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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들’은 왜 보수우파를 동경하게 되었나
게시물ID : humordata_110091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칼스타이너
추천 : 1
조회수 : 50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06/10 00:31:26
그들은 왜 보수우파를 동경하게 되었나 

현재 인터넷 상에서 청년층의 우파적 정서와 견해들이 집중적으로 표출되고 있는 커뮤니티로는 디씨인사이드 ‘정사갤’(정치·사회 갤러리)과 ‘일베저장소’(일간베스트저장소)가 대표적이다. 이외에 ‘노노데모’ ‘라도코드’ ‘홍어프리존’ 등의 인터넷 카페, ‘폴리젠’ “프리존’ 같은 정치 토론 웹사이트 등이 우파들의 온라인 결집처로 거론된다.

“어쩌다보니 ‘보수파 나꼼수’라는 딱지가 붙었는데, 시작점은 보수우파가 아니었습니다.” 


인터넷 팟캐스트 ‘떡볶이 수사대(떡사대)’ 진행자인 이효석씨(24·대학생)의 말이다. 그는 원래 진보성향 인터넷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의 팬이었다. “굳이 좌우를 가리자면 나꼼수를 지지하는 입장이었습니다. 친구가 비판하면 항상 반대의견을 냈었죠.” 고등학교 동창으로 현재 대학생인 이효석씨, 황교영씨(23), 민준성씨(24)는 지난 2월 지방여행을 가서 이야기를 나누다 의기투합했다. 좌경화된 트위터, 20대의 정치 무관심을 바로잡는 팟캐스트 방송을 만들자고. 

‘떡볶이 수사대’라는 이름은 떡볶이 떡이 속은 하얀데 겉은 빨갛다는 형상에서 따왔다. 즉 ‘떡을 물들이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이 진행하는 방송에 따르면 ‘속도 시뻘건’ 고추장의 역할을 하는 세력이 있다. 바로 종북좌익 세력이라는 것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통합진보당 사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위 또는 뒤에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좌익세력의 ‘실상’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방송이다. 

이씨는 2008년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시위에도 참여했다. “처음에 가서 취지는 괜찮다고 생각해서 두세 번 더 나갔어요. 그런데 민주노동당이 개입하고 평화시위가 변질되는 것 같아 그 뒤로는 안 나갔습니다.” 민준성씨는 촛불시위에 나가지 않았다. “광우병 이야기가 과연 사실일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버스를 타고 가는데 그때 친구가 시위에 나가자는 거였어요. 그 친구에게 광우병에 대해 제대로 알고 나가냐고 물었는데, 시위 나가는 것은 좋은 것이라는 식으로만 대답했어요.” 

2008년 촛불시위 당시에도 이런 불만들은 표출됐다. 그 결과 나온 것이 인터넷 커뮤니티 ‘구국! 과격불법촛불시위 반대시민연대’다. 약칭해서 ‘노노데모’다. 노노데모와 같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촛불시위 참가자를 지칭하는 말은 ‘좌좀’이다. 좌좀은 ‘좌익(빨갱이) 좀비’의 약칭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회자되고 있는 ‘한국 인터넷의 정치성향 분포’라는 제목의 이미지. 대부분의 인터넷 커뮤니티가 진보성향으로 분류되고 있다.

 진보비판 온라인 여론의 기원 

문제는 그 다음이다. ‘좌좀=친노=전라도’의 등식이 만들어졌다. ‘노노데모’에서 보다 강경한 흐름이 분리되어 나왔다. ‘라도코드’라는 사이트다. 노노데모의 운영진이 특정지역, 구체적으로 전라도를 비하하는 비유인 ‘홍어’와 같은 표현을 사용하지 못하게 한 데 대한 반발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슨상님’, ‘목포해상방위대 대장’ 등으로 패러디됐다. 김 전 대통령이 일제시대에 썼던 창씨개명 이름 ‘도요다 다이쥬’라는 말도 회자되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는 ‘노시계’, ‘노운지’와 같은 별명이 붙었다. 전라도가 ‘좌좀’의 온상이라는 것이 이들의 인식이었다. 지난 1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라도코드’에 대한 이용해지라는 제재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새로운 패러디 문화는 인터넷 전반에 퍼졌다. 라도코드가 제재받기 전부터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정치사회갤러리(정사갤), 일일베스트저장소(일베) 등에서는 일상적으로 쓰이는 문화였다. 각 대학 커뮤니티의 익명게시판, 포털 뉴스게시판에서 이런 형태의 조롱글은 쉽게 볼 수 있는 패러디가 되었다. 

“말하자면 소위 ‘잉여’라고 스스로 언급하는 인터넷 사용자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는 일종의 하위문화라고 할 수 있다.” 이원재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의 말이다. 종범됐다, 운지했다, 산업화/민주화, 전땅끄…와 같이 이들이 사용하는 은어(隱語)가 무슨 말인지 모르는 사람은 아직 많다.

