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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를 써보자 (8) - 마지막
게시물ID : animation_30155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prrr
추천 : 47
조회수 : 2079회
댓글수 : 16개
등록시간 : 2015/01/19 08:48:53
 
 
 
시나리오를 써보자.
8번째 시간이자 마지막, 시간입니다.
 
 
 
마지막 시간이니만큼 오늘은 저의 재미없는 이야기를 조금 해볼까 하는데,
 
저는 어린 시절, 무언가에 재능을 보이긴 했지만
금방 싫증을 내는 성향이었습니다.
피아노도 조금 치다 말고,
꼴에 성우가 된답시고 카세트 테이프에다
악역 목소리를 녹음하고 형과 함께 그 어색하고 경직된 목소리를 들으면서
"우하하하하. 이게 뭐야-"
하며 꿈을 꾸기도 했죠.
하지만 그런 것도 얼마 못갔습니다.
 
그래서 부모님은 이런 저에게 늘 이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뭐든지 끝까지 해보는 게 중요한 거야."
 
 
그 말의 중요성을... 몇해 전 사회에 나와서야 실감했습니다.
끝까지 해보지 않고서는 자기 자신이 정말로 뭐가 부족한지,
자신의 그릇이 현재 얼마만큼의 크기인지,
내가 이것을 정말로 좋아하는지,
아무것도 알 수 없게 되어버리니까요.
 
사실 이 시나리오를 써보자 시리즈는 강좌 비스무레한 특성때문에
저 혼자 애매하다고 느끼는 것만을 다룰 수는 없기에,
인풋보다는 아웃풋이 훨씬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따라서, 개인의 소중한 시간을 무한정으로 깎아가면서 계속 써 갈수는 없었기에,
끝맺는 타이밍과 어느 정도까지를 끝으로 볼것인가, 이 두개의
밸런스를 잡는게 제 안에서는 나름 중요했습니다.
 
전에도 얘기드렸다시피-
이 시리즈를 연재하면서 되도록 소소한 테크닉이나 잡기술같은 것은
넣지 않도록 유념하면서 진행해왔습니다. 아마 그런 것들을 다 집어넣으면서
예시까지 넣으면 100편이 넘어가 버리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과거, 제가 만화를 연재할 당시, 제 만화의 조회수가 80만이 넘어갔던 걸로 기억합니다.
적지는 않은 수치죠.
 
하지만 조회수같은 것과는 별개로, 큼직큼직한 것들을 잡아서 전달하려고
노력했던 지금의 제 글이, 10명 정도에게만이라도 정말로 좋은 도움이 된다면,
저는 그쪽이 훨씬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마지막 시간을 시작해보겠습니다.
 
 
 
 
 
 
 
 
Untitled-1.jpg
 
 
 
 
 
 
 
 
 
 
 

종합 (2)
 
 
일단은, 여태껏 배워왔던 것들을 한번 정리해보겠습니다.
 
 
 
이야기를 만들 때에는,
에피소드라는 단편이 하나의 이야기 덩어리가 됩니다.
 
그 에피소드가 모였을 때 장편이 되는데 이것을 왕자와 공주 이야기로 예를 든다면
 
노상강도 에피소드 -> 용의 납치 에피소드 -> 인어들의 유혹 에피소드 -> ....
 
이런 식으로 분할시킬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에피소드들의 묶음은 더 커다란 삼각구조를 이루고 있지요.(왕자 - 공주 - 용)
 
따라서 '이야기의 호흡이 짧다' 거나 '호흡이 늘어진다'라는 말은
이 에피소드들이 너무 짧거나 혹은 너무 길거나 할 때 쓰여지는 말과 동일하다라고
생각하셔도 무방합니다.
 
간혹 가다 이야기를 읽는 걸 좋아하시는 분들이
'한국 만화는 호흡이 너무 길어서 읽기가 싫어져.'
라고 말씀하시는 걸 종종 듣는데 그것은 
 
작가 스스로 하나의 에피소드에서
어떤 인물이나 어떤 필수적인 장면들이 나와야되는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라는 말과 일맥상통합니다. 
 
그림은 정말 예쁘고 화려한데, 이야기는 비실비실 힘없이 진행되는 웹툰의 경우를
떠올려 보시면 이해가 가실겁니다.
 
