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심' 농림차관 "국민, 김장 한포기 덜 담그길" 손석희 "안 그래도 비싸면 못담가", 올 김장비용 40만원 우려 2010-09-30 09:10:16
정부가 사상 초유의 '김장대란' 대책으로 국민들에게 김장 한 포기를 덜 담그라고 주문하고 나서 빈축을 자초했다.
지난해 4인가족으로 12만원이었던 김장 비용이 올해는 무려 40만원으로 예상돼 다수 국민이 김장을 포기하거나 김장 양을 대폭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나온 정부 대책치고는 너무나 '한량한 대책'이기 때문이다.
정승 농림수산식품부 제2차관은 30일 오전 MBC, CBS 등 여러 라디오매체와 잇단 인터뷰를 가졌다. 채소값 폭등에 따른 범국민적 불만을 진정시키고 채소값 폭등에 따른 '4대강 책임론'에 반박하기 위해서였다.
정 승 차관은 이들 인터뷰에서 전날 발표한 여러 대책을 재소개했다. 중국에서 배추·무 수입을 위해 조사단을 파견하고, 유통단계 폭리를 차단하며, 배추에 고가의 복합비료인 영양제를 뿌리도록 하고 그 비용의 80%를 정부가 보존토록 하겠다고 했다. 그는 특히 영양제를 뿌리고 날씨가 좋으면 김장 채소 부족예상분 18만톤 가운데 5만톤 정도를 더 생산할 수 있으면서 김장때 배추값이 2천원대로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차관은 그러면서도 이런 대책을 총동원해도 절대 부족분을 채울 수 없음을 자인하듯, 국민들에게 두가지 당부를 했다.
그는 우선 김장을 한번에 담그지 말고, 두번에 나눠 담가줄 것을 주문했다. 내년 1~4월에도 월동배추가 나오니 김장을 두 차례로 나눠 담그면 김장대란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나름대로 일리있는 주문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멈췄으면 됐다. 그는 하지만 이어 "수요측면에서 우리 국민 여러분께 협조 부탁드릴 것은 조금 부족하면 한 포기 덜 담그기 해 주시면 어떻겠느냐"며 "우리가 늘 고마운 게, (배추가) 많았을 때 (정부 권유대로) 한 포기 더 담궈줘서 정말 고마웠다. 그런데 우리 전 가구가 한 포기만 덜 담궈도 약 3만 톤 이상의 수확증수 효과가 있는 것으로 그렇게 분석이 된다"며 김장 한 포기를 덜 담가줄 것을 주문했다.
그의 발언을 들은 진행자들의 반응은 한결 같았다. CBS라디오 '이종훈의 뉴스쇼' 진행자는 "더 담궈 먹을 수도 없어요. 너무 비싸서"라고 일침을 가했고,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진행자 역시 "배추값이 비싸면 한 포기를 덜 담그는 건 하지 말라고 그래도 해야 되는 상황이 되는데요"라며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정 차관 논리대로라면 앞으로 김장대란이 발생할 경우 최종 책임은 "김장 한 포기를 덜 담그라"는 정부 협조 요청에 불응한 국민에게 돌아갈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