은어는 이런 식으로 사용된다. 지난 노 대통령 3주기를 맞이하여 노무현재단에서는 추모게시판을 열었다. 한 사용자가 노 대통령을 추모하는 글을 올린다. 많은 사람들의 추천을 받았지만 올린 글의 첫 글자만 따서 읽으면 ‘노무현 운지’라고 읽힌다. 이른바 문장의 첫 글자만 읽는 ‘세로드립’이다. 

“네이트 댓글을 산업화하고 왔다”는 것은 MB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사용자들에 맞서 댓글로 온라인 전투를 벌여 이기고 왔다는 뜻이다. “민주화됐다, 민주화 당해버렸다”는 것은 반대로 졌다는 뜻이다. “흔히 패러디나 풍자는 힘없는 민중이 지배권력에 갖는 유일한 저항수단으로 이야기된다. 그런데 그 메커니즘 자체가 퇴행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까. IT평론가 주동식씨는 좌파/우파 프레임이 경쟁하는 보편적 양상을 우선 거론했다. “원래 좌파적 세계관 자체가 도그마적 성격이 강하다. 과학적 세계관을 강조하지만 특정 믿음에 현실을 꿰맞출 위험이 상존한다. 반면 우파의 특징은 세계관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대신 실사구시나 실증주의적인 것이 강조된다.” 주씨가 보기에는 2008년과 2009년을 달궜던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논란과 천안함 사건을 둘러싼 논란에서 이 문제는 여실히 드러난다. “어느 사안이나 실체적 진실이 규명되기에는 상당히 오랜 시간을 소요한다. 그런데 좌파는 사실규정에서 성급했다.” 

광우병과 천안함 국면에서 진보 프레임

온라인 공간에서 그 반작용이 나타났다. 한국과학기술인연합(싸이엔지) 게시판은 황우석 줄기세포 조작 논란 당시 디시인사이드의 과학갤러리와 함게 조작사실을 밝혀낸 대표적인 집단지성의 무대로 거론됐다. 하지만 위 두 사건에 대해 싸이엔지에 개설된 ‘과학토론게시판’에선 종전의 진보좌파 진영의 포지션이 밀리는 양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2004년 탄핵무효 촛불시위 때 진보성향 커뮤니티로 인식되었던 디시인사이드는 수년이 경과한 지금은 우파성향 사이트로 인식되고 있다. 이글루스 블로그도 마찬가지다. 2008년 촛불시위 당시 진보성향의 블로거가 장악했던 ‘이오공감’이나 ‘뉴스비평 밸리’에서 현재는 상대적으로 보수우파성향 블로거가 담론을 선점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얼핏 봐서는 현실 보수정치를 찬동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보다 정확히 말하면 ‘안티에 대한 안티’라고 본다.” 인터넷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대한 문화인류학 분석서인 <우리는 디씨>를 펴낸 이길호씨(서울대 인류학과 박사과정)의 말이다. 1000여개가 넘는 디시인사이드의 ‘갤러리’에서 스스로를 ‘잉여’라고 칭하며 끊임없이 글과 자료를 토해내는 사람들, 얼핏 보면 아무런 의미가 없고 무질서한 행위처럼 보이지만 나름대로의 내적 논리가 있다는 것이 이씨의 주장이다. 

디시에서 특정 갤러리의 성격은 이른바 디시에 회원 로그인을 한 고정닉과 유동닉(로그인 없이 글을 쓰는 사람들), 올드비 또는 네임드(오래 전부터 글을 써온 이른바 터줏대감)와 뉴비 사이의 역학관계를 통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씨에 따르면 보수에서 진보로 또는 진보에서 보수로 가는 것은 ‘선형적인 진화’가 아니라 작용과 반작용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자유기고가 송준모씨는 “인터넷 우파와 현실의 전통적인 보수파는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단 실제 한국 사회에서는 권력을 갖고 있는 보수파로서는 인터넷커뮤니티에 가서 드립이나 치고 있을 이유가 없다.” 주동식씨의 지적도 비슷하다. “트위터와 같은 온라인 공간에서 진보좌파 여론이 우세한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첫째로 우파의 경우 조중동 등 언론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충분히 펼칠 수 있는 수단이 확보되고 있기 때문에 온라인에 상대적으로 비중을 두지 않고 있고, 둘째로 우파담론의 생산주역은 대학교수, 공공연구기관 연구원, 대기업 싱크탱크 등인데, 이들은 논문이나 보고서, 단행본 등 생산주기도 길고 생산단위도 크고 무거운 반면, 좌파들은 ‘게릴라적 담론생산’에 익숙한 소위 ‘논객’이 주체이기 때문에 이런 담론이 생산되고 유통되는 본거지가 인터넷이 될 확률이 높다.” 그는 “온라인에서 좌파가 우세한 것처럼 보이는 것은 그만큼 좌파에 시간이 남아도는 고급백수가 많다는 방증이기도 하다”며 “우파들은 대부분 오프라인에서 열심히 돈 벌고 있기 때문에 온라인에서 놀 시간이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꼭 우스갯소리만은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넷 우파의 영향력은 어느 정도일까. 인터넷 커뮤니티에 도는 ‘유명 커뮤니티의 정치성향 분포’이라는 제목의 이미지가 있다. 이미지에 따르면 아고라나 서프라이즈 등은 극좌(極左)에 속한다. 반면 앞에 거론한 일베나 디시 정사갤은 극우에 속한다. 중간지대에 위치한 커뮤니티나 포털도 있지만 대부분은 진보좌파에 가깝다. 