이야기의 전환점을 '통-'이라는 의성어로 생각해 볼때,
일본만화같은 경우에는 통통통통통통- 이런 식으로 매 페이지마다 내용이 전개가 되지만
한국만화같은 경우에는 토오오오옹 토오오오옹 이런 식으로 되어버려
지루한 감이 있는데? 라고 느껴버릴 수 있는 것이죠.
 
 
물론 한국 만화중에도 최규석씨나 권가야씨같은
굵직굵직한 좋은 작품들이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일본 만화가 대체적으로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강화되어 있고 재미있는 이유는,
작가들의 잠재성이라던가, 재능쪽 보다는
내러티브나 전환점들에 대해 직접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편집자라는 개념이 엄연히 존재하고,
시간을 너무 뺏기지 않게끔 작화를 도와주는 어시스턴트들이 있으며,
무언가를 스승으로부터 전수받을 수 있는
도제 시스템을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그런 거라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따라서 요는 '이야기를 만드는 데 필요한 보편적인 기술들을 배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는가...'
가 관건이 되겠지요.
 
...어쩌다 보니 환경쪽으로 이야기가 샜는데, 다시 스토리텔링쪽으로 돌아와서,
 
어떤 식의 에피소드와 이야기를 작가 스스로 전개해나가는가와는 상관없이, 
이야기라는 것은 늘
 
어떤 특정 세계. 양면성을 지닌 인물. 그 인물이 가치를 두는 소중한 것,
그 인물이 추구하는 것, 그 추구를 방해하는 방해물들, 그런 연유로 생기는 전환점,
전환점에서 도출되는 인물의 다양한 차원... 등등
 
몇개의 보편적인 구성요소들로 나뉘어지게 됩니다.
 
다만 여기서 한가지 당부드리고 싶은 말은, 제가 아무리 쉽게 설명을 하고,
글을 읽을 당시 '음. 그렇군!' 하고 이해가 가도, 자기 스스로 한 페이지 혹은 두 페이지 정도
실제로 그려보거나 써보지 않으면 자기화가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무작정 시중의 작법서나 영화, 만화를 100번 넘게 읽고 보는 것보다,(저도 해봤지만 비효율입니다.)
직접 한번 따라해보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따라서 지망생분들중에 연재 욕심에 무작정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 보다는,
제 글이나 다른 작가분들이 그린 것을 보면서 '아 그렇구나'라며 무언가를 깨달았을 때,
그 깨달은 것을 자기식대로 해보는 게 학습의 가장 빠른 지름길이라는 것입니다.
 
참고로 저같은 경우에는 제자신이 좋아하는 영화나 만화를 보면서
 
처음 모습 -> 사건들, 전환점들 -> 나중모습
처음 관계 -> 사건들, 전환점들 -> 나중관계
처음 상황 -> 사건들, 전환점들 -> 나중상황
처음 세계 -> 사건들, 전환점들 -> 나중세계
 
가 이루어지게 만드는 각 지점들을 하나하나 체크해가면서 공부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 위의 '통통통통통'이라는 단어가 연상된 건 이 연습방식으로 일본작품들을
다시 읽기 시작할 때였죠.
 
실제로 저는 영화나 만화를 볼 때 이런 생각을 많이 합니다.
 
지면이나 화면에 서로 사랑하는 남녀가 나오면
 
'음... 좀 있으면 저 둘은 서로의 뼈와 강냉이를 박살낸 후 갈라지게 되겠군. 전환점이 있을테니 말야'
 
라거나,
혹은 두 형제의 우애가 어떤 계기로 파탄나는 장면이 나오면
 
'음... 이제 공동의 적이 출현해서 위기가 닥친 후 극적으로 우애가 회복되겠군. 전환점이 있을테니 말야'
 
....라는 생각을 합니다. 즉,
 
이 장면의 반대는 뭐지? (ex. 화기애애한 가족 <-> 폭력적인 가족)
이 컷에 나온 인물묘사의 반대는 뭐지? (ex. 비겁함 <-> 정의로움)
이 전체 씬에서 나온 인물이 처한 상황의 반대는 뭐지? (ex. 열악함 <-> 우세함)
 
이런 것들을 늘 염두에 두고 되도록이면 전환점을 중심으로 작품을 파악하려고 노력을 많이 합니다.
 
전환점에 앞서 복선이나 암시를 넣는 것은 사실 일도 아니지요.
작가가 자신이 만든 전환점들만, 즉 로드맵만 잘 파악하고 있다면요.
 
혹시, 작가가 복선을 넣을 때 '역순으로 간다'라는 예전에 했던 말을 기억하시나요? 
 
