건 아니고 "죽을만큼 힘들다." 라는 생각이 들거야.

그렇다고 농담투로 "죽고싶습니다."라고 하면 안되. 특히 이등병때. 사회에 있을때 죽고싶다는말을 장난삼아, 농담삼아 하는 친구들 있는데

군대가면 입조심 하라는게 그 이유중 하나야.

 

형은 해안 GOP에 있다가 왔어. 근데 신병 녀석 하나가 새로 들어온거야. 워낙 체격도 좋고 힘도 좋더라고. 신병 적응기간이 끝나고 나서

초소 경계근무를 내보냈지. 한 일주일정도 나갔으려나? 중대장이 신병 녀석과 면담을 했어. 원래 뭐 자대배치 후 한달간은 매주마다 면담을 해야된대.

근데 얘 하는 증언이 이거야.

 

"바다를 보고있으니 뛰어들어서 죽고 싶기도 합니다. 총도 갖고있으니 제 머리에 총을 쏘는 상상도 합니다. 군생활이 막막하고 깜깜한 것 같습니다."

 

중대장 화들짝 놀라고 우리 소대장, 부소대장도 화들짝 놀랐지. 당연히 보직을 바꿀 수 밖에 없었어. 그때 남는 자리가 '취사보조'였어.

말 그대로 취사병의 부사수 역할을 하는거였지. 그거라도 시키니까 얘가 조금 차분해지는거 같더라고. 원래 심성은 착한 아이였던거 같아.

근데 문제는 이거야. 그 아이가 '자살징후자'라는걸 암암리에 병사들에게 전파를 해. 당사자는 몰라. 왜냐면 이로 인한 2차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거든.

당연히 선임들도 걔한테 터치 안하고 욕도 안해. 심지어 너무 잘 챙겨주는거야. 그러다 보니까 얘가 개념이 없어지는거야.

눈치도 안보고 취사장에서 다리꼬고 앉아서 발톱깎고 있더라고. 얘 혹시 딴생각 품는가 싶어서 얘기도 자주하니까, 얘가 잠을 안자는거야.

(해안GOP의 특성상, 해질무렵에 근무투입을 하면 취사병은 개인정비를 하다가 10시에 자게 되어있어. 그러다가 12~1시 쯤 근무교대가 이루어지면

전번 근무자들을 위한 야식을 준비하기 위해 잠깐 기상을 하고 다시 잠들지. 그리고 5시에 일어나서 아침을 준비해.)

우리랑 내내 얘기를 하니까 12시 넘어서까지 안자더라고. 당연히 낮에 피곤하니까 낮에 잠자고. 낮과 밤이 뒤바뀌었어.

그런 시차 부적응으로 인해 얘가 처음에는 두통을 호소하더라고. 이 두통이 어떻게 근육에 영향을 미쳤는지 목도 아프고 어깨도 아프대.

근데 얘는 너무 자연스레 그걸 얘길 하는거야. "너 어디 아프냐?" 라는 질문에 미리 답안을 준비했다가 읇는거 같았어.

"저 머리도 아프고 목 뒤도 아프고 어깨도 아픕니다. 요새는 낮에도 머리가 너무 아프고 어디도 아프고 어디도 아프고.."

 

또 하나는 어느정도 짬 먹은 일말 애였는데, 처음에 상황실 근무를 섰었어. 그런데 지휘관들 자주 오고 브리핑으로 자주 깨니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나봐. 상황병을 못하겠다고, 차라리 초병이 낫다고 하더라고. "마음이 불편한 것 보다 몸이 힘든게 낫다."가 그 아이의 주장이였어.

소대장과 약속을 했대. "아무리 힘들어도 절대 후회하지 말고 불평 갖지 않기."

처음에는 초소 경계 근무를 잘하는가 싶었어. 그런데 몇달 하다보니까 얘가 죽으려고 하는거야. 근무 투입되면 목소리도 다 죽어가고, 복귀 후에도

비실대더라고. 그러다가 나중에는 소대장한테 면담 요청을 하더라고. "다시 돌아가고 싶다. 생각보다 너무 힘들다."

소대장은 당연히 열내지. 여기가 니 취미대로 하는 캠프냐, 너 하는대로 하는곳이냐는 등의 갈굼 시전. 그래도 소대장도 사람이 착한지라

그 소원을 들어줬어ㅋㅋㅋㅋ다시 복직. 처음에는 의욕적으로 하다 싶었는데 어느새 또 이상해지는거야.

소대장한테 업무상으로 엄청 깨지고 나면 뚜벅뚜벅 걸어나가서 화장실(상황실 바로 앞에 위치함)에 문 꽝닫고 들어가더니 들으라는듯이

"캬아악!!! 퉤!" 하고 침을 뱉고 다시 들어오는거야. 이걸 분대장이 봐서 몇번 갈구고 했어. 그럼 얘는 또 스트레스 받아서 상황근무설 때

부사수한테 그러는거야. "전쟁나서 북한군이 우리 소대원들 다 쏴죽였으면 좋겠다." 라고. 그걸 또 소대장이 듣고 또 갈구고.

그러다가 걔 부사수가 살떨리는 장면을 목격했대. 야간 상황근무 끝나고 새벽에 근무교대 했는데, 그 얘가 없어졌더래. 부사수는 소초 주변 막 찾아다녔는데...소초 구석에서...망치를 들고 나무 그루터기를 막 두들기고 있다는거야. 놀라서 뭐하냐고 물어보니까

"이렇게라도 안하면 스트레스 쌓여서 안되겠다."라는거야. 그 뒤로 그 애를 건드리는 사람은 없었어. 부대교대 할때도, 내륙부대 가면 훈련하고 고생하는데 부적응 할까봐 걍 해안에 두고 나온게 천만 다행이였어.

 

미필자 동생들..아무리 힘들어도 죽을 생각 절대로 하면 안되. 특히나 말장난, 농담으로라도 후임일땐 죽고싶다는말 함부로 꺼내는거 아니야.

정말 죽을만큼 힘들다 해도 죽는거 만이 정답은 아니잖아. 한번 '자살징후자' 내지 '이상증후자'로 찍히면 전역할때까지 꼬리표가 따라다닐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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