그런데 최근 ‘종북논란’ 후에 지형은 일정 정도 바뀐 것으로 보인다. 우파성향 누리꾼들이 좌익성향이 강하다며 ‘홍팍’이라는 별명을 붙였던 프로야구정보 커뮤니티 ‘MLBPark’는 통진당 사태 초기부터 극도로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적어도 ‘안보’ 이슈와 관련해서는 종전의 진보좌파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렇다고 이들 커뮤니티에서 인터넷우파의 인식처럼 쉽게 ‘산업화’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북한에 대한 혐오감은 공유하고 있지만, 인터넷우파의 고인이나 특정지역 비하 농담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클리앙, SLR클럽 등 진보성향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활동한다고 밝힌 박영식씨(36·회사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처음 우파성향의 비아냥거리는 글을 접했을 때 ‘뭐 이런 사람들이 다 있냐’는 식으로 흥분했지만 점점 원래 그런 사람들이라는 식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다만 그런 사람들이 모여 있는 사이트를 들여다보면 정신적으로 해롭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급적 접하는 것은 피한다.” 

문화평론가 최태섭씨는 자신도 그런 경험이 있다고 했다. “이전에 일베라는 사이트에 들어가보니 5·18 당시 사망한 시민군 사진을 올려놓고 ‘좌좀 햄버거’와 같은 말을 쓰던데, 5·18을 주도한 세력은 북한 간첩이었다는 식의 음모론을 갖고 있는 한 이들의 시각이 한국 사회에서 주류화되기는 힘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종북’에 대한 민주화 이후 세대의 시각 

현재 대학생인 자유기고가 송준모씨는 “동아리 모임에서 이와 관련된 자료를 놓고 토론해봤는데, 실제 그런 말이 뭔지 아예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었다”며 본질적으로 소수자에 대한 조롱 혹은 혐오를 담은 일부 ‘잉여’들의 시각이 익명게시판을 넘어 오프라인으로 나올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앞에서 만난 ‘떡사대’도 마찬가지였다. 민준성씨는 “홍보 차원에서 떡사대 내용을 일베 게시판 등에도 올리지만 개인적으로 특정지역이나 소수자에 대해 노골적으로 희화화하는 일부 성향은 문제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보수를 지향하는 인터넷우파의 등장을 진보좌파의 문제점에서 찾아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문화평론가 최태섭씨는 “사실은 이 테마가 ‘민주화의 종언’과 맞아 떨어진다는 생각을 계속하게 된다”고 말했다. 말하자면 민주화라는 ‘서사’로 모든 것이 정당화되는 시대가 끝나면서 민주화가 쟁취한 민주주의의 무게를 체감할 수 없는 ‘포스트민주주의’ 세대가 보여주는 한 경향이라는 것이다.

최씨는 민주화라는 서사를 ‘특정세대’가 사유화한 데서 나타난 문제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그 특정세대는 다름아닌 386이다. “민주화를 일종의 훈장처럼, 아니면 자기네의 역사인 것처럼 사유하면서 이후 세대와 자신들을 차별화시키는 공식이 된 것이다. 그런데 민주주의가 어느 수준에서 멈추고 더 이상 확장하지 못하면서 이후 청년세대는 민주화로부터 소외감을 느끼는 것이다. 거기서 오는 역반응에 가깝다고 본다.”

IT평론가 주동식씨는 “솔직히 말해 현재의 진보좌파가 80년 광주와 80년대 반독재투쟁 이외에 어떤 상징적 자산을 만들어냈는가”라고 반문한다. 적극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통합하는 능력을 보여준 게 아니라 역사적 사실과 가치를 사유화하는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문화평론가 최씨가 보기에는 이 프레임은 최근 ‘종북논란’에서도 되풀이된다. “솔직히 말해 지킬 것이 없는데도 조직이나 네트워크를 지키려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다보니 과거의 역사로부터 자유로운 이후 세대들에게는 ‘혹시 이들이 뭔가 감추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갖게 한다.” 

기득권화된 민주화 역사를 놓지 않으려는, 혹은 지키려는(=보수) 태도에 대한 반작용으로 ‘안티에 대한 안티’가 나오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결국 진보좌파가 환골탈태하지 않고서는 반감을 갖고 있는 온라인 잉여의 보수우파에 대한 동경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출처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6091227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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