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주인공은 일단 '도시'에서 전원생활을 꿈꾸며 할아버지의 농장으로 내려옵니다.
....문제는 이놈의 농장이 있는 시골 마을에 뵈는 농장이라곤 딱 하나, 그것도 주인공이 오기 전까지 버려지다시피 한 농장입니다
만일 할배가 농사를 짓다 엌! 하고 죽었다면 최소한 농장이 원시림같이 울창한 수풀이 이루어져 있진 않겠죠.
헌데 마을 주민들 중에 농부는 없습니다. 어부, 목수, 광부....뭐 있을 건 다 있는데 농부만 없어요.
게다가 농장 빼고 딱히 농경지라고 보이는 지역이 없습니다????
근데 마을에 있는 씨앗 판매상 겸 잡화점은 잘도 돌아간단 말입니다???
심지어 자기네들이 농사도 안 짓는 농작물을 어디서 막 조달은 해 와요. 특히 잡화상
....굉장히 마을이 수상쩍기 짝이 없습니다.
2. 일단 주인공은 '도시'에서 왔다고만 되어 있습니다.
....헌데 이 주인공이라는 친구는 도시에서 왔다는 주제에 막 1년도 안 되서 농사, 어업, 수렵, 채광을 능숙하게 해냅니다.
이것 뿐만이 아니라 광산이라 적혀 있는 던전에 맨몸뚱아리로 막 갑니다. 갑옷도 없이 그냥 평상복으로 무기 하나 딸랑 들고
게다가 도착한 이후 보면 아시겠지만, 이 동네에 접근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라곤 버스랑 기차인데....
버스는 일단 고장이 나 있고, 기차는 여기서 서는 걸 본 적이 없어요.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건, 주인공이 걸어서 왔다는 겁니다.
설마 주인공이 왔다는 도시 생활이라는 게 몬스터랑 맞서 싸우는 게 일상인 그런 건 아니겠죠
채광 채집 농사에 단련된 것 봐선 아무래도 스톰윈드에서 온 것 같은데
3. 일단 동네가 시골마을이지만, 가전제품이 쌩쌩하게 잘도 돌아갑니다.
문제는 이 동네에 전신주고 전깃줄이고 나발이고 보이질 않는다는 거에요.
콘센트는 보이긴 하는데, 전선은 또 안보여요. 콘센트는 장식임.
....전기가 들어오지도 않는데 어떻게 전자제품이 돌아가는 거지?
염동력인가
4. 도착하고 난 뒤에 목가적이고 평화롭고 온화한 시골 농사에 빠져 살다보면 사람들과 이야기 나눌 여유도 없습니다.
헌데 이야기를 나누면서 보면 뭔가 미심쩍은 게 많습니다.
그 중에 저기 외양간 주인 양반, 왜 방 안에 촌장 속옷이 굴러댕기는 거랩니까?
난 보니까 거기 같이 사는 남자가 남편이라 불륜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조카랑 조카딸이랑 같이 사는 거라더군요.
생긴거 보니까 도무지 조카 관계가 아니던데? 형부면 또 몰라
거기다 주점 주인은 뭐 때문에 급사한테 무려 보석을 선물해주려는 거죠?
물론 주인공은 역전의 용사라서 구하는 건 간단한데다 멜론값만도 못한 돌멩이 값어치긴 하지만
아무래도 평화롭고 온화한 전원생활이 아니라 미연시 배경에 나오는 촌동네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ㄷ.....
5. 영알못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으아! 영어! 으아! 잉글리쉬! 내 눈! 두뇌! 불탄다! 이러면서 하다....
아주 옛날 어렸을 시절에 영어라는 걸 배웠다는 기억이 떠올라 조금씩 읽어가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덕분에 이 동네 가족관계에 대한 것도 알아버렸다는 거고,
이 동네에 있는 여성분들 대부분이 동년배라고 인지하고 있던 게 굉장한 착각이라는 걸 깨달아버렸습니다
이동네 유부녀랑 미혼처자들이랑 얼굴 연배가 동급... 아니, 몇몇은 유부녀들이 더 젊어! 왜?! 대체 뭐 때문에?
모친들은 세월 급피하는데 뒤에 있던 딸들이 다 뒤집어쓴거여 뭐여
페니는 집안형편이 어려우니 봐줌
뭔가 날 되면 아줌마들끼리 모여서 뭔가 하던데, 그게 무슨 시간을 되돌리는 의식이라도 되나 봅니다.
6. 스토리를 진행하신 분이라시면 아시겠지만, 마을회관에는 콩돌이들이 가득 몰려와 점거중입니다.
다만 아무도 눈치채질 못하고, 주인공만 도시생활로 쌓인 전투경험 때문에 클로킹을 알아보죠.
