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아이디로 네이버에 로그인 했다.
사실 뭘 구매하거나, 메일로 첨부를 보내거나 하는 일 때문에
부모님의 네이버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고 있는데
오늘따라 그냥 아빠도 블로그가 있나 하는 호기심으로 네이버 블로그를 들어갔다.
블로그는 2009년에 만들어졌지만
이름을 가지게 된 건 2010년이었다.
"동강의 물고기"
아빠는 동강의 물고기가 되고 싶었나보다.
석양에 등지는 나무의 모습을 한 스킨도
모르긴 몰라도 아이템팩토리까지 어찌어찌 들어가 열심히 고른 스킨일게 뻔했다.
그리고 있는 유일한 아빠와 관련된 글은
2013년 아빠와 관련된 일화를 오유에 써서 베오베 간 글의 캡처였다.
그때 당시에도 정말 좋아하셨는데,
나는 아빠가 이정도로 마음에 담고 계셨는지는 몰랐다.
아빠는 학생 때 문학 잡지에 글을 쓰셨다고 했다.
시도 써서 상도 받았다고 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주말에 공인중개사 시험을 보고 온
정년이 3-4년 밖에 남지 않은 아저씨가 되었다.
그냥 눈물이 났다.
많이 울었다.
아빠가 헤엄치고 싶어했던 동강은 어디였을까,
아빠는 동강의 물고기가 되어
저문 강에 누워 석양에 등지는 나무 그림자를 보고 싶었을 텐데.
난 이렇게도 하고 싶은게 많고,
지금은 비록 보잘것없어도 내 미래를 그릴 수 있는데
아빠의 미래도 과연 그럴까.
어느 날인가는
새벽이 가까운 밤에 갑자기 속이 답답하다고 하셨다.
그러고는 밖으로 나가셨다.
아빠가 속이 답답한 이유를 알 것 같았지만
도리어 캐묻지는 않았다.
그토록 반대하던 인문학을 하겠다고 고집피운 자식은
결국 다시 사회에 뛰어들어보겠다고 시간을 축내고 있었기에
아빠에게 건네는 위로가
나에게 돌아올 화살이 될까 두려웠다.
나는 비겁하고 못난 자식이다.
자식이라는 이름이 원래 그런 것이라고 하기에는
아빠의 꿈이 참 서글프다.
아빠는 블로그 프로필에 이렇게 적어두셨다.
'공사중입니다'
그리고 그 블로그는 물고기를 위한 글로 채워지지 못했다.
아빠의 인생은 50이 넘어서도 공사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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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짜고짜 반말글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