여기에 하나의 순차적인 클리셰(예시)가 있습니다.
 
1) 아내가 쇠목걸이를 남편에게 선물로 준다.(복선)
2) 남편이 총탄에 맞고 쓰러지지만 아내가 선물해준 목걸이에 총탄이 맞아 남편은 기적적으로 생환한다.(전환점)
 
...작품에서는 이 순서지만 실제로 이야기를 쓸 때에는
 
'음. 그래그래. 이런 전환점을 넣기로 내가 결정했었지. 그러면... 남편이 살아나기 위해서
어떤 밑작업을 먼저 할까?'
 
이런 식으로 사고를 역행시킵니다.
 
거기에 더해, 여러분들은 만화나 영화를 읽으면서 이런 장면들을 많이 보셨을 겁니다.
 
 
 
현실의 벽에 부딪혀 가수의 꿈을 잃은 젊은이가
길을 가다 길을 잘못들어 막다른 골목길에 들어선다.
젊음이가 말한다.
 
'길이.... 막혀있어...'
 
 
 
 
 
라거나,
 
 
 
 
 
사랑하던 남자와 여자가 인연이 끝나버린 후,
여자의 가방끈이 뚝 끊어진다.
여자가 말합니다.
 
'끈이... 끊어졌어...'
 
 
 
 
이런 케이스요.
 
이런 것들은 '모티프'라고 하는데 이야기의 울림을 더 풍부하게 하기 위해서
넣는 '상징'을 통한 잔기술입니다. 여기에다 한층 더해, 문학적인 나레이션을 넣어주면
 
 
 
 
바람이 매섭게 불어 내 마음이 심하게 요동치던 그날에,
우리는,
 
'끈이... 끊어졌어...'
 
헤어졌다.
 
 
 
 
이런식으로 작품의 내용을 증폭시켜 울릴 수 있습니다. 
 
제가 이런 잔기술들을 여러분들께 여지껏 말씀드리지 않았던 이유는,
저런 표현 자체가 굉장히 문학적이고 시적이고
사람 마음을 굉장히 감성적으로 만드는 특성이 강해,
자칫하다간 저런 것들에 더 공을 들일까봐
일부러 말하지 않았던 겁니다.
 
전환점이 빈약한 이야기에 풍부한 모티프를 넣는 것보다는,
전환점이 풍부한 이야기에 빈약한 모티프를 넣는 것이 훨씬 더 좋기 때문입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중에 작가 지망생 외에도 영화과, 국문과, 애니과분들이 있을 줄로
생각합니다. 아마도 그 분들은 여러 작품들을 두루두루 읽고 봐았기 때문에,
어떤 작품들이 '재미있다'라고 표현되어졌을 때 그 것이 '1차원적으로 원시적인 쾌감을 준다'라는 말이
아니다, 단순히 인물이 귀엽고 예뻐서가 아니라는 것을 감각적으로 잘 이해하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만약 만화나 영화, 애니, 이런 이야기 예술들이 1차원을 뛰어넘어 고차원적인 풍부한 재미를
준다고 확신이 드신다면, 저는 역시 제가 강조했던 큼직큼직한 구조들, 이야기의 전환점들,
거기서 나오는 인물들의 차원에 대해 더 많이 접해보시고 하나하나 직접 해보시라고 조언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 더 얘기드리자면,
애니나 영화나 만화같은, 이야기 예술을 하고 있거나 또 하시고자 하는 분들.
그 바닥 상황이 어떤지, 시간당 얼마를 받는지, 작업시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얼마나 일을 오래 해야 하는지, 저도 오랜 시간 겪어봐서 잘 압니다.
 
부디, 개인의 소중한 꿈이 꺾이지 않고 유지해나갈 수 있는 성숙한 환경이 조성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시나리오를 써보자 시리즈는 이것으로 끝입니다.
말없이 추천 눌러주신 분들, 댓글 달아주신 분들.
그렇게 많진 않지만 한분한분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꿈을 꾸는 분들에게 이 시리즈가 도움이 되길 바라고, 건투를 빕니다.
감사합니다.
 
 
- 2015년 1월 19일 바람 부는 날.
  작가였었고, 여전히 작가를 꿈꾸는 사람으로부터.
 
 
 
 
 
Untitled-1.jpg
 
 
시나리오를 써보자 vol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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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를 써보자 vol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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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를 써보자 vol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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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를 써보자 vol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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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를 써보자 vol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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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를 써보자 vol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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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를 써보자 vol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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