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음슴체 쓸 용기가 음슴으로 음슴체로 씀.
별의목소리님 글을 보고 나니 문득 생각나는 짤막한 일화가 있음.
때는 90년대 중반.
지금은 종교적 회의에 빠져 신은 믿지만 어떤 종교도 다니지 않지만
그때는 나름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음.
중학생이었던 누나와 초딩인 나는 독실한 천주교인 답게
주말 오후 미사를 마치고 천주교 성당 정문 앞 늘어져 있는 계단 꼭대기에 서 있었음.
어떤 아주머니가 계단 아래를 지나가며 자꾸 우리를 힐끗힐끗 보는거임.
어릴 때라 누가 쳐다보면 굳이 눈을 피하지 않았음.
아주머니와 내 눈이 딱 마주침.
"거기는 뭐 주니?"
"네?"
"XX교회 오면 빵도 주고 요구르트도 주고 맛있는 거 많이 주는데~"
"?!-_-"
뭐라 해야 할지 모르기도 하고 어린 나이에 순간적인 내적 갈등에 빠졌음.
아주머니는 만면에 미소를 머금고 계단을 오르려고 접근해 오고 있었음.
그 때 옆에 있던 형같은 나의 누나가 말하길-
"아줌마는 그런 거 받으려고 교회 다니세요?"
뙇.
완전 부끄럼쟁이 되서 도망가던 아주머니 모습이 잊혀지질 않음.
그때만큼 우리누나가 멋져보였던 적이 없음.
어떤 종교가 좋고 나쁘고는 평가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함.
각각 다르다는 것만 받아들이면 서로 문제없을텐데 참 안타까움.
무튼 별의목소리님 덕분에 옛 추억 하나 떠올렸음. ㄳ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