얘네들에게 공물 비슷한 걸 상납하면 이 콩돌이들이 마을 어귀에 망가진 것들을 뚝딱뚝딱 고쳐줍니다. 신기하죠.
그런데 말입니다....
마을회관 점거한 것도 그렇고, 하룻밤만에 뚝딱! 하는 걸 보면 뭔가 수상쩍지 않습니까?
이렇게 고립된 마을에, 교통수단과 워프탄광차에다 다리 끊어진 걸 아무도 고칠 생각을 안한다구요?
특히 워프탄광차는 대장장이 집 옆에 있는데 그걸 고칠 생각을 못해?
아니죠, 고칠 생각이 없는 게 아니라 여태까지 고칠 수가 없었던 것이겠죠. 뭐 때문에?
진실은 여태까지 손도 못 대다 하룻밤만에 뚝딱! 하고 고쳐내는 콩돌이들만 알고 있겠죠
상납품 바치자마자 대놓고 들고가버리는 거 봐선 심증은 확실한데 물증이 없으니....
7. 스토리를 진행하다보면 막힌 부분이 뚫리는데, 거기에 기차역과 무려 온천이 있습니다.
근데 이용하는 사람은 커녕 관리하는 사람조차 보이지 않아요. 신비한 무인온천이죠.
거기다 옷 갈아입고 탕은 공용으로 쓰는 구조입니다?
훈훈하고 평화로운 시골이 아니었어 미연시 시골마을이야 확실해
8. 원래 시골 마을이라면 폐쇄성을 자랑합니다. 처음에 주인공 왔을 때 분위기를 생각해 보세요.
여러분들같은 시티피플이야 뭐 도시 하면 막 인심 훈훈하고 그렇다고 하지만, 현실은 좀 달라요.
시골이 오히려 더 폐쇄적입니다. 커뮤니티 안에서 모든 게 돌아가며, 외부인은 수많은 상납과 헌신으로 거기 끼어들 수 있죠.
물론 저같이 시골에 혈연관계 있는데다 자주 얼굴 비추는 혼종은 그런 커뮤니티에서 웰컴입니다.
물론 주인공은 별로 들른 적 없어보이니 사람들이 그리 환영은 안 해주죠.
마을의 유일한 농장을 꾸릴 농부 노동력으로 환영하는 거죠.
마치 여러분들이 주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선물공세를 하듯 말입니다.
헌데 말입니다... 그렇게 폐쇄적이라면 성 관념도 폐쇄적이기 마련입니다.
근데 이 친구들 동성연애에 너무 자유로워요. 프리덤해.
주인공도 완전 프리덤 피플입니다. 막 조금 친해진 동성 친구에게 농담으로 키쓰! 해도 되냐는 농담을 막 걸어요.
물론 전 상식인과는 거리가 멀지만 왠지 빙 둘러가는 흐름인 것 같아 선택은 안했습니다.
레아는 뭐 전 애인이 여자라고 시원하게 까발리던데 그거야 뭐 도시피플이었으니
그리고 동성결혼 같은 성 관념 폐쇄적 피플에게 금기와도 같은 걸 여기선 너무나도 쉽게 해버립니다.
....정말 뭔가 요상한 마을이에요.
9. 원래 경제이론 상 남아도는 건 싸고 귀한 건 비싸기 마련입니다.
농사짓는 께임인데 뭐한다고 이런 거창한 소릴 하냐구요?
이 동네가 바로 극단적인 예에 해당하기 때문이죠!
금괴, 듣기만해도 가슴이 설레는 이 값비싼 물건....
이 동네에선 무려 스프링쿨러 만들고 숯 만드는 통에 쓰고 아무튼 자질구레한 물건들 만드는데 여기저기 잘도 사용됩니다.
아뇨, 금입니다. 금괴요, 금괴. 99.8% 순 골드! 그걸 숯가마에다 쓴다고! 벌레 키우는 통에다가도 쓰고! 기름짜는 기계에도 쓰고!
뭐 광산이라는 이름의 던전 심층부에 들어가면 죄다 금밖에 없어서 금괴 모으기가 어렵진 않지만,
그 덕에 금을 무슨 벽돌같은 식으로 써먹는 이 동네 사람들의 정신머리는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아, 그리고 금괴보다 음식 한접시가 더 비쌀때가 많은데, 역시 이 곳에 제대로 된 농장이라곤 없었다는 증거기도 합니다.
식료품이 금보다 비싼 이유가 뭐겠습니까??
알면 알수록 이 게임은 목가적이고 훈훈한 전원생활이 아니라,
미스테리컬하고 음모로 똘똘 감춰진 미연시풍 시골마을이라는 느낌밖에 안 드네요
그냥 내 정신이 썩어서 그렇게 느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